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문제 똘레랑스 보여라”
“한총련 문제 똘레랑스 보여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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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사회운동가·한총련 학생 주장 엿보기>


한총련 학생들의 5·18묘지 시위 사건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국가원수에 대한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엄정한 사법처리’를 주문하는 목소리에서부터 ‘정치적 표현의 다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지까지 그 주장도 각양각색이다. 한국사회가 그 만큼 정치·이념적 스펙트럼이 확대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일각에서는 여론몰이식 마녀재판을 통해 이번 사태를 재단하려는 시도들이 그치지 않고 있어 정치적 다원성의 확대가 사회적 똘레랑스의 확대로까지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지역 시민사회가 적극적인 ‘한총련 껴안기’를 시도함으로써 모처럼 민주·인권·평화 도시에 걸맞는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들린다. 이와 관련 이 지역 시민사회 운동가들과 이번 5·18묘지 시위사건으로 파장을 일으킨 학생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광주입장 조문 온 손님 선처요구 당연”

▲ 강신석 5·18민중항쟁 제23주년 기념행사위원회위원장=17일 이런 저런 우려가 있어 한총련 학생들과 면담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5·18 묘지에서 집단적 충돌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관계당국도 ‘경호가 허술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답변했다. 학생들과 관계당국간에도 깊은 교감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비쳐볼 때 이번 사건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

조만간 청와대에 대표단을 파견해 이번 문제에 대해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건의하겠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께 한총련 학생들에 대해 가능한 한 사법처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달할 계획이다. 법무부와 검찰에도 똑같이 선처를 요구하겠다. 처음에는 다소 불쾌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사해본 결과 학생들의 표현방식에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 어쨌든 광주입장에서는 조문 온 손님들이 아닌가. 선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처벌 능사 아니다…사회적 포용력 필요”

▲ 김정길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대표=5·18행사에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사태발생 이후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19일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18묘지 충돌사건은 한총련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 돌발적인 상황이었다. 경찰과 학생들이 묘지 진입을 둘러싸고 우발적으로 뒤엉킨 상황이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행사진입을 막을 생각은 없었던 걸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도덕성을 걸고 조사결과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한총련이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진입을 막았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법처리가 능사는 아니다.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조사단을 꾸려 이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고 국민적 합의와 동의하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회적 포용력을 발휘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 공약변질 문제제기 있어야”

▲ 오병윤 광주·전남연합의장=노무현 대통령의 광주방문은 며칠 전부터 예고됐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도 못돼 후보시절 공약들이 심하게 변질됐다. 당연히 시민사회단체의 내부 토론이 뒤따랐고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망월동 참배를 거부하자는 주장은 없었다. 학생들도 시민사회 진영의 입장을 존중, 물리적으로 거부할 계획이 없었다.

한총련과 남총련의 정치적 견해차이가 있었던 적은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남총련이 독자적으로 행동한 적은 없다. 학생들은 친미굴욕 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서한을 평화적으로 전달하려 했을 뿐이다. ‘선 사과’라는 표현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표현이지 그것 자체가 계획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피켓 시위는 20∼30명이 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며 구묘역 학생들은 피켓시위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한총련 순례단 소속으로 5월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것이다. 구묘역을 참배한 후 신묘역을 참배하려 했을 뿐이다.

“5·18묘지 충돌 참배과정 우발적 상황”

▲ 정달성 전남대 부총학생회장=노무현 대통령의 친미사대외교를 규탄하고 항의를 표시하기 위해 5·18묘지를 찾은 것이다. 그것은 정당하고 당연한 요구다. 5·18기념행사의 차질이나 충돌을 계획한 적은 없다. 우리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피켓팅과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었다. 당시 물리적 충돌은 한총련 일방의 책임이 아닌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상황이었다.

당시 묘지입구에는 노사모, 개혁국민정당, 안티조선, 한빛고 등이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찰들이 유독 한총련에 대해서만 진입을 막았다. 이번 사태는 경찰봉쇄가 일차적 책임이다. 경찰은 한총련이 물리력을 행사해 노 대통령의 묘지 참배를 막으려 했다고 일방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총련은 노 대통령의 대미종속외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한총련 합법화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마녀사냥식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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