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는 일제 식민지 통치 수단
호주제는 일제 식민지 통치 수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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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호주제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져 있는 듯 하나 남성들도 호주제 폐지를 원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방재성씨는 "호주제 폐지는 여권 신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순적인 부분을 깨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편집자주-

호주 제는 민법상 가(家)를 규정함에 있어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로써 민법 제 4편 (친족 편)을 통칭하며, 그 절차법으로 호족 법이 있다. 그런데 이 제도에 ‘남성우선 적 호주 승계 순위 호적편제성씨제도’와 같은 핵심적인 여성차별 조항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의식과 악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 주는 전 세계의 유일 무이한 법이다.

호주제도는 민법상의 호주제도 가(家) 제도가 규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 개인의 모든 신분 변동 상황(출생, 사망, 혼인, 입양, 파양 등)을 시간별로 기록한 공문서로써, 사람의 신분을 증명하고 공증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편제 방식은 하나의 호적에 가족 모두의 신분 변동 사항이 기재되며, 편제의 기준은 ‘호주’이다. 즉 가족원 모두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그 상호 관계를 기재함으로써 그 지위가 명시된다.

이 때문에 가족 내 주종관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비판과 아울러 이혼, 재혼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렇듯 호주 제와 호적 제도는 필연적인 관계가 아닌 호적 편제 방식에 관한 기술적인 문제이다. 호주제의 존폐와 상관없이 신분 증명제도로써의 호적은 필요하고 호주제도가 폐지 될 경우에는 호적의 편제 기준과 편제 범위를 새로 정하면 된다.

일본 천황에 절대적인 복종과 충성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

역사적으로 볼 때 호주 제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이 아니며, 일제가 식민지 통치의 목적으로 강제 이식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호주 제가 우리 민족 고유의 가족제도이기 때문에 존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역사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전후 일본 사회에서 헌법과 조화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폐지된 호주 제가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탈을 쓰고 민법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민족사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호주 제는 우리 사회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성리학이 지배했던 조선 후기 농경 사회에서는 가부장제 가족 제도가 성립 유지 될 수 있는 토양이 제공되었으나, 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현대 산업 사회에 가부장제를 위한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여 노비 제를 인정했고, 양성의 차별을 세상의 기본 이치로 받아들여 장자에 의한 가계 계승과 처첩제도를 수용했던 성리학이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 원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봉건 시대에 일본 무사 계급 특유의 가족제도였으며, 후에 일본 구 민법(1898년 명치민법)에 규정되어 일제의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된 호주제도가 우리 가족 생활의 기본 원리를 제공할 수 는 없는 일이다.

군국주의 일본 천황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과 충성을 유도하기 위하여 도입한 호주 제는 그 반 민주성으로 인하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구성 원칙과는 애초에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적인 면에서도 호주 제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호주 제가 존속하는 한 여성은 남성이 주인인 ‘가(家)’에 속해 있는 종속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대 산업 사회는 가부장제 위한 자리는 더 이상 존재 안 해

그 뿐만 아니라 대를 잇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사고 방식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들만이 집안의 대를 이을 수 있다는 성리학의 종법 사상을 법이 뒷받침하고 있는 결과 사회전체의 남성우월주의가 널리 퍼지게 되었고, 대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하여 여아를 낙태시키는 세태가 자리 잡게 되었다.(이는 과거와는 달리 처첩을 통하여 아들을 얻기 어려운 현실에서 아내로부터 아들을 얻을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조선시대의 처첩제도가 대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한 제도였다면, 현행 호주제도는 태어난 아들에게 가계의 승계를 보장해 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호주제도는 우리의 전통이므로 존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축첩 제가 우리의 전통적 제도이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호주제의 파괴는 우리의 가족제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가족은 한 사람의 가장과 그에 복종하는 가족원으로 분리되는 권위주위 적인 조직이 아니며,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써 존중되는 민주적인 관계로 변화해야 한다. 호주제의 폐지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호주제의 폐지는 민법을 비롯한 수많은 법률의 정비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호주 제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단지 많은 수고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개정을 계속 미루다 보면 호주제의 폐지는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하루 빨리 실천에 옮기는 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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