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공채 잇단 불공정시비 휘둘리는 전남대
교수공채 잇단 불공정시비 휘둘리는 전남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정후 공채형식...학맥 인맥 파벌형성

내사람 심기 위해 공문서 위변조까지

'지성' 마비시키는 연고주의

"척결돼야 할 대학 부조리 0순위"


국립 전남대학교. 광주·전남 지성의 산실인 이곳 캠퍼스가 완연 활기에 넘친다. 신학기 개학을 맞아 돌아오는 학생들이 뿜어내는 면학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알고 있을까. 지난 겨울방학동안, 그리고 오래전부터 모교의 교수공채와 관련 불공정시비와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시민의 소리'는 전남대 교수공채와 관련된 불공정시비 문제를 취재·보도한다. 전남대 문제는 '한 대학의 내부 문제'나 '있을 수 있는 일'로 가벼이 넘길 사안이 결코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전남대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그만큼 크다. 전남대가 깊은 동면에서 깨어나 빛나는 학문과 지성의 상아탑으로 우뚝 서길 바라는 것이 지역민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편집자 주


「교수채용의 공정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대학의 현주소는 교수임용이 학문적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출신학교, 인맥, 청탁, 심지어는 금품수수 등에 의해 휘둘리고 있어 소위 '자기 사람 심기'식의 교수뽑기가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자기사람 심기'식 교수공채, 즉 응모자중 한 사람을 미리 내정하고 형식만 공채로
진행시키는 부조리형태는 대학내에 인맥 또는 학맥에 의한 파벌을 형성하고 대학인의 논리나 지성을 마비시키는 것으로서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척결되어야 할 주요 부조리형태 중의 하나이다」-2000. 1. 17. 전남대 교수공채 관련 명예훼손소송에 대한 광주지법 판결문 중-

'자기사람 심기'식 교수공채는 대학내 '척결되어야할 부조리형태 중의 하나'라고 법원의 판결문은 못박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의 '자기사람 심기'는 여전하다. 그것도 국립 전남대학교에서.

공채 심사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을 무시한 편법이 동원되는가 하면 심지어는 공문서를 위변조하는 등 지성을 가진 교수들의 행동이라고는 믿기 힘든 일들이 공공연히 이뤄진다.

그렇지만 몇몇 교수들은 이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다. '문제교수' '왕따교수'로 지목되고 따돌림받더라도 청원을 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한다. 물론 그들은 청원에 대한 조사가 형식적 절차라는 것도 잘 안다. 고무줄처럼 마음대로 점수를 줄 수 있는 공채제도를 바꾸자고 해도 대학 당국은 감감무소식이다. 근본적인 처방은 외면한 채 사태를 수습하는데 급급하거나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 95년 이후 거의 해마다 교수임용의 불공정 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남대학교. 광주·전남지역 최고 지성이 모인 곳이 꼭 이래야만 할까.

<공채심사 불공정 시비>

전남대는 지난 1월 19일 제27회 전임교원 공채 3차 합격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치대와 수의학과는 합격자를 발표하지 못했다. 심사과정에서 불공정시비가 불거져 심사가 늦춰지거나 중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수의학과는 심사를 전면 중단한 채 심사과정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였다. 수의학과 공채 심사위원인 김성호교수가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한 편파적이고 불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공채공정관리위원회(위원장 이재혁)에 청원을 냈기 때문.

그러나 공정위는 심의끝에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엉뚱하게 심사위원을 전원 교체, 처음부터 공채심사를 벌여 지난 2월 15일 3차 합격자를 발표했다.
치과약리학 분야를 뽑는 치대 역시 본부 지시로 심사위원 전원이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다가 뒤늦게야 합격자를 발표했다.

<심사위원부터 자기사람 심기>

수의학과 심사위원이 제기한 청원 내용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번 교수임용은 심사위원 선정과정에서부터 잘못됐다. 전남대는 해당 학과 교수 5명, 외부 심사위원 2명 등 모두 7명으로 공채 전공심사위원회를 구성 신임교원을 선발하고 있다. 특히 외부 심사위원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본부가 '심사위원 풀(Pool)'을 구성해 추첨하도록 돼 있다. 이 제도는 올해부터 도입한 것으로 해당 학과 교수 심사위원들의 담합을 견제하기 위해 채용분야와 동일한 타학과의 전공교수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수의학과의 경우 공채 분야인 '수의외과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동물생산학' 전공 교수가 외부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위촉된 교수는 공교롭게도 심사위원장인 수의학과 학과장과 고교동문. 학교측은 해당학과 교수들이 원칙을 무시한 심사위원 선정이라며 반발하는 등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외부심사위원을 교체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심사위원 풀'에 어떻게 전혀 다른 전공교수가 참여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당초부터 '자기사람 심기'를 위해 심사위원부터 '내 사람'으로 포진하려는 시도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우남 교무부처장은 "본부에서 교수풀을 구성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쪽 학문을 전혀 몰라 학과장에게 요청했더니 7명의 풀단 전원을 추천했다"며 "내가 제비뽑기로 이 가운데 2명을 외부심사위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어이없게도 교수풀은 견제하려는 학과에서 추천을 받고, 외부심사위원은 혼자서 추첨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가며 본부 스스로 공채지침을 위반한 셈이다.

<시험문제 유출 부정>

수의학과의 '자기사람 심기' 의혹은 응모자중 특정인에게만 시험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공채 전공 심사위원회는 공개강의를 2주일 정도 남겨둔 지난해 말 회의를 갖고 공개강의용 동일주제를 정해 응모자들에게 이를 즉시 통보하기로 했다.

이 역시 자유주제였던 지난해까지의 공개강좌 방식을 개선한 것으로 똑같은 주제에 대한 공평한 준비기간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 하지만 1주일 뒤쯤 동일주제인 '장(臟) 중첩' 문제가 한 응모자한테만 알려졌고, 나머지 응모자는 동일주제 방식으로 공개강좌가 바뀌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관련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지목받은 당시 심사위원장 고홍범학과장은 공정관리위원회에서 "응모자의 지도교수가 전화로 물어와 '소화기계통의 장애'라고만 알려줬을 뿐이다"고 해명하고 있다.

<학교당국의 대책>

공채 공정관리위원회는 수차례에 걸쳐 사실확인 작업을 벌인 끝에 지난달 1일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근본적인 수술은 하지 않고 이번에도 임시처방만으로 문제를 봉합했다. 그나마 심사위원들이 전원 교체돼 처음부터 심사를 진행한 결과 시험문제를 먼저 받은 응시자가 탈락하고 다른 경쟁자가 합격하긴 했지만, 공정위가 얼렁뚱땅 넘기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지는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먼저 청원내용 가운데 첫 번째 항목인 외부심사위원 선정과정의 불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하자 없음'결정을 내렸다. 이재혁 공정관리위원장은 "학과장이 아니라 학장이 교수풀을 추천했다"며 "담당자가 아니면 모르기 때문에 본부로서는 학과 책임자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공정성 문제제기는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는 아니지만 시험문제 누설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교원공정임용을 위한 모임의 송경안교수(전남대 독문과)는 "공개강좌에 동일주제가 처음 적용되기 때문에 특정 응모자측에서 먼저 물어왔다는 것도 납득이 안간다"며 "어찌됐든 녹취록이라는 증거까지 있는 명백한 사전 시험문제유출을 본부가 책임규명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공정위는 문제의 본질을 '교수간의 알력'으로 호도하는 듯한 시각마저 내보이고 있다. 특히 심의결과가 총장에게 보고된 후 총장의 재지시로 예정에 없던 심의를 다시 거친 뒤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는 점에서 석연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한 학교 관계자는 "본부가 똑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사실확인을 통해 책임소재를 밝혔여야 하는데도 동료교수에 대한 온정주의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어물쩍 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안이한 사태인식은 본부 관계자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책임규명은 물론 적극적인 제도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 교무부처장은 "초기에 문제가 된 외부심사위원을 교체했기 때문에 공정성이 확립됐다"며 "내년부터는 심사위원풀 구성권도 공정위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또 "교내 온라인 토론광장에 임용제도 문제를 띠워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밝혔으나 근본적인 공채제도개선 등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