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월드컵경기장 ©김태성 기자 | ||
며칠 전 오후 대전에 있는 대덕밸리에 간 일이 있다.
차가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자 바로 대전 월드컵 경기장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88년 올림픽 때만 해도 경기장을 건설하는 기술이 지금보다 못했는지, 아니면 이제는 좀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올림픽 경기장들 보다 훨씬 더 부(富)티가 나고 잘 지은 경기장이었다. 돈 참 많이 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더 없이 맑고 공기도 서울에 비해서 한층 좋았으며 월드컵을 계기로 주위 도로도 넓고 깨끗하게 참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좋은 가을 날 오후 경기장은 문이 닫혀 고요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사람도 없었다.
단지 월드컵 세 게임 한다고 저렇게 엄청난 경기장을 짓다니!
대전시 입장에서 보면 이 월드컵경기장은 엄청난 돈이 들어간 하나의 고정자산일텐데 이 것을 왜 그대로 방치해 놓았을까? 연간 몇 십억원의 보수유지비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민간기업에서 이렇게 엄청난 몇 천억원을 투자한 시설이
있다면 그대로 둘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한적하기만한 수천억짜리 월드컵 경기장
내가 근무했던 S그룹에서 만일 이런 일이 있었다면 관련자들전원이 파면됐을 것이다. 아니, 우리 나라 어떤 엉터리 같은 회사에서도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몇 천억원을 넣고도 그대로 두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경기장 건설을 착수할 때부터 아예 월드컵경기가 끝난 후 어떻게 수익사업화 할 것인지를 조사, 연구, 계획하여 월드컵경기 때부터 전략적인 홍보를 하고 이벤트를 만들었을 것이다.
현실을 비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리고 비판은 쉽다.
자, 이왕 월드컵경기장이 건설되어 있다. 이 것은 현실이다.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내가 만약 지금 대전시장이 이라면 나는 이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 대전 월드컵경기장 주식회사(Daejeon Stadium CO.LTD)설립.
월드컵 경기장과 동 부속시설 및 관련 모든 토지 일체를 현물출자 하여 대전시 산하 별도 회사(DSC)로 완전 독립 시킴.
2. 국내외에서 CEO 공모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人材 리크루트회사를 통해서 국내 및 해외에서 DSC의 CEO 공모.
리크루팅 비용을 최고 5-6천만원을 들이더라고 최고의 CEO 영입.
국내의 S그룹이나 또 다른 S그룹 등에서 최고 경영자로 있었던 유능한 사람 및 일본, 홍콩, 싱가포르, 미국, 영국 등에서 스포츠 마케팅이나 복합단지 개발로 성공한 CEO를 영입.
3. CEO에게는 년봉 2-3억원 지급
최고의 CEO를 영입해 놓고서 대우는 공무원 기준을 적용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음. 최고 인재에 걸맞는 최고 대우가 필요함.
2-3억원의 년봉 외 이익의 10%를 추가 인센티브 보너스로 지급.
(이렇게라도 해서라도 이익을 내는 것이 매년 보수유지비에 몇10억원을 들이고, 담당부서를 두고 하는 것 보다 나을 것임.)
4. 일체의 예산 지원 폐지
별도 주식회사(DSC)가 설립되면 초기 6개월 - 1년간의 운영경비정도만 빌려주고 그 이후는 외부 펀딩을 받든지, 경기장 부지 중 일부를 매각 또는 장기 임대하여 조달하든지 CEO에게 일임.
5. 자산 일부 매각, 초기 운영자금 및 투자자금 조달
초기에 대전시로부터 차입이나 외부 자금조달(펀딩)에 의존하면 부채가 많아 지게 되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게 됨.
또한 현재 월드컵 경기장은 FIFA 규정에 따라 건설했기 때문에 쓸데 없이 너무 넓은 부지에 경기장을 건설했을 것임.
따라서 현재 총 부지 52,144평(경기장 10,447평) 중 일부를 호텔, 할인점, 오피스, 아파트 등 용도로 매각하거나 30- 40년간 장기 임대해주어 초기자금을 마련하도록 함.
DSC가 설립됨과 동시에 DSC에서 적정한 값으로 그런 계약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와 상의하여 CEO에게 부여함.
6. DSC의 CEO에게 강력한 권한 부여
일단 CEO에게 맡긴 한 DSC에 관한 모든 권한을 부여함.
어떤 투자나 시설을 개조할 때 마다, 인력을 줄이고 늘일 때 마다 대전시나 의회에 협의나 결제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함.
즉, CEO에게 모든 권한을 완전히 일임하는 것임.
7. DSC를 퇴직공무원이 2-3년 거쳐 가는 휴게소로 만들지 않음
월드컵 경기장을 총괄 경영하는 DSC 같은 회사를 설립하면 일반적으로 상급기관(?)인 지자체 퇴직공무원이나 의회 관련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2-3년 거쳐 가는 휴게소가 되는 경우가 많음.
8. 사외이사 제도 도입
사외 이사제도를 도입하여 가능하면 대전 및 충청도에 공장을 갖고 있는 국내외 대기업 사장 또는 공장장 2명, 에버렌드 사장, 대전시장 및 의회 의장 등 총 5명의 사외 이사를 영입하도록 함.
(대학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가능하면 지양하도록 함.선진국의 경우에는 실무 경험 없고 무책임한(?) 대학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경우가 극히 드둠.)
9. 철저한 공인회계사 감사 실시
1,200억원이나 든 월드컵경기장 전 자산과 그 경영을 CEO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임.
10. 시장과 의회의 역할
시장과 의회는 챙기고 뒷 다리 걸고 하는 역할에서 과감히 벗어나 지원자가 되도록 함.
유능한 CEO영입·독립적 법인 설립
지금까지의 제안은 비단 대전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나라 전국 10개의 월드컵경기장 및 지자체 소속 모든 체육시설에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그러나 위의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서 우리 관료들은 모두 반대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그 반대 이유는 우리 나라 정부와 지자체의 규정과 법률 상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갈텐데, 아니면 설령 월드컵 경기장을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면 세금을 조금 더 걷어면 되지 왜 나서서 이런 골치 아픈 일을 벌여야 할 것인가 하면서 몸을 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라도 활용하여 지금 전국에 있는 10개의 월드컵 경기장 각각이 많은 이익이 나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그야말로 멋진 경영체로 성장하여 월드컵 못 잖은 "스포츠시설 경영"의 전 세계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여러 법률과 규정에 위반된다고 해서 이런 것을 못 하는 것 보다는 이런 규정과 법률를 타파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 되어야 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부터 전국의 월드컵 경기장은 각 지자체에 엄청난 제정부담을 주는 골치 아픈 시설이 되어 있을 것인데 이를 잘 경영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전 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스타디움 1층과 2층, 2층과 3층 사이의
공간에 15평 정도의 별도 특별관람실을 만들어 분양하는 방안, 잔디구장 위에 4-5cm 정도의 공간을 두고 그 위에 인조스케이트장을 만들어 겨울철에는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는 방안, 지하 주차장을 수영장으로 만드는 방안, 옥외 주차장 면적의 반에 3층 정도의 주차장을 만들고 남는 부지에 할인점과 멀티플렉스 극장을 만드는 방안 등등 여러 가지 수익사업장으로.
천주욱은 마산출신으로 1974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비서실 등을 거치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제일제당그룹 내 해외영업 총괄 종합상사인 씨제이코포레이션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기업경영과 사회현상, 국가경영전략에 대한 개혁방안을 구상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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