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나무 엿석작에 담아내는 쌀강정의 삼색이 매우 선명하다. 오미자, 유자, 파래를 말리고 갈아만든 천연재료를 세 번 쪄서 말린 쌀과 버무려 강정으로 만들어냈다는 분홍, 노랑, 파란 색깔의 강정이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깨강정도 포도, 딸기, 파래를 직접 가공해 고아낸 엿으로 깨와 버물린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강정 모양이 특이하다.
결혼철을 맞아 전통음식연구가 한예자씨(64·광주시 동구 소태동)의 손놀림도 최근 바빠졌다.
폐백·이바지음식을 만들어 주문자의 입맛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 평소 음식만들기를 즐겨하던 한씨는 20년 전부터 전통음식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학원도 다니고 나름대로 연구도 많이 했다. 음식솜씨는 친정 어머니대부터 물려받았다고 할 정도로 타고났다. 1999년 서울 궁중음식연구원의 폐백·이바지음식반을 수료한 뒤 광주YWCA 출장요리사로 나가면서 부업이 어느새 직업이 됐다. 현재는 광주Y일하는여성의집에 출강도 하고 있다.
한씨의 폐백·이바지음식 만들기는 한씨에겐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즐거움이 있고, 결혼을 앞둔 신부측 주문자에게는 음식 준비의 번거로움을 덜면서 예쁜 이바지를 시댁에 가져가게 해주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봄이 되면서 요사이 주말이면 주문량이 평균 2∼3건에 이른다. 역시 전통음식연구가인 손아랫동서와 손을 맞춰 주문에 맞추기 위해 금요일 저녁에는 밤을 새기도 한다. 따로 간판을 걸고 직업전선으로 나선 것도 아니지만 솜씨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주문이 늘어났다. 그래도 수고한 만큼 대가는 크지 않다.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에도 성수기 비수기가 있기 때문에 수입은 월평균 50만원 정도란다.
폐백음식은 닭 두 마리 꾸미기, 구절판, 술, 대추고임 등 네 가지가 기본으로, 그 비용이 20만원선. 여기에 주문자에 따라 다른 음식을 추가하면 더 비싸진다. 깨강정으로 만든 엿석작(엿 5근 기준)이 10만원, 중석작(유과)이 8만원, 대석작(유과+깨강정)이 15만원 정도다. 육포, 생선모듬, 족편, 인삼정과 등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최고 100만원까지 있다. 가격은 시중 업소나 예식장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양과 질에 따라 다르므로 일정한 가격선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음식이란 맛이 당연히 으뜸이어야 하지만 모양도 중요하다. 신부가 시댁에 이바지로 가져가는 음식에서 모양내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폐백·이바지 음식은 잔손질이 많이 간다.
한씨의 폐백·이바지음식 비법은 색깔로 모양내기의 멋을 부리지만 절대로 색소는 쓰지 않는다. 반드시 천연재료를 제철에 준비해 두었다가 사용한다. 그래서 맛도, 모양도 어느 상품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강정의 경우 엿의 농도가 중요하다. 엿과 설탕을 배합하는데 온도에 따라 농도를 달리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쉬이 눅눅해지므로 설탕을 더 첨가한다.
한씨는 폐백·이바지음식이란 게 한 가정을 새로 꾸며 출발하는 신랑 신부 양가의 가교역을 하는 '작품'이라며 "손맛, 정성, 인내심이 부합되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일 욕심도 따라야 한다.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하지 누가 시켜서는 못한다"며 세월이 쌓이면서 노하우도 생겨 이 일이 "재미있다"는 한씨. 결혼이 뜸해지는 여름철이면 솔직히 "심심하다"고 말한다.
한씨의 솜씨가 궁금하면 전화 (062)226-7733, 011-625-7732로 문의하면 된다.
최신 HOT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