요즘 심기가 좀 불편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어서다. 그 가게들이 나하고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1도 없지만 ‘임대 문의’ 딱지가 텅 빈 가게의 쇼윈도우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동네가 쇠락해가는 듯 썰렁한 느낌을 받는다.
경기가 오죽 안좋으면 임차인이 나가고 새로 들어올 사람이 없을까. 이 동네만 그런 것은 아닌가보다. 신문을 보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핫한 동네들도 빈 가게들이 늘고 있다 한다. 전에는 회사 다니느라 가게들이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상관없이 지냈는데 나이 들어 한갓지게 살다보니 눈에 잘 뜨이는가싶다.
신문을 보면 동네 단위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수출공단, 내수기업들도 사업이 안된다고 울상이란다. 수출전선에 있는 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하고 아예 팔려고 내놓는 등 활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올해는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니 닫았던 가게들도, 가동률이 떨어진 기업들도 다시 기운을 차리게 될지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사실 내 개인으로야 가게가 되든 안되든 기업이 휘청거리든 말든 쌀독 바닥에 있는 쌀 긁어서 밥해먹고 살면 되니 신경 쓸 일 없이 살아도 되겠지만 내 심사는 그렇지만 않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눈 감고 모르쇠 할 수가 없다.
천원 짜리 물건 살 때도 카드로 긁던 내가 언젠가부터 현금으로 지불한다. 카드 수수료라도 안 물게 도와주자는 마음에서다. 내 눈에 뜨이는 가게들의 시무룩한 모습은 마치 빙산이 덩어리째 무너지는 북극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하얀 빙산조각이 바다에 조각나 떨어지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겹쳐 보여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 나라 경제가 잘 안돌아간다는 징조가 아닐까. 나라가 경제가 안좋아지면 종당에는 우리집 가계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식당에 갔을 때 손님들로 북적거리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뭐랄까 안도감 같은 것이 든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실제로 경기가 대체적으로 안좋아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무언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진다. 미국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 일본도 인력이 없어 로봇을 동원해서 일을 시킬 정도라는데 우리나라는 외딴 섬에 가 있는 모습이다.
최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또 다른 현상이 보인다. 단지마다 한 개 꼴로 마트가 있었는데 이것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어느 날 죄다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내력을 듣자니 마트는 이익이 적어 편의점으로 변신했다는 것.
마트가 서민들의 시장이라면 편의점은 젊은이들의 간이 구멍가게다. 편의점은 대체로 마트에 비해 물건값이 비싼 편이다. 맥주는 한 캔에 몇 백원 차이가 날 정도다. 값이 싼 마트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뽀대나는 편의점이 들어서니 다른 선택지가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주민들은 다소 비싼 편의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 가보았더니 웬걸 주인이 마트 주인이다. 말인즉슨 마트는 이익이 별로 나지 않아 편의점으로 바꾸어 탔단다. 그 사정을 이해는 하면서도 서민들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는 사실이 걸린다. 이슬비에 옷 젖는다고 가계부에 주름살을 짓게 하는 환경변화다.
돈이 도는 것이 경제일진대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부동산 관련 세금도 올라가고 아파트 관리비도 올라가고 각종 서비스, 음식, 식재료값 같은 기초생활비도 슬금슬금 기어 올라간다. 자연히 가계장부도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자연 나도 돈을 덜 쓰게 된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연쇄적으로 가계, 기업, 대기업으로 파장이 올라가지 않을까. 요새 돈이 넘치는 쪽은 정부인 것 같다. 한 마디로 경제권은 가장이 아니라 정부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세금이 몇 십조 더 걷힌다고 하니 정부는 살 판 났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모두들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우리 좀 도와달라는 거다. 정말 요즘 같아선 '국민 못해먹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적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