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46회]-이순신 옥에서 풀려나다.
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46회]-이순신 옥에서 풀려나다.
  •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0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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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의금부 옥에 갇히자 여러 사람이 이순신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종각역 1번 출구에 있는 의금부 터사진2 의금부 터
종각역 1번 출구에 있는 의금부 터

3월 1일에 병조판서에서 공조판서로 보직이 변경된 이덕형은 선조 앞에 나아가 이순신의 목숨만은 구해달라고 애걸하였다.

이순신의 종사관을 한 정경달은 선조에게 이순신의 석방을 간절히 주청하였다.
아울러 정경달은 영의정 류성룡과 병조판서 이항복을 찾아가 이순신의 구명 운동을 하였다.
류성룡과 이항복은 정경달에게 “그대가 남쪽에서 왔으니 원균과 이순신의 옳고 그름에 대하여 말해 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정경달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는 말로 해명할 일이 아닙니다. 제가 보니 이순신이 붙잡혀 가자 군사들과 백성 들 중에서 울부짖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통제사가 죄를 입었으니 우리는 어떻게 살꼬.’ 하였습니다. 이것을 보면 그 시비를 알 것입니다”라고 답변하였다. (정경달의 문집 ‘반곡집’에 실려있다. 박기봉 편역, 충무공 이순신 전서 제3권, p 349-350)

나대용도 그의 동지 11명과 함께 옥문밖에서 이순신의 무고함을 호소하였다. (1860년에 임병원이 지은 나대용 장군 행장에는 “정유년 정월에 충무공이 소인배들의 중상을 입어 잡혀가 옥에 갇히니 공은 주장이 나라 위해 심력을 다하다 모함당하는 것을 보고 비분을 이기지 못하여 여러 장수 열 한 사람과 함께 서울에 올라가 옥문 밖에서 울며 부르짖었더니 이윽고 석방을 보게 되었다.”라고 적혀 있다.)

종각역 1번 출구에 있는 의금부 터사진2 의금부 터
의금부 터

 

한편 이순신의 가족들도 영의정 류성룡에게 구명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류성룡은 2월 28일과 2월 29일 두 번에 걸쳐 사직서를 선조에게 올린 상태여서 어찌할 수 없었다. 더구나 류성룡은 이순신을 천거한 장본인이었다.

3월 12일에 이순신은 한 차례 고문을 받았다. 그가 어떤 고문을 얼마나 당하였는지에 대하여는 기록이 없다. 다만, 이덕형의 문집 '한음문고'에는 ‘거의 죽게 되었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3월 13일에 선조는 이순신의 죄상을 논하면서 이순신을 마땅히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신의 죄목은 세 가지였다.
(1) 조정을 속여 임금을 업신여긴 죄, 즉 부산왜영 화재 사건의 허위보고, (2) 적을 놓아주어 나라를 저버린 죄, 즉 수군이 출전하지 않은 죄, (3) 남의 공로를 빼앗고 남을 무함한 죄, 즉 원균의 공을 이순신이 가로챈 죄이다.

임금이 이순신을 죽이려 하니, 이순신은 도저히 살아날 수 없는 형국이었다.
이 때 72세의 원로대신 약포 정탁(1526∼1605)이 이순신 구명에 나섰다.
신구차(伸救箚)라고 불리는 1,298자에 달하는 장문의 구명 상소문을 올린 것이다.
정탁은 ‘지금은 전쟁 중이니 한 사람의 장수라도 필요하다고 하면서, 왜적이 가장 무서워하는 장수는 이순신인데 그를 죽이는 일은 나라에도 손해’라고 완곡하게 아뢰었다.

정탁의 간곡한 청원이 선조에게 먹혀 들어갔을까?
선조는 이순신의 관직을 삭탈하여 도원수 권율 밑에서 백의종군하게 하였다.
이순신은 1587년에 조산보만호 및 녹둔도 둔전관 시절에 백의종군한데 이어, 10년 만에 두 번째 백의종군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었다.

4월 1일에 이순신은 의금부 옥에서 풀려났다. 하옥된 지 28일 만이었다.

이날의 '난중일기'를 살펴보자.

“4월 1일 맑다.
옥문을 나왔다. 남대문 밖에 있는 윤간의 종의 집에 이르러 조카 봉, 분, 아들 울, 사행 원경등과 한 방에 같이 앉아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략) 영의정 류성룡, 판부사 정탁, 판서 심희수, 찬성 김명원, 참판 이정형, 대사헌 노직, 동지 최원 동지 곽영 등이 사람을 보내어 안부를 물었다. 술에 취하여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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