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배우는 선덕사유치원 '숲속 아이들'
자연을 배우는 선덕사유치원 '숲속 아이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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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숲에서 나무랑 꼬꼬랑 놀아요 천리향 수숫꽃 밥풀나무로 에워싸인 앞마당 화요일이면 60여명 산에 오르는 '병아리들' 오르는 길 벌레랑 꽃 보며 "어? 이건 뭐야?" "건물에 가둬 A,B.. 1,2 배우는 게 교육 아니야" 행법 원장, 엄마들에 따끔한 일침 '산으로 둘러쌓인 신선한 공기는 벌써부터 꼬끝을 부딪쳐오고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와 같은 모습. 파릇파릇 나무들의 새잎은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널찍한 뒷마당에 서 있는 미끄럼틀. 동화속에 나오는 그네. 웅크리고 있는 꼬꼬. "엄마 엄마 나 여기 다닐래. 놀이터도 있고 나무도 있잖아".' -홍성부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쓴 '특별한 행복찾기' 중에서- 이것이 바로 선덕사 유치원을 찾는 이들의 이유다. 광주시 북구 두암동 율곡초등학교 뒤편에 자리잡은 선덕사유치원. 미끄럼틀, 시이소 등 놀이기구가 있어야 할 유치원 앞마당은 천리향, 만리향, 수선화, 수숫꽃, 밥풀 나무 등으로 에워쌓여 있다. 오늘은 산책하는 날 -. 선덕사유치원 60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방에서 나와 신발을 찾아 신고선 밖으로 뛰쳐나간다. 밖에는 길다란 줄 하나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줄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번 학기가 시작되고 지난번 첫 산책을 나갔을 땐 힘들어서 울었던 아이들도 있었어요" 3년째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영미교사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번 산을 올랐던 아이들은 이제 제법 산오르기가 익숙해진 모양이다. 가파른 길이 많아 발걸음이 불안한 어린이들이 올라가기엔 다소 위험해 보이는 산길. 그러나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제 앞가림을 다한채 자기보다 어린 동료들을 챙겨주느라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선생님 먼저 가세요. 채림이는 제가 데리고 갈께요"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의 어른스러움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아이들은 산을 오르면서 무작정 높은 정상만 바라보지 않는다. "선생님 여기 나무에 파란 싹이 돋았어요" "어? 이건 무슨 동물이야?" 나뭇잎 사이에 붙어 있는 벌레도 이들에게 사람과 똑같은 생명체로, 그래서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이렇게 숲과 어우러져 오르기를 20여분 정도. 따스한 햇살과 함께 넓은 품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정상.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아이들은 서로 '야호'를 부르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아이들의 소리는 하나로 모아져 숲을 흔들어 놓는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이처럼 '자연과 함께 하는 교육'이다. "엄마들이 애들을 너무 고생시켜요. 발달 단계를 고려해야 하는데 부모들이 지적 욕구에 너무 욕심을 부리니까 제대로 유아교육이 안되고 있는것 같아요" 요즘 교육실태를 안타까워 하는 행법 유치원장(56). 그는 조기교육을 위해 이민을 떠나는 부모들을 따끔히 비판한다. 그래서 선덕사유치원은 교육의 희망을 찾으려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건물 내에 갇혀 한글, 숫자 배우는것만이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죠 ... 목마르지도 않은데 물을 마시라면 그것이 귀한지도, 필요한지도 모른채 배우게 되지요" 행법 원장은 그래서 "나무도 묘목 때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야 하는 것처럼 사람 역시 어려서의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교육자다. 따라서 이곳의 어린이교육은 일반 주입식 교육이 아닌 경험에 의한 교육을 중시한다. 행법 원장이 직접 들려주는 동화를 들으며 아이들 생각의 폭을 넓히는가 하면, 산책·국선도 등으로 체력을 키우는 학습도 진행하고 있다. 또, 장구를 배우며 우리문화,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려 노력하고 있다. 'A,B,C' '1+1=2'는 몰라도 '나와 자연이 함께 숨쉬며 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아닌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며 사는 '숲속의 아이들'-. 각박해져만 가는 이 사회에서 진정 필요한 사람은 바로 이런 정신을 배우며 자라난 아이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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