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4패 주의( 三勝四敗主義 )
3승 4패 주의( 三勝四敗主義 )
  • 문틈 시인
  • 승인 2023.12.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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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읽다가 이런 표현에 눈이 꽂혔다. '3승 4패 주의'. 인생을 3승4패로 생각하고 산다는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의 말이 감명을 주었다. 4승3패가 아니고 3승4패다. 이것을 삶의 주의로 삼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생각해볼수록 인생에 대한 묘미를 품고 있는 말 같다. 우리는 늘 매사에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패하면 감정이 요동을 친다. 패배감으로 우울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승’보다 패’가 더 많은 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것일까.

소설에 나오는 이 대목을 간략히 옮기면 이렇다. 인생은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3승4패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비관주의로 보는 사람은 좋은 일을 기대하지 않으니까 어쩌다 조금만 좋은 일이 생겨도 진짜로 기뻐한다.

삶에서 운이 별로 없어 사실은 2승4패 정도도 괜찮지만, 목표를 높게 잡자는 뜻에서 3승 4패 주의로 한다는 것. 요즘 세상은 1패라도 하면 다른 3승까지 없었던 일로 묻혀 버리는 경향이 있다. 자기 인생에 전혀 만족을 못하고.

소설 속에서 특이한 사람의 특이한 신조가 아니라 우리 보통 사람의 삶에도 들어맞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재일동포 야구선수 장훈은 현역 시절 투수가 10번 던지면 평균 3번 조금 넘는 안타를 쳐냈다. 천재 야구선수의 평생 기록이다. 이에 견주면 인생에서 3승4패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3승 4패 주의를 곰곰 생각해보면서 사는 일이란 무수한 실패를 딛고 어쩌다 성취한 작은 성공을 발판으로 또 전진하고 도약하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뜻대로 된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소망은 높고 성취는 낮다. 이것이 인생이다. 만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산다면 이 정도로도 성공한 인생 축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훈 선수 이야기를 조금만 더. 장훈 선수는 오른손이 거의 불구에 가까울 정도로 손가락 여러 개가 어릴 적 입은 화상으로 끊어지고 구부러져 있다. 그런 조막손으로 일본 최고 기록의 안타를 기록한 것이다. 장애가 있으므로 해서 더 피나는 노력을 한 덕분이다.

때론 단점은 장점을 생성해낸다. 이래서 인생은 볼만한 드라마가 된다. 한때 ‘의문의 1패’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유행한 적이 있다.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한 경우를 말한다.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패한 꼴이 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엊그제 읽은 신문 기사가 생각난다. 인생은 운이 90퍼센트라고 한다. 한 경제학 교수가 오랜 기간 연구를 해보니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 선조들도 벌써 전에 알고 있었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운이 70퍼센트이고 노력이나 재능이 30퍼센트라는 것.

대학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난 국가운이 50퍼센트, 낳은 부모운이 30퍼센트, 그리고 자기 노력이 10퍼센트이고 나머지 친구운, 학교운 등등 기타 요인들로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퍼센트가 결정되고,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DNA가 30퍼센트, 그리고 자라난 환경이 10퍼센트를 좌우한단다.

그러므로 잘 났네, 못 났네 할 것이 없다. 삶에서 겸손해지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운이 따라주거나 따라주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을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노력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패’에 너그럽고 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쩌면 애초에 우리 인간은 본디 ‘패’라는 것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 ‘승’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만으로 말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 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

자칫 다른 제비를 뽑았더라면 전혀 다른 길로, 어쩌면 위기로 빠졌을 뻔했는데 운이 좋아 오늘 살아남기에 이르렀다. 아닌가? 제비를 뽑았는데 ‘꽝’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저 나는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오늘 하루도 ‘한번 슬슬 시작해볼까’ 하는 결의가 생겨난다. ‘인생은 운’이라는 경제학자의 말대로 내게 주어진 복을 세어 보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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