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재판
솜방망이 재판
  • 문틈 시인
  • 승인 2024.05.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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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아하니 이 나라의 권력의 핵심은 사법부가 쥐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는 입법, 사법, 행정부로 3권분립형 권력 구조가 원칙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그 구조가 미덥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면 사법부는 선거 부정 관련 재판의 경우 법에는 선거 후 6개월 내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임기가 다 끝날 때까지 주물럭거리다가 사또 뜬 뒤 나팔 부는 격으로 실효성이 없는 뒷북 재판을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도 무어라 할 자가 없다.

의회도 정부도 꿀먹은 벙어리다. 그래, 인정한다. 사법부의 권력이 나라의 최고 존엄이다. 나는 이런 풍경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다. 징역형을 때려 놓고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지 않고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 이게 ‘뭐잉’이다 싶다.

심지어는 정치인 재판을 1년 6개월간이나 끌고 가다가 ‘나 못하겠다’며 판사가 뛰쳐나가는 일도 있다. 평생 못보던 장면이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동안 판사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은 분으로, 정의의 사도로, 거룩한 판관으로 여겨왔다. 정말이다. 이런 민낯을 목격하고 더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판사도 사람이고, 정치풍향계가 어찌 돌아가는지 옆눈으로 이리저리 굴려 보면서 망치를 때리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잣거리의 장삼이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저 그들의 옷차림은 유령이 나오는 소설의 주인공이 입을 법한 이상하게 생긴 법복을 입었을 뿐이다.

누구 하릴없는 사람이 있어 재판 내용을 분석해 주었으면 좋겠다. 1백억을 사기 친 사람이 있다면 형벌이 어느 정도 나올 것 같은가. 우리나라 법정에서 말이다. 끽해야 2, 3년, 아니면 길어야 10년 내다. 이러니 사기 천국이 될 수밖에 없다.

남의 돈 1백억을 꿀꺽 삼키고 2, 3년 감옥살이 하고 나오면 되니 사기꾼 입장에서 볼 때 남아도 크게 남는 장사가 될 법하다. 살인죄의 경우에도 범인이 초범이니, 우발적 행동이니, 반성하느니 하면서 고작 몇 년에 불과한 형을 때린다.

간첩죄는 더 가관이다. 명백한 이적혐의가 있는데도 국가 전복 위험이 없다느니 하면서 아주 가볍게 징벌한다. 대체 이 나라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는가. 한숨만 나온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결하고 있는 마당에 간첩죄를 느슨하게 다룬다면 국가 안전은 뒷전이란 말인가. 판사는 이 나라 국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끔 신문에 나오는 미국 재판 소식은 무시무시하다. 간첩죄에 몇십 년은 보통이다.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에 별 것도 아닌 기밀을 넘겨주었다 해서 9년형을 산 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조단체 간부가 국가기밀을 북한에 넘겨주었다고 해도 응, 그랬냐다.

지금까지 툭 하면 정치개혁이니 어쩌고 선거 때마다 나팔을 불었는데. 내 생각엔 정작 개혁을 할 곳은 사법부가 아닐까 싶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에는 중국 스파이들이 드글드글하다. 미국 관련 기관이 한국에 경고했을 정도다. 버젓이 식당을 차려놓고 치외법권처럼 굴어도 입건도 하지 않는다. 모르긴 해도 중국 스파이는 각 분야에 스며들어 암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으로 정보가 오갈 뿐 아니라 해킹 수법이 발달해서 정부나 기업의 중요 기밀이 마구 빠져나가도 속수무책이다.

법은 상식을 법제화한 것이다. 법이 상식을 넘어간다면 악법일 가능성이 높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리고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상대가 누군가에 따라 판결을 다르게 하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린다는 뜻이고 저울은 공정히 상대를 평가한다는 뜻이며 칼은 벌을 명확히 주겠다는 뜻이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가. 공정한 재판, 국가 안보를 철저하게 다루는 재판, 정치 눈치를 안보고 법대로 하는 재판을 국민은 기대한다. 그러고 보니 검찰 개혁이니 하고 떠들던 사람들은 한 번도 사법부 개혁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옛날 일이지만 한 법관이 오심을 해서 사형판결을 때리고는 그 때문에 법복을 벗고 산문에 들어가 스님이 된 일이 있다. 한 사람의 생명, 한 사람의 인권, 한 사람의 억울함을 다루는 최후의 보루 사법부가 꾸물댄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고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가.

미국에서는 데이트 폭력이나 강간폭행을 할 경우 수십년의 징역형을 때리는 경우도 있다는데, 한국의 판사들은 데이트 폭력으로 딸을 잃은 부모 마음을 쬐금이라도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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