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상의 회장(下)] 명색이 광주서 '인증샷 선거'라니...‘무용론’ 거세다
[광주상의 회장(下)] 명색이 광주서 '인증샷 선거'라니...‘무용론’ 거세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4.03.17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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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의원 선거서 표 찍고 검열 받는 ‘인권유린 선거’ 오명
상의 임원 개입, 그대로 방치...‘관권 선거’지적도
20일, 회장선거 ‘핸드폰 소지 or 인증샷‘ 없애야
기아차 제외 일부 대기업 기권 속출 ’후유증‘ 예고
​​​​​​​건설업·제조업 간 편가르기 싸움...차라리 ’득보다 실’ 많아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제25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희한하게 돌아가고 있다.
돈으로 표를 사고, 그 표를 회원 끼리 서로 모아주고 나눠주면서 30표를 모아야 회장을 뽑는 대의원이 되는 선거에 특정 회원이 약속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승용차로 모시러 가는 투표 행태를 두고 한 말이다.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그 대의원 선거가 결론적으로 ‘돈 선거’ 뿐만 아니라 ’고무신 선거‘ ’007작전 선거’ ‘인권유린 선거‘ ’인증샷 선거‘라는 오명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광주가 민주·평화·인권의 도시인데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러한데 어쩌랴.

지난 12일 실시된 광주상의 회장을 뽑는 대의원 선거를 생생하게 전달하면 고개가 끄덕여 질 수밖에 없겠다.
이날 자천 타천으로 특별 또는 일반 대의원 92명에 선출되고 싶은 회원들이 상의 건물에 마련된 투표 현장에 승용차로 진입한다. 이를 위해서는 뒷편의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웬걸, 입구 주차 정산소 앞에 무선전화를 들고 대기 중인 직원들이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차를 주차한 뒤 건물 1층에 마련된 투표 명부 배부 장소를 들어가려 하자 입구에 서 있는 또 다른 무리의 직원으로부터 “무슨 회사가 맞느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회원을 데리고 한쪽 후보 관계자에게 안내한다.

신원 확인 후 기표용지를 크게 복사한 A4 용지를 주면서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 쪽으로 은연중 지지를 유도한다.

주차 정산소와 건물 입구 뒤편에 이어 투표 용지 배부 장소를 통과한 회원들은 지하에 마련된 기표현장으로 내려가지만 속내가 편치 않다. 꼭 이렇게 강압적으로 해야 하나 하면서 말이다. 

일부 회원의 경우 자신이 붓대롱으로 누른 기표용지를 핸드폰으로 촬영한 뒤 해당 후보측에 인증샷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흡사 60년 대 고무신 선거와 007작전을 홉합한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부적절한 선거 행태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상공인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의 회장 자리가 무엇이길래, 그렇게 해서 회장에 당선되고, 감투를 쓴다한 들 누구 좋으라고 선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광주상의회장 선거에 출마한 깁보곤 후보와 한상원 후보 (우)

이 지점에서 광주상의 회장 선거 ‘무용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다.
지난 12일의 대의원 선거가 경제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막무가내식으로 이뤄졌다면 오는 20일 선거는 보나마나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상의회장 선거가 이렇듯 부정적인 여론에서 탈피해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방법이 있다면 집행부가 나서 현재의 선거 방식을 개선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한 배경으로 첫째를 꼽으라면 건설업자 및 언론사의 카르텔에서, 그들만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

과거 18년 전 회장인 남양건설과 삼능건설에 이어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은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한때 보유했거나 운영했던 언론사는 기자협회에 등록돼 몇몇 안되는,광주 바닥에서는 힘께나 쓰는 신문·방송사로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광주상의에 가입된 전체 회원수를 따지고 보면 80%가 제조업 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건설사들이 회장 자리를 독차지 해왔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이번 선거에는 제조업을 내세우되 건설사들 전폭적으로 미는 한상원 다스코 회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그럴듯 하지만 3년 뒤 다음 회장자리는 건설사와 언론사를 운영하는 모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소문이 나옴에 따라 그런 제조업 출마는 퇴색하고 말았다.

쉽게 말해, 언론사를 끼고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카르텔로 뭉쳐서 돈으로 표를 산다면 안될 게 없다는 오만함이 똬리를 틀고 있어서다. .

그러나 느딧없이 찐 제조업을 운영하는 김보곤 디케이 회장이 출마하겠다고 뛰어들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쳇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이다”라는 우스게 소리가 나돌았던 게 사실이다. .

하지만 막판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앞서 기술한 부적절한 조직 선거와 고질병인 돈 선거로 또 다시 변질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둘째는 상공회의소 일부 임원이 자신의 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선거에 개입한 점이다.
상의 회원 들의 성향과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임원이 앞장서 죽을 둥 말 둥 설쳐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상의 고위직은 이와관련, “상의가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일부 임원이 관권선거 처럼 개입 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아마 회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제공 수준에 불과하다”고 변명했다. 
상의 고위직이 그럴진데 이번 선거를 위해 5명으로 꾸려진 선거관리위원회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탓한 들 무엇하랴.

조직적 선거를 한다는 증거가 있냐고 반문한다면 차고도 넘친다고 답변할 수 있다.
아무튼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과열 선거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일부 큰 기업들이 중립을 선언하고 선거에 불참하는 것도 앞으로 상의 발전에 커다란 저해요인으로 남는다.

지역 경제의 한 축인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이미 선거 중립성을 강조하며 대의원 선거를 하지 않거나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기권을 한 셈이다. 

특히 한전 및 계열사, 광주은행, 신세계 백화점, 동부손해보험 등은 중립을 표방한 상태다.
다만 광주경제의 35%를 차지하는 기아차 표의 향배가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광주상의 회장이 누가 되든 대기업 답지 못하다는 여론의 도마에 오를 성 싶다.

이번 상의선거에 대한 무용론이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이렇게 부적절한 투표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현 정창선 상의 회장이 전면에 나서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선거를 하라는 말 한마디가 없다는 대목이다.

광주상의가 한마음·한곳으로 뜻을 모아 경제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늠 못할 망정, 가득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앞에서 건설업과 제조업이 앙편으로 나뉘어져 감투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아쉽기 그지 없다. 

현 상의회장이 연로하다면 이를 대신하고 있는 최종만 상임 부회장 마저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는 점도 볼썽사납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아닌런가 싶다.

그러나 이제라도 정창선 회장이 적극 나선다면 ‘돈 선거’ ‘고무신 선거’라는 오명을 떨쳐 낼 방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오는 20일 회장을 뽑을 선거 현장에서 대의원들에게 자유스럽게 투표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표 현장에 들어간 대의원들이 핸드폰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투효용지에 기표를 하고 촬영한 뒤 자신이 밀어준다고 암묵적으로 약속했던 후보 측에 인증샷을 올리지 못하도록 해야 ‘고무신 선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
광주가 북한도 아니고 민주화 성지에서 대의원들이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검열 받는 것 자체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창선 회장은 선거를 앞두고 당장 두 후보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하고 공정한 선거를 해 주길 부탁하고, 이를 받들어 두 후보가 광주시민들 앞에서 이를 다짐하고 공표해야 한다.
그래야 정 회장도 지역경제에서 원로로써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초등학생들도 꺼리는 인증샷 투표를 고집하는 후보는 비록 당선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커다란 후유증과 함께 비판적 여론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쯤에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이른바, ‘Noblesse Oblige(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을 상기해주고 싶다.

건설업으로 돈을 왕창 벌어들인 뒤 공익성·공공성·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건설·언론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먹고 살기 힘든 광주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는 앞으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소하지만 울림을 주는 공명정대한 막판 선거를 기대해 본다.

<관련 기사>

[광주상의 회장(上)]김보곤 제조 · 한상원 건설 간 ‘자존심’ 싸움
http://www.simin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25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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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min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259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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