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8년 5월 23일 사보나롤라는 피렌체 시뇨레 광장(Piazza della Signoria)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사보나롤라가 화형당한 후 그의 재는 아르노 강에 뿌려졌다.
사보나롤라가 화형에 처해 진 사건은 보티첼리에게도 충격이었다.
사보나롤라의 열성 지지자인 ‘피아뇨니(울보파)’의 일원인 보티첼리의 형 시모네는 볼로냐로 피신해야 했는데, 이때 시모네가 쓴 일기를 보면 보티첼리가 사보나롤라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조르조 바사리는 <미술가 열전>에서 “보티첼리가 사보나롤라의 열성 지지자인 ‘피아뇨니’의 일원이었다”고 적었다.
1500년에 보티첼리는 <신비로운 탄생(패널에 템페라 108.5 + 75cm >을 그렸다. 이 그림은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는데 서명과 제작년도가 기재된 유일한 작품이다.
아기 예수 탄생 장면은 상징적 의미를 담은 복잡한 구도로 재현되어 있다. 마리아와 요셉이 동굴 앞 초가지붕 아래에 있다. 소와 말이 있는 외양간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천사에 이끌려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소박하게 옷을 입은 동방박사와 목자들이 있다.
그런데 그림의 주인공은 마리아이며,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역시 마리아인데, 마리아는 그림에서 가장 큰 인물일 뿐아니라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외양간 지붕 위에는 세 천사가 무릎을 꿇고 있다.
천사들 의상의 색채(흰색,적색,녹색)는 그리스도적인 미덕 즉 믿음·희망·사랑을 상징한다고 해석된다.
사보나롤라는 예수 탄생에 관한 설교에서 은총 진리 정의를 의인화한 세 젊은 여인들에 둘러싸여 경배 받는 성모마리아를 설파한 바 있다.
그림 상단에는 하늘이 열리고 열 두 천사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다.
역동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천사들은 갈색과 흰색, 주홍색 옷이 다채롭게 세 개의 조를 이루며 번갈아 등장하며, 천사들의 손에는 종려 가지가 들려 있는데, 그 가지 끝으로 두루마기와 왕관들이 늘어뜨려져 있다.
그림의 하단부는 경배 그림과 조금 다르다.
인간과 천사 세 쌍이 서로 목을 껴안고 있고, 이들의 발밑에 있는 여섯 명의 작은 악마는 이러한 평화로운 장면을 피해 달아나거나 땅의 틈새로 기어들어간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는 누가복음의 한 구절이 적힌 리본으로 장식한 올리브 가지를 들고 있다.
이 그림을 이해하는 열쇠는 그림 맨 위에 있는 그리스어로 적힌 긴 명문(銘文)이다.
“나 알렉산드로는 요한계시록 제11장의 말씀이 실현되는 동안, 즉 악마가 3년 반 동안 풀려나 두 번째 응징이 진행 중인 1500년 말, 이탈리아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이 그림을 그렸다. 이후 요한계시록 제12장의 말씀이 이어질 것이며 악마는 사슬에 묶일 것이고 우리는 이 그림에서처럼 (제압당한) 악마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림은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에서 기술한 것처럼 심판 이후 다가올 평화의 시대를 묘사하고 있다.
보티첼리는 자신이 요한계시록 제11장에 나오는 두 번째 재앙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요한계시록 제11장은 성전 바깥마당을 42개월(3년 반)동안 이방인들에게 내어주어 짓밟혀졌는지를 이야기한다.
제12장에서는 한 여인이 등장하여 아기를 낳는데 용을 피해 광야로 간다. 주석서들은 오랫동안 요한계시록의 여인을 마리아와 동일시해왔고, 동시에 교회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다.
보티첼리 작품의 주제 역시 이와 동일한데, 마리아가 눈에 띄게 중앙에 위치하는 이유 역시 교회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구세주의 탄생으로 교회는 새로운 날이 열릴 것이며 악마는 영원히 추방될 것이고 평화가 지속될 것이다.
사보나롤라가 새날이 1503년에 올 것이라고 예언했듯이, 사보나롤라에게 영향을 받은 보티첼리 역시 머지않아 새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역설적이지만 1517년에 독일의 마르틴 루터에 의해 종교 개혁(宗敎改革Reformation)이 일어났다. 부패하고 타락한 교황 중심의 카톨릭 교회를 개혁시키고자 했던 프로테스탄트 운동이었다.
( 참고문헌 )
o 바르바라 다임링 지음·이영주 옮김, 산드로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5
o 실비아 말라구치 지음 · 문경자 옮김, 보티첼리, 마로니에북스, 2007
o 키아라 바스타외 지음 · 김숙 옮김, 보티첼리, 예경,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