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신문, 차제에 완전히 뜯어 고쳐야
지방신문, 차제에 완전히 뜯어 고쳐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지방분권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학계와 언론계를 중심으로 지방언론에 대한 법적 지원방안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10개의 신문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광주지역의 경우 이러한 논의가 방송보다는 신문업계에서 관심도가 뜨겁다. '시민의 소리'는 창간 2주년에 즈음해 지난 27일 광주전남언론학회·광주전남민언련과 함께 지방신문에 초점을 맞춰 '지방신문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에 발제전문과 각 토론자의 토론내용을 요약해 싣는다./편집자 주

■ 지방신문 어떻게 살릴 것인가(지방신문육성법 제정 방향을 중심으로)
김성재 교수(조선대신문방송학과)



1. 서론

'참여 정부'의 출범에 즈음하여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대표적 사회제도로서 지방언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역언론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역부족이다. 특히 대부분의 지방신문은 메이저 중앙신문들의 지방신문시장 장악과 협소한 지방광고시장으로 인해 고사 직전의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부터 지방신문사들이 자구책으로 제기한 '지방신문육성특별법'(가칭) 제정은 새 정부의 언론정책 중 하나로 논의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어디까지나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신문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방신문의 생존전략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논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신문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것은 신문사 자체의 경영능력 제고와 편집능력 향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한계의 배경에는 지방신문 위기의 원인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을 현실에 맞지 않는 탁상공론으로 치부하고 과거의 관행을 답습한 지방 언론사들의 책임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보다는 지방언론시장의 구조적인 결함에 더 큰 문제가 숨겨져 있다.

혹자(문철수, 2000)는 지방신문시장의 구조적 결함의 가장 큰 원인을 서울에 비해 협소한 지방광고시장의 열악함에서 찾고 있는 데, 이는 숲만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한데서 오는 순진한 오류다. 지방 '생활정보지들'이 지방의 작은 광고시장을 성공적으로 점령한 사례는 그러한 주장을 쉽게 반증한다. 우리는 읍소재지 한우갈비집 광고를 지방의 라디오에서 매일 듣고 있지만, 지방신문에 게재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다. 그럭저럭 해나가는 기업의 '대포광고'(가짜광고)에 지면을 할애하는 지방신문은 있어도 구두신발처럼 흔한 중고차 매매광고를 싣는 지방신문은 없다. 광고시장의 협소함보다는 지방신문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어떤 지방신문사에 적용하든지 다음에서 열거된 된 원인 중 적어도 하나에 해당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첫째, 지방신문의 구조적 문제는 일천한 지방분권의 역사를 경험한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아직도 서울을 향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인의 최대 관심사인 대학교육에서부터 시작해 경제행위, 정치행위, 문화생활 등 거의 모든 한국인의 삶은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언론매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앙의 메이저 신문이 80% 안팎의 지방신문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서울 중심적 사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인간 존재방식이 지방의 인간 존재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방신문시장의 구조적 왜곡은 신문사 설립목적에서 발견된다. 지방 유력 기업가들, 특히 건설회사 사주들이 그들의 정치적·경제적 목적 달성을 위해 언론사를 설립·운영하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신문을 계속 발행함으로써 지방신문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모기업의 '방패막이'로 설립된 신문사는 영원히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바로 여기에서 탄생된다.

셋째, 지방신문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지방신문 자체가 오래 전부터 유지해 오고 있는 소도시 및 시군 단위의 주재기자 제도에서 발생한다. 주재기자는 지역 현장의 체험을 신속하고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첨병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소위 '영향력 있는' 지역 인사들이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문지대 및 기초자치단체 '계도지'를 담보로 광역시 단위 지방신문사들과 비정상적으로 유착되어 있다. 인쇄매체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 언론환경의 변화를 모른 채 시대를 역행하는 원시적인 그룹의 신문 관여 현상은 지방신문 자정론이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방신문시장의 중앙편중 현상과 왜곡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 동안 학계를 비롯해 수많은 독자들은 '지역밀착형 보도'로 승부를 걸라는 주문을 해왔지만, 대부분의 신문들은 그러한 주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방의 현안과 별 관계가 없다고 여겨지는 연예란과 스포츠란의 기사만 보아도 중앙의 스타들이 지면의 거의 대부분을 장식한다. 지방신문들은 미국에서 일어난 박세리의 골프대회우승 사진을 1면 톱에 싣는 것을 자랑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방신문은 지역민의 존재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을 애당초 시도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선진외국의 지방신문들처럼 한국의 지방신문들이 자발적으로 지역밀착형 보도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위에서 제기된 질문의 답이 될 수 없다.

더 나아가 지방신문사주들이 편집방향을 개선함으로써 독자(발행부수)를 확대하고, 그럼으로써 광고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신문경영전략에는 관심이 없고, 값싼 언론 근로자를 고용해 정치적·경제적 영향력 행사에 주력하기 때문에 지방언론시장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편집과 경영의 분리와 같은 언론의 기본적인 명제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사주들의 사고전환이 없이는 지방신문시장의 개선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지방신문과 소도시 및 시군의 주재기자 및 계도지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한, 다시 말해서 지방신문의 자정노력이 없는 한, 지방신문시장의 개선을 통한 자생력은 기대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의 지방신문 육성법 제정 논의는 바로 이러한 지방신문의 구조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신문사에 한해 적용되는 언론지원정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지방분권 실현에 공헌하기 위해 지역밀착형 보도를 하는 신문, 사주의 입김에서 자유롭도록 편집과 경영이 분리된 신문, 지역주재기자 및 계도지 제도에서 해방된 신문, 작지만 건강한 신문이 지원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성찰이 결여된 신문사를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은 지방언론사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건강한 언론매체까지 죽이는 꼴이다.

이 발제문은 어떤 방식으로 지방신문육성법이 제정되어야 하고 (지원 주체의 설정 방식), 어떤 기준에 따라 지방신문사가 지원되어야 하는지를 (지원 대상의 선정 방식) 제안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은 우선 지방신문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 보고, 그 다음으로는 지방신문의 자생력 향상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 끝으로 정부차원의 제도적인 지방신문 육성방안을 논할 것이다.

2. 지방신문 위기의 원인

대부분의 지방신문이 당면한 위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중앙신문이 지방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고, 둘째, 지방신문의 설립과 운영의 목적이 언론사주의 정치적·경제적 성취행위에 있으며, 셋째, 지역주재기자 제도를 통한 신문지대 확보와 계도지 판매로 신문사의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왜곡된 언론사 운영 철학이다.

1) 중앙지의 독과점 현상

2002년 7월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지역언론 활성화 토론회'에서 장호순 교수가 발표한 '지역언론 현실과 제도적 개선책'이라는 논문은 중앙지에 기생해 왔다는 지방신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역언론을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에 대한 윤곽을 그리고 있다는 보도가 눈에 띈다 (한인범, 2002). 이 보도에 따르면, 지방신문의 문제점은 1987년 6·29선언 이후 신문발행등록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는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의 제정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군부 시절 '1도 1사' 형태로 운영되던 한국의 신문시장은 정간법 제정으로 자율화되면서 신문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증가했고, 발행부수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증면경쟁, 무가지 배포, 경품 제공 등으로 신문시장 질서는 극도로 문란해졌다.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은 판매수입보다는 광고수입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신문시장에서 광고의 경쟁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200만 부를 넘게 찍어낸다는 소위 '빅3'(조선, 중앙, 동아) 또는 '메이저 신문'은 독자들에게 '많이 팔리는 신문'으로 인식되어 높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1998년 12월 규제개혁위원회가 공정거래를 위한 '신문업에 관한 특별고시'를 폐지하면서 신문시장은 더욱 혼탁해졌고, 자본력이 있는 신문만 생존하게 된다.

특히 이 시기에 들이닥친 외환 위기는 지방신문사들의 생존을 위협했고, 중앙의 메이저 신문사들이 위에서 언급한 경쟁우위 전략으로 지방신문시장까지 잠식하면서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던 지방의 신문사들은 몰락의 길을 가게 된다. 대부분의 지방 신문사들은 부채증가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고, 지방지의 시장점유율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현재 부산의 지방지 시장점유율은 약 35%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외 지역은 모두 1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울 이외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10명중 9명은 중앙지를 구독하고 있고, 1명만이 지방신문을 읽고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빅3'의 전국신문시장 점유율은 약 75%를 기록함으로써 중앙지의 극심한 독과점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방에서 중앙지의 독과점은 지방여론의 독과점을 의미한다. 소위 '조중동'을 포함한 10여 개 중앙일간지들이 다루는 기사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뉴스이고, 약 60면에 이르는 중앙일간지들이 지방의 뉴스에 할애하는 지면은 1-2개 면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역의 여론은 중앙의 여론에 종속되고 만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성을 띠는 여론의 다양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서구의 선진국에서는 중앙일간지들의 여론독과점을 막기 위해 영세신문을 육성하는 자금이 지원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은 현재 16만 부 이하를 판매하는 중소신문을 대상으로 기자교육, 인쇄기 교체, 사옥 마련 비용을 저리로 융자해 주고 있으며, 프랑스는 정부가 발행부수 25만 부 이하이고 광고수익이 전체수익의 25%이하인 일간지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강준만 교수(2002.06.04) 역시 '서울공화국' 해체를 위해서는 수도권 이외 지역의 사람들이 들고일어나는 수밖엔 없다고 전제하고, "10여 개의 지방신문사 대표들이 '지방신문육성 특별법 추진을 위한 간담회'를 열어 다 죽어 가는 지방신문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는 견해를 펼친다. 그는 이들의 시도에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고 하면서도 과연 모든 지방 사람들이 그와 똑같이 '뜨거운 지지'를 보내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 이유는 "지방 사람들의 지방신문에 대한 불신이 만만치 않은데다 그들의 의식마저 '서울공화국'의 체제 이데올로기에 세뇌된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2001년에 여야 의원 94명이 공동 발의한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이 지역 현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아직도 의결되지 못한 것을 고려한다면, '지방신문육성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위해서는 지방신문사들이 연대해야 함과 동시에 '지방신문 환골탈태를 위한 자기 개혁'에도 힘써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중앙지의 지방신문시장 독과점 현상의 원인은 메이저 신문들이 증면경쟁과 경품행사를 통해 지방신문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공격적 경영 탓만으로 귀결될 수는 없다. '서울 공화국'이 암시하듯이 지방의 독자들의 서울지향적 사고방식과 지방신문에 대한 불신과 경시현상이 다른 지방신문 위기의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지방신문의 위기는 지방신문이 한 신문으로 만족하는 주독지(主讀紙)로서 구독되느냐 아니면 중앙지 외에 부수적으로 읽히는 병독지(竝讀紙)로서 구독되느냐는 문제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간단히 말해서 지방 독자들의 서울지향적 사고방식은 지방신문이 주독지로서 기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중앙지가 1-2면에 불과한 지방판으로 지방신문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성공하는 이유가 숨어 있다. 따라서 지방지가 지역밀착형 보도를 통해 병독지로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함으로써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2) 지방신문 설립 목적의 파행성

2002년 말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지방 일간지는 69개 사로서 지난 2000년 63개 사에서 2년 사이 10%가 증가했다. 이는 지난 88년 10개 사에 비하면 무려 7배나 증가한 수치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11개 사로 가장 많고 광주 10개 사, 전북 7개 사, 대구와 대전.경남 각 5개 사, 부산.충북.제주가 각 4개 사, 인천.울산.경북이 각 3개 사, 강원.전남 지역이 각 2개 사다. 또 소도시나 군 지역에서 발행되는 기타 일간지로 등록된 신문도 437개에 달한다 (이재협, 2003). 여기에 명멸을 거듭하기 때문에 통계 파악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 등록 지방 주간신문까지 합하면 지방신문의 수는 총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지방신문이 저임금과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 없는 지방지의 창간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지방지 난립 원인은 우선 현행 '정간법'에서 찾을 수 있다. 정간법에 따르면 일반 일간지의 경우 타블로이드 2배판 4면 기준 신문지를 시간당 2만부 이상 인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윤전기와 대통령이 정하는 부수인쇄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누구나 신문을 창간할 수 있다. 단순한 기업이 아닌 사회의 중요한 공기인 신문을 돈만 있으면 창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간법은 신문 창간 조건을 윤전기 등 시설기준만(언론 외적 기준)으로 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신문의 언론 기능 수행에 대한 제재조항을 따로 두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력을 갖춘 지역 기업들은 지역에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신문을 창간한다. 실제 지난 10여 년간 창간된 지방신문의 대다수가 지역 내 건설회사나 유력 기업의 소유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간지가 10개에 달하는 광주의 경우 극치에 달한다. 기자협회가 조사한 지방일간지 소유구조 현황에 따르면 대표 주주가 지역 기업이나 개인 재력가가 아닌 재단이나 단체 소유인 신문은 대구의 '매일신문'과 부산의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뿐이다 (이재협, 2003).

이와 관련해 우리는 몇 년 전 청와대에서 있었던 해프닝에서 지방지 난립의 난맥상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 초청 언론사 대표 모임에 각 지방 건설회사 사주들이 ○○신문이나 ○○일보 회장의 명함을 달고 줄줄이 참석해, 그 이후로는 청와대 모임에 언론사는 회장은 빼고 사장만 참석시키자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는 후문이다."(이재협, 2003)

지방신문의 사주는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신문의 편집방향을 조종하거나, 모기업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신문을 도구로 권언유착을 시도하기도 한다. 일부 신문의 경우 기자들에게 모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왜곡 기사를 쓰게 하여 그들을 사주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사주의 의향을 잘 헤아리는 지방신문 기자가 후한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박봉으로 살아야 하는 지방신문 기자들은 촌지와 향응에 대한 유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더 나아가 부실한 경영의 책임을 언론인들에게 전가해 그들을 독자시장과 광고시장에 투입시키거나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모는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신문사도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주의 의도를 따르지 않는 언론인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폐업과 복간을 일삼는 지방 신문사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론운동시민단체나 지역 독자들의 저항에 부딪히는 빌미가 되고, 지방신문에 대한 불신을 낳는 요인이다.

강준만 교수(2002.05.12)는 지방신문 육성법 제정과 관련해 지방 신문의 신뢰회복을 역설한다. 그는 계도지, 광고 수주, 기사의 공정성 등에서 지방신문들이 지방신문 육성법 제정을 주장하기에는 깨끗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헌법 제119조, 제120조, 제122조, 제123조에 명시된 지방신문 육성의 근거에 따라 '정당한 제몫'을 찾기 위해서는 큰 소릴 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깨끗해져야 한다는 논거를 제시한다. 그는 깨끗함의 첫째 조건을 '투명성'에서 찾고 있으며,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극심한 금단 현상'과 비교될 수 있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신문들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신뢰를 찾아야 한다. '신뢰'없이 절대 신문 장사 안 된다. 이 세상 다 꿰뚫고 있다는 듯 그 도사 같은 냉소주의를 내던지고 신뢰를 얻기 위해 발버둥쳐보자."

지방신문 창간의 목적을 '지역문화 창달'이니 '건전한 지역여론 형성'이니 하는 사시로 숨기고 뒤에서 사주의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성취하는 신문이 존재하는 한, 지방신문 육성법에 의한 신문사 지원은 국민의 세금낭비로 끝날 것이다.

3) 지역주재기자 제도와 계도지

'지방주재기자'의 기능은 원래 중앙 언론사의 직접적인 손길이 뻗치지 않는 곳에 기자를 파견해 현장의 생생한 사건을 본사로 중계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지의 지방판은 이러한 지방주재기자의 작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방주재기자는 언론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신문의 '지역주재기자'는 언론업무를 수행하는 '언론네트워크'라기보다는 '신문지대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영업네트워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다시 말해서 광역 자치단체에서 발행되는 지방신문사가 소규모 시나 군 단위에 거주하는 인사를 시켜 언론인과 영업사원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가 지역주재기자 제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언론인으로서 역할보다는 영업사원의 업무가 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언론인의 자질보다는 신문판매 능력이 지역주재기자의 계약 자격을 결정한다. 따라서 지역주재기자들은 전문 언론인이 아니라, 대부분 그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중소 자본가들이다. 일정한 신문지대를 담보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지방신문사는 힘 안들이고 안정적인 지대를 확보할 수 있다.

지역주재기자의 영업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역의 독자를 직접 찾아가 신문을 판매하는 형태가 있고, 다른 하나는 기초자치단체의 기자실을 이용해 소위 '계도지'를 판매하는 형태다. 전자는 성실한 영업행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후자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세금으로 부실한 지방언론사를 먹여 살리기 때문에 오늘날 언론운동시민단체나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저항에 부딪혀 폐지의 대상이 되었다. '계도지'란 지난 군사정권시절 (박정희 정권시절로 거슬러 올라감) 통반장을 길들이고 정부정책의 선전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자치단체에서 "주민을 계도한다"는 명목 아래 연간 수천만-수억원 씩의 예산을 들여 일괄 구입해 통반장 등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특정신문들을 일컫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계도지 예산은 중앙과 지방 행정부처의 연간 예산편성 항목에서 빠지지 않는 관행적인 제도로 굳어져왔다. 주민들의 혈세가 계도지 구입을 위해 낭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도지는 권언유착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계도지 예산액은 신문사 당 연간 수천만원(전북 고창의 경우 2002년 계도지 예산으로 5천2백94만4천원 편성)에서 수억 원(서울 구로구에서는 '대한매일신문' 연간 구독예산으로 2002년 2억5천 만원, 2003년에는 2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군소 지방신문사의 지대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고창코리아, 2002.01.10; 김경숙, 2003.02.25). 2001년 전북의 경우 전주시와 군산시, 남원시를 제외한 11개 자치단체가 총 7억여 원의 계도지 예산을 편성했으며 2002년에는 김제, 완주, 무주, 진안, 부안이 계도지를 폐지하면서 5개 시·군만이 계도지 예산을 편성했다 (새전북신문, 2002.08.28). 전남 함평군의 경우 제정자립도에 있어 전국 최하위이며 복지증진 등 다른 분야의 예산도 부족한 실정인데 2002년 계도지 예산으로 중앙일간지 '대한매일신문'에 1천만원, 지방일간지 6개 사에 2천6백만원 등 총 3천6백만 원을 책정해 지출했고, 2003년 예산으로 지방일간지 2592만원과 중앙일간지 720만원 등 총 3312만원을 편성해 빈축을 사고 있다(오마이뉴스, 2002.12.27). 2002년 말 현재 전남도내 22개시군중 나주시를 비롯한 12곳 자치단체가 계도지 예산을 책정하지 않거나 의회 심의과정에서 삭감했고, 함평군을 비롯한 10개 군이 계도지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2002.12.27). 연간 계도지 예산으로 서울시는 약 50억 원, 전국적으로는 약 150억 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경숙, 2003.02.25).

시민들의 저항으로 2002년 많은 계도지가 폐지되었지만, 시대를 역행하며 아직도 남아 있는 이유는 대개 지방선거 출마를 겨냥한 시군 의원들이 지방신문사의 비위를 맞추고 개인의 업적을 홍보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계도지 해당 신문사에 잘 보이면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지방신문사의 자정론이 제기된다.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과 지역주재기자제도에 의해 형성된 계도지는 권언유착의 핵으로서 지자체의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할뿐만 아니라, 진정한 지역여론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난과 폐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계도지는 지역의 신문지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불신을 받고 있는 지방신문사를 존속시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지방신문육성법이 제정된다면, 계도지 폐지와 같은 자기정화를 하지 못하는 지방신문사는 당연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3. 지방신문의 자생력 향상 방향

2003년 대부분의 지방신문은 지방신문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시장경쟁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정체성과 대외경쟁력을 가지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미디어경영연구소, 2003.02.10). 다시 말해서 뚜렷한 정체성, 특화된 편집체계 그리고 남다른 수익모델이 없는 신문은 급속히 몰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2003년 상반기는 신문업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로 인식되고 있다. 먼저 새정부 출발에 따른 언론시장에 대한 개입의지와 (소위 '자전거신문' 규제 등)국내 경기침체의 장기화 전망 등 신문산업과 관련된 요인과, 북핵문제, 이라크전쟁 등 신문산업 외적 요인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 메이저 신문들의 치열한 경쟁은 물량공세로 나타나 가뜩이나 힘든 지방신문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많은 지방신문사 경영자들의 구시대적·고압적·폐쇄적인 경영방식 역시 큰 변화를 보일 것 같지 않다는 예측도 나와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방지에서 지역정보와 생활경제를 최고의 뉴스가치로 삼는 신문사가 확산되고 있어 새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과 맞물릴 경우 상당한 시너지적 효과를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방신문육성법이 제정되어 지방신문에 대한 정부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지방신문은 그 동안의 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방신문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이 자생력은 무엇보다도 지방의 독자가 지방신문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고려해야만 키워질 수 있다. 붕어 없는 붕어빵은 있을 수 있지만, 독자 없는 신문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지역밀착형 보도'로 지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독자를 기다리지 말고 독자를 찾아가야 한다. 거칠게 말한다면, 지방신문에 서울의 뉴스는 '해외단신' 정도로 다루어지거나 아예 없어도 된다. 국제 뉴스나 서울의 뉴스는 중앙지나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독지 개념을 떠나 병독지로 가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여러 구가 있는 광역시의 경우 '구판'(區版)을 만들어 독자 곁으로 가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 시군에 거주하며 계도지를 팔아 권언유착을 일삼는 지역주재기자들을 정리하고 참신한 언론인을 채용해 '시군판'을 만드는 것도 괜찮다.

둘째, 지방신문은 뚜렷한 정체성과 특화된 편집체계로 독자(발행부수)를 확대함으로써 광고시장수지를 개선하는 언론기업 고유의 경영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화된 편집체계를 구축하려면 인적자원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언론기업의 성공은 다른 기업과는 달리 임직원들의 질에 달려 있다. 좋은 대우로 훌륭한 기자들을 붙들어 놓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속성이다. 우수한 실적은 우수한 보수의 대가이며 어떤 기자도 명예로만 살 수 없다. 또한 지방신문사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신문사를 설립·운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편집과 경영의 분리라는 언론의 기본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방신문은 현재 지역의 신문지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지역주재기자 제도를 영업네트워크로 이용하지 말고 언론네트워크로 이용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에서 계도지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권언유착이 근절되어야, 곧 지방신문이 깨끗해야, 지자체 정치를 비판· 견제· 감시하고 지역민의 여론 수렴에 충실한 언론매체로 거듭날 수 있다. 지방신문은 이러한 자정 노력을 통해 비로소 지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지방언론사 사주들은 지방언론육성법 제정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4. 정부차원의 지방신문 육성방안

정부차원의 지방신문 육성을 위한 제안은 놀랍게도 단 두 개의 일간지밖에 없는 강원도에서 나왔다. '강원도민일보' 상무이사 김중석(2002)씨는 '공정한 룰', '사상의 다양성', '여론의 다원화'를 논거로 '지방신문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는 '강원도민일보사'가 2002년 3월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지방신문 경영여건과 시장환경의 개선"이라는 의미에서 '(가칭)지방신문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초안'을 마련해 전국 지방신문사에 보내 공감대 형성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밝힌다. 이 안의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는 정신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지방신문육성을 위한 장·단기계획의 수립과 추진, 지방신문육성기금의 설치, 지방신문육성위원회 설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신문육성지원의 법적 근거 확보"로 이루어져 있다. 김중석씨는 한편으로는 "법 제정 추진과 초안에 대한 지방신문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호응도가 높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견제와 비판, 감시'라는 언론본연의 기능과 특성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전제로 한 특별법 제정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되었으며, 지방신문이 난립돼 있는 상황, 소유형태나 자본의 건전성 등을 문제점으로 꼽기도 했다. 또한 지원의 대상과 범위, 방법 등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개진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점들이‘지방신문육성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당위나 절박감에 장애가 될 수 없으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김중석, 2002)라고 주장한다.

한국언론재단에서 발행되는 잡지 '신문과 방송'(2002, 378호)은 지방신문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의 골자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 지방신문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의 골자

○ 목적: 이 법은 지방신문육성을 위한 중장기계획의 수립 및 추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과 지방신문 육성사업의 추진을 위한 기금의 설치와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함.

○ 정의: 이 법에서 지방신문이라 함은 공보처(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지방종합 일간신문을 말함.

○ 지방신문 육성계획의 수립 추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신문육성을 위한 지원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여야함.
-문화관광부장관(혹은 국정홍보처장)은 매 5년마다 지방신문육성 기본계획을 수립, 추진(이를 한국언론재단을 통해 위임 시행할 수 있음).
-기본계획에는 다음 사항을 포함한다.
1)지방신문육성정책의 기본방향과 목표(판매, 광고에 있어 공정거래여건조성)
2)지방신문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의 수립과 연도별 추진사업
3)지방신문육성을 위한 종합적인 재원확보방안
4)지방신문육성을 위한 재정지원, 세제감면 원칙
5)지방신문육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부담기준


○ 중장기 계획의 수립절차
-문화관광부장관(혹은 국정홍보처장)은 기본계획 수립의 기본방향을 작성하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광역시장, 도지사, 한국신문협회에 통보하고 의견의 제출을 요구.
-문화관광부장관(혹은 국정홍보처장)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가 제출한 기본계획을 종합 조정한 후 공청회 개최 등 여론수렴의 기회를 거쳐야함.
-기본계획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결정함. 다만 경미한 사항은 신문협회 또는 지방신문육성·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변경할 수 있음.

○ 지방신문육성위원회
-지방신문육성과 관련한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주무부처 장관 소속(또는 한국 신문협회) 하에 지방신문육성위원회를 둠.
-위원회는 1)지방신문육성을 위한 기본정책의 수립, 2)중장기 지방신문육성을 위한 정책수립 및 변경, 3)연차별 실행계획의 수립 및 변경, 4)지방신문 평가모델 및 지원기준마련, 5)지방신문 육성사업의 추진성과 분석 및 평가, 6)지방신문육성기금의 운영방향 수립, 7)지방신문육성을 위한 각종 제도개선 및 변경, 8)기타 지방신문육성과 관련된 중요한 정책사항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 당연직 위원을 포함한 15인 이내로 함
-위원장은 문화관광부장관(또는 국정홍보처장)이 되고, 부위원장은 당연직 위원이 아닌 자 중에서 선출된 자
-당연직 위원은 중앙행정기관의 장관 중에서 대통령이 정하는 자
-당연직 위원이 아닌 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한 자
-위촉위원은 지방신문육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지방신문에 종사한 경험이 풍부한 덕망 있는 인사 중에서 위촉
-사무기구는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설치.

○ 지방신문육성기금의 설치
-지방신문육성사업을 위해 '지방신문육성기금'을 설치함.
-이 기금의 관리·운영은 문화관광부장관(국정홍보처장), 또는 지방신문육성위원장
-이 기금의 세입은 매 회계연도 정부 일반회계 예산중 일정금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 지방자치단체 광고대행 수수료 / 다른 특별회계로부터의 전입금 /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입금
-기금은 신청주의에 의거한 지방신문육성계획의 추진을 위한 사업지원, 육성정책의 추진을 위한 자금융자, 지방신문육성정책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 및 교육비에 사용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신문육성을 위하여 회계연도마다 기금출연금을 예산에 계상하여야 함.

○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신문지원
-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신문이 지역사회발전과 언론문화창달을 위한 핵심분야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설 및 판매, 광고 등에 필요한 예산과 경비를 지원할 수 있음.
- 지원기준과 대상, 방법은 지방신문육성위원회가 정한 규정을 따름.

○ 지방신문의 책무
-지방신문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편집권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여야 함.

○ 시행시기: 이 법은 2002년 월부터 시행함. 시행일로부터 10년간 한시법으로 시행함.


이 안은 '지방신문육성위원회'와 '지방신문육성기금' 등 제도적 기구에 대해서는 비교적 설들력 있고 (이미 없어진 '공보처'나 '국정홍보처'를 제외하면) 상세한 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지원 대상에 대해서는 '지방신문의 책무'를 제외하고는 한 마디 언급도 없다. 아마도 중이 제 머리 깍지 못하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더구나 '지방신문'의 개념을 공보처(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지방종합 일간신문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일간신문사 상무이사의 자사 이기적 태도에서 나온 발상이 아닌가 싶다. 그는 지방에는 지자체에 등록된 주간신문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필자는 '지방신문육성위원회'와 '지방신문육성기금'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보다는 지원 대상 신문의 선정기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는 신문의 다양성(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신문을 직접 지원하는 국가들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소규모 신문만 지원) 중 가장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국가다 (김성재, 1998, 416-417쪽). 이미 10년 전 (1993년) 프랑스는 40억 프랑에 해당하는 신문우송료를 할인해주었고, 부가가치세를 18.6%에서 2.1%로 내려주어 간접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한편 직접적인 지원은 광고량이 적은 전국지와 지방지, 외국에 소재하는 프랑스어 신문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전국지의 경우 15만 부에서 25만 부를 발행하고, 1부 판매가격이 전국 평균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광고수입이 전체수입의 25%를 넘지 않는 3개 신문이 지원을 받았다 (2002년의 경우 3개 신문사가 462만 유로[한화 약 57억 7천만원]를 지원 받았다, 무등일보, 2003.02.06). 지방지의 경우 6만에서 7만 부를 발행하고, 1부 판매가격이 전국 평균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광고수입이 전체수입의 5% 미만일 때 지원을 받았다 (2002년 14개 지방지가 138만 유로[17억 2천만원]를 지원 받았다, 무등일보, 2003.02.06). 그러나 지방지가 해당 지역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목할만한 것은 프랑스는 "프랑스 언어와 사고를 전파하기 위해" 외국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지원하는 1993년 한해 동안 3900만 프랑을 지출했다.

'강원도민일보' 김중석 상무가 주장하듯이 지방신문의 사정을 고려하지도 않고 국민의 혈세로 모든 지방일간지를 지원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보다는 지방신문 육성의 핵심은 지역 독자에 의해 선택된 지방신문만을 지원함으로써 현재 불신을 받고 있는 신문을 정화하고 개혁하는 데 있다. 독자의 성원을 받는 신문은 계속 지원을 받아 계속 성장할 것이고, 독자의 외면을 받는 신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자동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지원 대상 신문을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서는 "지방신문에 종사한 경험이 풍부한 덕망 있는 인사"('지방신문육성위원회' 위원)나 현직 종사자는 선정주체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또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는 정신에 따라 지자체 관료나 정치인도 선정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선정주체는 지방신문 구독자, 지방소비자시민단체, 지방언론운동시민단체, 지방신문의 개혁에 공헌한 인사 등으로 구성된 '지방신문육성선정위원회'가 되어야 하며, 이 위원회는 서울이 아니라 선정대상 신문의 소재지에 설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정주기는 매년 지방신문을 평가할 수 있도록 연 단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선정기준은 지역밀착형 보도, 편집과 경영의 독립, 지역주재기자제도의 활동상과 계도지 폐지, 언론개혁의 의지,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 광고수입이 전체수입의 5% 미만인 소규모 지방신문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원금액은 우리 지방신문의 영세성을 감안할 때 발행부수와 상관없이 신문사 전체수입의 25% 정도를 보존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중앙지가 광고수입이 전체수입의 25%를 넘지 않을 경우 지원 받는 것을 참고로 한 것이다. 지방신문이 중앙지와 동등한 언론기능을 수행하려면 이 정도의 액수가 적정수준이라고 여겨진다.

5. 결론
새 정부는 국민참여와 지방분권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지방언론매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충실한 언론기능(비판, 견제, 감시, 여론형성)을 수행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 지방언론매체, 특히 대부분의 지방신문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방신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부터 일부 지방신문사들이 제안한 '지방신문육성특별법'의 제정은 '정간법' 개정과 언론기업특혜 배제 등과 함께 새 정부의 언론정책 수립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지방신문에 한해 지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글은 지방신문육성법의 제정 움직임과 관련해 지원 주체의 설정 방식, 지원 대상의 선정 방식 등을 제안하려는 시도다. 그 전에 지방신문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 보고, 지방신문의 자생력 회복 방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지방신문의 위기는 지역주민의 서울 중심적 사고, 지방신문사 사주들의 신문철학 부재, 지역주재기자들을 이용한 지방신문과 지자체간의 권언유착(계도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신문이 자생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지역밀착형 보도를 함으로써 지방독자를 확보해야 하고, 신문사주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편집과 경영을 분리해야 하며, 지역주재기자 및 계도지 제도(권언유착)에서 해방된 신문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지방언론육성법이 논의될 수 있다.
지방신문육성법은 해당 지역민이 선정한 지방신문을 지원함으로써 중앙신문의 지방여론독과점을 방지하고 현재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지방신문을 정화하고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자생력을 키워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신문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계속 성장할 것이고, 독자의 불신을 받는 신문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선정주체는 지방신문 구독자, 지방소비자시민단체, 지방언론운동시민단체, 지방신문의 개혁에 공헌한 인사 등으로 구성된 '지방신문육성선정위원회'가 되어야 하고, 선정기준으로는 지역밀착형 보도, 편집과 경영의 독립, 지역주재기자제도의 활동상과 계도지 폐지, 언론개혁의 의지, 경영과 회계의 투명성, 광고수입이 전체수입의 5% 미만인 소규모 지방신문 등이 제시될 수 있다. 또 지원금액은 발행부수와 상관없이 신문사 전체수입의 25% 정도를 보존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어디까지나 지방언론육성법 제정과 관련해 지역민과 언론학계를 위한 공론화 과정의 일부로서 제안될 뿐, 지방신문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안한 지방언론사주들과 직접적인 관계(토론회, 문서를 통한 의견교환 등)가 없음을 밝혀둔다.



참고문헌

강준만 (2002.05.12). 깨끗해야 큰 소리 칠 수 있다. 『새전북신문』

강준만 (2002.06.04). '지방신문육성특별법'.『한겨레』, 고창코리아(2002.01.10). 계도지에 집착하는 이유

김경숙(2003.02.25). 계도지 예산 폐지 뜨거운 쟁점화. 『구로타임스』

김성재(1998). 로베어 에어송. 한국언론연구원 총서,『세계의 언론인』(409-433). 서울: 한국 언론연구원.

김중석(2002). 이달의 화제: 지방신문육성특별법 제정하자. 『신문과 방송』, 378호, 49-53.

무등일보(2003.02.06). 지방언론육성 방법·시기 '촉각'.

문철수 (2000). 한국 지방신문의 생존전략,『지방신문 생존전략 학술회의』,미디어경영연구소 학술회의 발표문, 2000.11.3 서울: 미디어경영 연구소.

미디어경영연구소 (2003.02.10). 2003년도 신문업계전망 (3).

새전북신문(2002.08.28). 추경에 계도지 부활예산이?

오마이뉴스(2002.12.27). 함평군 계도지 예산 편성 빈축.

이재협 (2003.02.12). 지방언론 키우자-광고 서울 편중 날로 심화-(3)위기의 지방신문(상) 『매일신문』

한인범 (2002.08.06). 중앙지 시장잠식 여파 고사위기: 신문시장 혼탁, 지방지가 사라진다. 『일요시사』, 342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