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사재기
소금 사재기
  • 문틈 시인
  • 승인 2023.06.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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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 하니 소금을 사재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마트에 소금이 동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1년치를 사놓았다 하고, 다른 어떤 이는 평생 먹을 것을 사놓았다 한다. 어느 섬에서는 천일염을 5천만원어치 사놓고 오르면 팔 작정을 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대대적인 소금 파동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소금은 썩지 않고 변하지 않는 물건이라 사 놓아도 별 탈이 없는 데다 없으면 절대로 안되는 식품이어서 소금 쟁탈전이 계속될 모양이다.

때아닌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올 여름부터 방류할 계획으로 있어서다. 지난 6월 12일 일본은 약 2주간 해양 방출 설비를 마치고 시운전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오염수 방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 물론 중국도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이른바 G7(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국가들은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했을 경우 바닷물이 어느 정도로 오염이 되는지 과학적 데이터를 모른다. 또 우리나라 바다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지도 모른다. 향후 30년 동안 방류를 계속한다 하니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우리는 정말 장차 방사능 소금을 먹게 되는 것일까.

일부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바다 어패류, 해조류는 먹을 수 없게 된다며 길거리에서 반대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 일이 이쯤 되면 무엇이 진실이고 아닌지를 알 수 없게 된다. 나는 그것이 걱정이다. 나부터도 ‘소금을 좀 사놓아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다.

방류된 오염수가 1년 반 후에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 바다에 당도한다 하는데 솔직히 꺼림직하다. 다른 한 쪽에선 일본이 오염수를 희석해서 방류하는데 오염수가 우리나라 바다에 왔을 때는 1조분의 1로 더욱 희석이 되어 있을 것이므로 크게 우려할 것이 아니라는 말도 들린다.

어쨌건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공포는 이미 시작되었다. 현재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 문제가 잠잠해지려니까 더 무서운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가 터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후쿠시마에 조사단을 보내 현지 실정을 보고 온 모양이다. 조사한 대로 객관적으로 발표해서 국민의 깊은 우려를 해소해 주었으면 한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일본이 원전의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세계의 모든 바다는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한 몸과 같은데 다른 나라 바다는 놔두고 우리나라 쪽으로만 오염수가 오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나라들도 생선을 먹을 터인데 그렇다면 그들 나라는 왜들 조용할까. 나의 불안은 이래저래 의문으로 증폭이 된다. 진실을 알려면 1년 반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년에 어머니는 신안 천일염을 비닐 봉지에 담아 보내 주셨는데 설마 어머니가 이런 사태를 짐작하고 보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하기는 나는 워낙에 짠 것 먹기를 꺼려하는 편이라 그다지 소금이 필요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2023년 1월 31일, 유엔인권이사회의 정례인권검토(UPR) 회의에서 알본 이쇼다(Albon Ishoda) 주한마셜제도공화국 대사는 “오염수는 환경과 인권에 위험이 된다”, “방류가 끼칠 영향을 포괄적으로 조사하고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는 인권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인권의 도시 광주는 우리 정부와는 별도로 인류의 인권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알고 보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보다 증발시켜서 바다보다 더 광활한 대기 속으로 내보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하여 손쉬운 방류를 택한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우리 국민 감정에 늘 불편한 존재임을 상기할 때 설득력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린 이웃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머니는 소금을 더 사 놓았으니 보내주겠다고 하신다. 나도 결국은 소금 사재기 대열에 들어간 셈이다. 소금은 짜다. 그러나 세상은 더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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