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낙엽
여름 낙엽
  • 문틈 시인
  • 승인 2024.06.1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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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나무숲 우거진 조롱길을 걸어 가노라면 누렇게 변색된 나뭇잎새들이 여기저기 바닥에 떨어져 있다. 아직 잎이 떨어질 계절이 아닌데도 낙엽이 되어 떨어진 잎새들이 눈에 뜨인다.

햇볕을 받고 바람과 노닐며 푸르름을 구가할 잎의 계절인 여름에 어쩌다 잎새들이 떨어지는 것일까. 비바람이 심하게 칠 때에는 성한 나뭇잎새들도 떨어진다. 잔가지에 붙어 안간힘을 쓰다가 힘에 겨워 끝내 떨어지고 만 것들이다.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면 여름은 푸르름이 무성한 잎새들이 저마다 숟가락이 되어 햇볕을 퍼 담아서 나무줄기에 들이부어야 할 때인데 어쩌다 그만 떨어지고 마는 것인지. 나는 땅에 일찍 떨어진 잎새들을 보고 속으로 안타까워한다. 사람도 저와 같아서 처한 환경의 시달림을 받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세상을 일찍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도 너무 일찍 떨어진 낙엽을 보고 안쓰러워하지 않는다.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한다. 가을도 아닌 여름에 낙엽들은 나름대로 피치 못할 사정을 안고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떠나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리라.

시방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수많은 푸른 잎새들도 가을이 오고 찬 바람이 불면 울긋불긋한 낙엽이 되어 떨어질 운명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법칙에 순응한 경우다.

사람들은 일찍 세상을 떠난 사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한다. 나무도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나간 여름 낙엽을 슬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잎새가 여름에 다 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잎새 하나하나는 나무를 살리고 번성하게 하는 도우미 같은 것들이다. 잎새를 하나의 생명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나무에게는 아주 가깝고 없어서는 안되는 도우미들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국가를 하나의 큰 나무라고 비유한다면 일찍 저버린 잎새들은 마치 너무나 일찍 죽어간 사람들이나 같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교통사고나 병고로 일찍 죽는다.

이 나라에서 살아 있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엄청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옛말에 ‘접시물에도 빠져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갈수록 사고사가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귀중한 인명이 너무나 쉽게 죽어간다. 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뜻에서 국가의 존재는 숭고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의 생명을 최대한 잘 지키고 있는가 하면 나는 대답이 망설여진다. 어떤 때는 각자도생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대형사고도 잘 일어난다. 대부분 주의 부족으로 인한 것들이다. 국가의 시스템이 잘 돌아가면 안 일어나거나 일어나도 작은 피해를 입고 끝날 사고들이 대형사고로 끝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무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 나무는 일찍 잎새를 잃는 경우에도 그 아픔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슬픔을 최소한으로 하는 능력 같은 것이 있는 듯하다.

한 그루 나무의 지혜라고 할까. 나무는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연이 모든 생명체에게 부여한 과제가 아닌가 한다.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능력을 세심한 데까지 뻗쳐야 한다.

요즘 온갖 안타까운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강대 강의 정부와 의사의 대치,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국민을 돌보지 않는 정쟁, 날로 험악해지는 남북 관계 등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는 사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름에 떨어진 나뭇잎새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잠시 나무가 되어 모든 여름 낙엽에 나의 슬픔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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