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해 피해를 키운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형이 내려진 것과 상반된 판결이다.
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배성중)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하는 한편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태원 관할 기초자치단체 총괄 책임자인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태원 관할 기초자치단체 총괄 책임자인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핼러윈 행사 안전 관리와 관련한 행정기관의 수정·변경 권한이 없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 군중을 분산 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의 구체적 주의 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참사 당시 재난안전법령에 다중운집사고가 재난 유형으로 분류돼 있지 않았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2022년 안전 지침에도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경찰 등과 협조 체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않았다는 검찰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책임기관의 장은 유관기관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지만 관련 법령상 의무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지적하는 2020년, 2021년 합동연석회의는 감염병 관리법령에 근거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논의하는 자리였을 뿐 다중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논의 자리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참사 당일 구청장의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가 배포된 것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허위로 작성하라거나 기자들에게 배포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며 역시 무죄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전 서장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정 구속되진 않았다.
참사 당일 당직 근무자였던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과 박인혁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3팀장은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서장은 2022년 10월 29일 참사 당일 안전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사고 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사고 발생 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부실 대응 정황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상황보고서 등에 허위로 기재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사고 예견 가능성이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되려면 피의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과실로 인한 사고 상황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과실과 사상 간의 인과관계 등 세 가지 요건이 입증돼야 한다.
이 전 서장 측은 “경찰관 모두가 사전에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식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이 인파가 집중돼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축제 혼잡상황에서 대형 참사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추락 등 안전사고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며 “경찰의 정보보고, 용산서의 과거 핼러윈 치안 유지, 이태원 일대 지리적 특성 등을 종합하면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들의 생명·신체 위험 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핼로윈데이 치안대책 수립 과정에서 인파를 예방·통제·관리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