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내년 3월에 있을 대선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재보궐 선거 성적표에 따라 대권주자들의 행보 또한 달라지고 있다.
아무튼 지난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했다. ‘20년 집권론’까지 장담했던 집권 여당은 지난 총선의 달다란 맛에 취한 나머지 ‘무능과 오만’의 프레임이 씌워졌고, 급기야 정권 재창출의 위기감마저 불러왔다.
여기에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가 얽히고설키면서 당의 발목을 잡았다. 당의 미래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이 내년 대선까지 지속되고 선거가 비대면으로 치러진다면 여권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
재보선 패배 후 민주당은 즉각 외형적 쇄신 절차에 돌입했다. 김태년 당 대표 대행은 국민들께서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선언하며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더불어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겼다.
하지만 당 쇄신을 위해 열린 전당대회마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아직 민심은 민주당을 용서하지 않을 분위기다.
이번 보궐선거 참패는 민주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지율 반전을 노렸던 이낙연 전 대표에게 치명상을 안겨줬다. 전직 두 대통령 사면론을 띄웠다가 수세에 몰렸던 이 전 대표로서는 반전의 기회로 만들지 못하고 상처만 덧난 꼴이다.
그 틈을 타 이낙연 주자를 대신할 수 있는 친문 주자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제3후보로 등장한 셈이다. 정 전 총리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차기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정 전 총리의 대선 경선 레이스 합류가 본격적인 대선정국의 문을 연 셈이다.
대권 행보에 나선 정 전 총리는 여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야권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연일 견제구를 날리면서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등을 잇달아 방문해 민심을 수렴하면서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지율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여권의 대선후보로 우뚝 설려면 늦어도 5월까지는 의미 있는 지지율인 최소 5%의 지지율을 벗어나거나, 두 자릿수 까지 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낙연 후보를 제치고 친문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 6개월 전인 9월 8일까지 경선을 통해 본선에 나갈 후보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이 말한 대로 지금껏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신종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느라 대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신발끈을 동여매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면 지지율 상승은 자신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지 정 전 총리는 심상치 않은 경제위기를 감안이라도 한 듯, 기업·경제인 출신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소위 경제를 제대로 안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 회복인 만큼 정 전 총리의 장점이 부각된다면 지지율 상승은 시간문제라고 낙관하고 있다.
여기에 6선 국회의원 출신에 당 대표, 국회의장, 총리, 산업자원부 장관 등 당·정의 최고위직을 두루 거친 능력과 경험을 겸비한 것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정 전 총리의 당내 조직인 ‘광화문 포럼’도 지난 4월 14일 ‘4·7 보궐선거 분석과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열었다. 이를 기점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4월 재보선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조직동력이 일제히 출발하는 형국이다.
정 전 총리의 이런 경력과 조직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것도 많다.
우선 자기 캐릭터가 없는 점과 철학·가치·정책이 불분명하고,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와 같은 같은 호남 출신에 총리를 지낸지라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이 전 대표을 향한 호남 지지율을 이재명과 윤석열로 부터 뺏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호남출신으로서 같은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특히 최근 부동층 유권자로 등장한 2030세대에게 소통 확장에 어려움 또한 예상된다.
그렇다면 정 전 총리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당장 당내 경쟁자로 “가치와 노선, 정책 지지 기반 등에서 지지율 수위를 달리는 이 지사와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도 확실한 대척점을 갖춘 경쟁력 또한 보여 줘야 한다.
한마디로 상품성 있는‘정세균다움’을 보여줘야 할 때란 얘기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4개월여의 시간이 남은 있는 만큼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