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 14일 멈췄다. 2022년 5월 10일 국회 앞마당에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며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949일 만이다.
0.73%포인트라는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직에 오른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정치 입문 1년도 안 돼 대권을 차지한 ‘초보 정치인’이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 정부의 간판인 초대 국무총리 인선 부터 야당 눈치를 보며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 한덕수를 14년 만에 다시 발탁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나름 점수도 땄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왔다.
국정의 방향 그 자체보다 국정 운영의 방식이 주로 문제였다.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윤 대통령의 태도와 소통 방식의 문제, 인선 실패, 여권 내부의 갈등,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처신이 자주 도마에 올랐다. 지지율 침체와 여야 갈등 속에 국정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대 리스크는 김건희 여사였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논란이 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뿐 아니라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준 300만원짜리 디올백 수수 사건이 더해지면서 임기 내내 ‘김건희 리스크’가 따라다녔다.
지난 10월 15일 공개된 김 여사와 명태균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명태균 사건’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덮치는 계기가 됐다.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는 문장에 등장한 ‘오빠’를 놓고 윤 대통령이냐, 김 여사의 친오빠냐 공방까지 벌어지며 국정의 품격이 현저하게 훼손됐다.
결정타는 지난 10월 31일 공개된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취였다. 공천 개입 의혹이 짙어지면서 지난달 7일 기자회견 때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가뜩이나 소수인 여당이 끝없는 내전 상황에 휘말리며 균열을 일으킨 것도 윤석열 정부의 위기에 큰 몫을 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거푸 이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성상납 사건’으로 엮어 자격을 박탈시킨 게 시작이었다. 대선 승리의 밑바탕이 된 2030세대와 6070세대의 세대 연합 전선이 붕괴되면서 국정동력은 크게 약화됐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황태자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는 치명적인 뇌관이었다.
갈등은 지난해 12월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한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중용해 놓고, 윤 대통령 스스로가 갈등을 키웠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 시작된 둘의 갈등은 윤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새 도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4·10 총선의 역사적 참패로 돌아왔다.
결국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결정적 이유로 작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