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 22일 개봉 전 온라인 시사회
나주 죽설헌, 5·18묘역 등 전남북지역서 촬영
오월 그날,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은유적으로 그린 영화 ‘그녀의 비밀정원’이 오는 22일 전국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된다.
'그녀의 비밀정원'의 스토리는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두 형제의 위태로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예지원이 비밀을 품은 여자 장현재로 분하고 최우제와 이지후가 형제로 출연한다.
자신의 전부를 걸고 사회운동을 하다 파산한 동생 한충서(이지후), 사회운동을 방관적으로 바라보며 재산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형 한장서(최우제), 그리고 이 두 형제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해외로 떠난 장현재(예지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한장서와 장현재는 서로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지만 장현재가 한충서를 만난 후 둘의 사이는 틀어지게 된다. 장현재는 한충서를 택했지만 안타깝게도 한충서는 의문사로 생을 마감한다. 이후 장현재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결국 한장서는 사랑하는 여인과 동생을 한꺼번에 잃게된다. 매일 밤 악몽을 꾸며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가던 중 어느날 장현재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그녀가 말도 없이 사라진 이유와 숨기고 싶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속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엔딩씬에 이르러서야 퍼즐이 맞춰진듯 하다.
엔딩은 5·18 묘역에서 촬영됐다. 장현재가 아들에게 분향을 권하는 장면이 나온다. 장현재가 격렬했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분열됐던 좌우 진영과 자신의 현실도피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구하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과거에 대한 사과와 화해의 메시지를 아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남녀의 사랑을 다루지만 극 전반에는 5·18민주화운동이 은유적으로 깔려있다. 80년 5월 당시 기득권으로서 자기것을 지키기 위해 이를 외면했던 사람들과 자기 것을 다 던지면서 처절하게 투쟁했던 이들,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한 사람들이 17년이 지나 화해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메가폰을 잡은 광주 출신인 김인식 감독의 80년 5월에 대한 부채의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 는 "당시에 친구들이 많이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 나는 거의 참여하지 못한 방관자였고 유학이라는 이름 아래 외국으로 도망쳤다"며 "그것이 내게는 부채 의식으로 남아있었고 '언젠가는 내가 좋은 영화로 빚을 갚겠다'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영화는 개봉 전 온라인 시사회로 먼저 관객과 만난다. 앞서 지난달에는 제11회 피렌체한국영화제에 초청돼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그녀의 비밀정원’은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틀을 벗어나 말 그대로 내 자유의지로 고집스럽게 찍은 영화였다"며 “촬영 내내 행복했던 영화였다”고 전했다.
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관심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니다. 광주와 전남에서 올 로케이션(현지) 촬영을 한데다 5·18민주화운동을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5ㆍ18월 40주년을 앞두고 의미를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광주와 전남, 전북이다. 이 지역의 풍광을 담을 수 있었던 데에는 광주, 전남 지역의 예술가들이 도움이 컸다.
나주 죽설헌은 박태후 화백이 1만평 대지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조성한 한국식 정원이다. 이 영화를 위해 자신의 화실을 포함한 죽설헌 전부를 영화 촬영에 개방했다.
또 윤회매로 유명한 다음 김창덕 작가도 조연으로 출연하는 등 손길을 보탰다.
김 감독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가득 담겨 풍성한 느낌을 준다"며 "광주, 전남 예술인들이 자신의 공간과 작품 등을 기꺼이 내주어 참으로 감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감독은 지난 2002년 황정민 주연의 '로드무비'로 청룡영화제 신임감독상, 한국 영화평론가협회 신인감독상 등 그해의 주요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이후 김혜수 주연의 '얼굴 없는 미녀'를 통해 제22회 토리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차기작으로 전봉준과 동학운동을 다룬 영화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