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가끔 사기 문자 메시지가 온다. 링크를 잘못 누르면 큰일 난다. 그래서 무조건 삭제해 버린다. 링크를 잘못 누르면 휴대폰에 악성 앱을 설치 당해 내가 거는 전화, 문자 메시지, 주소록, 은행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모든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훑어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끔찍한 일이다. 대통령 개인 휴대폰도 이런 사기 링크를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
또, 사람 목소리로 보이스피싱이 걸려 오는 일도 있다. 사람을 속여 금품을 빼앗으려는 수작들이다. 이미 신문에도 크게 보도된 바가 있지만, 어떤 의사는 보이스피싱에 당해 무려 10억 원을 담보 대출해 빼앗긴 적도 있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을 통한 사기극이 아주 활발히 유행하고 있다. 사기 피해액이 일 년에 무려 2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 번 이런 사기를 당한 사람은 대부분 피해액을 되돌려받지 못한다. 사기꾼이 종적을 감추면 경찰도 손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기꾼이 황새걸음으로 도망치면 경찰은 뱁새 걸음으로 쫓아간다. 사기를 당한 사람만 억울하다. 이로 인해 신세를 망치기도 한다. 이런 범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만이나 일본에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극성을 부린다. 사기꾼이 넘쳐난다.
일반적인 금융사기까지 포함해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열 배나 더 사기 행위가 많다고 한다. 사기가 하나의 업종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국가의 존립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이다. 사기를 최대한 막을 방법이 없을까?
사기죄로 붙잡힌 죄인은 징역을 살아도 얼마 살지 않는다. 판사님들이 비교적 관대하다. 그러나 사소한 법규를 위반한 사람에게는 벌금을 엄하게 부과한다. 과태료 정도로 지나갈 만한 위반에도 몇백만 원의 벌금을 매긴다. 이러니 사기죄가 더 성행하는지도 모른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욱 극명해지는 시대이다. 쓰잘머리 없는 권력욕구에 빠진 ‘정치질’보다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국민을 향한 ‘덕질’을 해야 한다. 휴대폰 사기, 보이스피싱에 대해 과도하리만치 철퇴를 내려야 한다. 해킹은 1건당 징역 10년, 보이스피싱은 백만원당 징역 10년과 같은 무거운 형벌이 필요하다. 여기엔 온 국민이 쌍수를 들고 박수칠 것이다.
오래전에 작가 박경리 씨는 《불신시대》라는 소설을 썼다. 지금은 ‘사기시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남의 돈을 빌려 가고 안 갚는 죄는 그냥 양심불량죄 정도로 인식된다. 누구에게 돈을 빌렸다가 채무자가 사정이 있어 못 갚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것조차도 나는 엄하게 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상대를 사기 칠 의도로 접근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짐승을 잡으려고 덫을 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기를 쳐서 돈을 강탈할 의도로 조직을 만든 기업형 사기도 비일비재하다. 나는 사기꾼이 적을수록 좋은 나라라고 믿는다. 다른 수치는 볼 필요도 없다. 이런 점에서 나는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일을 해서 벌어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을 속여서 돈을 훔쳐 갈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나라를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사기를 안 당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급전이 필요하다고 돈을 꿔 가놓고 입을 딱 씻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변에서 한 번도 사기를 안 당한 사람을 찾는 것이 당한 사람을 찾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사기 수법도 진화해서 교묘하게 덫을 놓는다.
요즘 신문에 대서특필된 빌라왕 사기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 상태인지 잘 보여준다. 빌라에 전세 든 사람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수십, 수백 명의 전셋돈을 몽땅 들고 튀는 일이 벌어졌다. 전에는 이런 범죄가 드물었다. 이런 사기꾼은 잡혀도 몇 년 감옥 살면 끝이다. 전세 사기엔 1건당 징역 3년씩만 해도 100건이면 300년을 살도록 해야 한다.
미국같이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엄중하다. 감옥살이 몇십 년은 보통이다. 나는 K-팝 등 한국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기쁘지만, 안 알려져도 좋으니 사기꾼을 엄중히 다스려 서로 믿고 사는 신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서에 나오는 ‘의인 열 명’이 없어 망했다는 소돔과 고모라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