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론>진지한 토론자세를 촉구하며
<이슈토론>진지한 토론자세를 촉구하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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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와 관련한 주장과 반론-재반론에 이은 답변-재반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siminsori.com 이슈토론방'에 실린 두 필자의 글을 싣습니다. 전문은 토론방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실망스럽습니다. 지난 20일 이재남 선생님으로부터 “연가투쟁 이후에 차분히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는 메일을 받고 기껏 기다려 받은 내용이 아래 수준이라면, 어쩌면 ‘실망’이란 말조차 사치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재남 선생님의 답변에 실망 이상을 느끼는 까닭은, 1) 명확하게 근거를 밝히기를 요구한 핵심 질문에 대해 철저히 답을 피해갔고, 2) 게다가 지난번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다시 동어반복적인 일방적인 자기주장만을 되풀이했으며, 3) 더불어서 과연 스스로조차 검토해봤을지 의문스런 주장까지 버젓이 덧붙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론에서 이런 태도야말로 배격되어야 마땅한 태도입니다. 도대체 거대조직 전교조가, 그리고 그 조직의 광주지부 정책실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는 분의 태도가 이런 식, 이런 수준이라는 사실부터가 우선 용납되지 않습니다.

마치 내가, 민주화운동의 맥락 위에 있어야 할 전교조가 아닌, 무능하고 타성적인 정치인이나 구태의연한 관료들과 토론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이재남 선생님께 다시 요구합니다. 이미 제출한 나의 질문과 의견에 대해 답해주기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광범위한 내부 토론이라도 거쳐서라도 정교한 답변과 명징한 논리를 준비해주기 바랍니다.

강조하거니와, NEIS는 교육부의 독점물이 아니듯이, 전교조의 독점물도 아닙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이렇듯 관료적이고 무책임하게 사고하고 행동해서는 선생님은 물론, 전교조의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재남 선생님이나 전교조가 소위 ‘NEIS 결사반대’를 외칠 정도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들을 설득하고 또 토론 상대인 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교조는 지금 명색이 ‘총력투쟁’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근거도 설득력 없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포장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수많은 시민 사회단체들까지 가지 않아야 할 길로 유도하고 있다면, 그 같은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마땅합니다.

다시 한번 이재남 선생님의 진지한 토론을 촉구하면서, 오늘 제기한 의견에 대해 제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1. NEIS 반대 이유로 ‘정보인권 보호’를 꼽으셨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아무런 근거 제시나 설명 없이 툭 던진 듯해 유감입니다만, 일단 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첫째, 보안성 측면에서 ‘NEIS 반대’는 정보인권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NEIS와 관련하여 정보인권 문제가 제기되는 까닭은 외부침탈이건 Big Brother에 의한 악용이건 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전제로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NEIS는 기존의 어떤 시스템보다 상대적인 보안성면에서 우수합니다. 다시 말해 국가 인권위가 권고한 CS 시스템보다도 보안성 면에서 훨씬 우수하고, 정보유출 우려도 적고, 그러므로 전교조가 강조한 정보인권도 상대적으로 잘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NEIS 반대=정보인권 보호]라는 등식을 선생님이 주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설명해야 마땅합니다.

아울러 나는 전교조가 우려하는 정보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EIS의 보안성을 재점검하고, 법적 제도적 대책도 보완하기 위해 전교조가 ‘결사반대’만 하기보다는 교육부와 신속히 협의를 진행하고, 또 현장 교사들에게도 정보인권 개념을 체화하게끔 아래 위의 노력을 동시에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은 여기에 답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둘째, 자기정보통제권이란 측면에서도 ‘NEIS 반대’로는 정보인권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자기정보통제권은 프라이버시권의 적극적 개념으로 소극적인 개념인 ‘홀로 있을 권리’가 확장된 것이기도 합니다.

NEIS와 관련 자기정보통제권 개념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외부로의 정보유출 이전에 NEIS 시스템에의 입력행위 자체가 이미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타당성 있는 주장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부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라고 봅니다.

NEIS에의 개인정보 입력에 대해 자기정보통제권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는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NEIS에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는다고 하여, 즉 NEIS를 반대한다고 하여 곧 정보인권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2. NEIS 반대의 대안으로 이재남 선생님은 1) 아동 개인정보 조사 및 수집 최소화, 2) 사회적 합의 및 법률적 근거에 따른 수집, 3) 아동 정보 유통범위의 학교 내 제한 (정보인권보호) 등을 들고, DB와 네트워크 체제는 위 세 가지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먼저 1)과 2)는 대안이 아니라 당위이자 원칙입니다. NEIS와 무관하게라도 교육행정과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생님이 꼽은 대안은 결국 ‘학교 담장’만 남을 뿐입니다. 이로써 선생님은 다시 한번 같은 주장을 같은 수준에서 동어반복한 셈입니다.

동어반복이 아니려면, 최소한 왜 ‘학교 담장’을 고집해야 정보인권이 보호되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 있는 설명이 뒤따라야 했습니다.

이미 내 입장을 말했지만, 학교 담장과 정보인권 간의 상관관계는 전교조 수준에서의 막연한 생각일 뿐,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된 바가 없습니다.

더욱이 CS 때도 학교 담장 안에 있었지만 침탈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컴퓨터가 아닌 학교 캐비닛에 두더라도 절대 안전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과거 민주화운동 관련 수배 때 학교 생활기록부가 판사가 발부한 영장 없이도 뒤적여진 것을 알고 있습니다.

3. 선생님은 아동정보에의 학부모 접근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개인의 내밀한 신상정보” 등은 다른 정보와 달리 정보인권 문제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일견 모순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묻습니다. 전자가 진심입니까, 후자가 진심입니까?

아이의 후견인인 학부모가 “내밀한 신상정보”라 하여 자기 아이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제약받아야 합니까? 선생님은 볼 수 있는 정보를 왜 부모는 굳이 제약받아야 하는 겁니까? 선생님이 판단하는 “내밀한 신상정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NEIS에 아이들의 일기라도 입력한다는 말입니까?

토론을 위한 주장이라면 되도록 명징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정의조차 되지 않은 모호하기 짝이 없는 수사를 동원해 스스로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학부모 접근권’를 사실상 차단하려는 이유가 대체 무엇 때문입니까?
(중략)
지금도 교육현장에서는 막무가내식 주입식 교육은 물론이고, 교사에 의한 폭력 행사, 초등학생에게까지 자행되는 군대식 연대체벌, 촌지란 이름의 뇌물 수수관행도 여전합니다. 정보는 교사에게 집중되어 있고, 부모에 대한 교육적 나눔 활동은 예나 지금이나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학부모의 교육적 접근권은 전교조 교사들조차 성실하게 배려하는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와의 만남은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학부모가 아닌 ‘청소부’ 혹은 ‘접대부’라는 부모들의 자조 섞인 대화마저 나도는 게 현실입니다.

교사의 교권 못지않게, 질 높은 교육을 받거나 요구할 학생과 부모의 권리도 중요합니다. 전교조라는 일개 교직단체가 학부모의 권리를 ‘신중하게’ 부여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입니까? 그래서 ‘부작용’과 ‘역작용’, ‘무력감’ 따위의 가치개입적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까?

선생님은 NEIS에서 보장한 학부모 접근권을 “일천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라고 폄하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전교조는 언제 NEIS만큼이라도 학부모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자기 자식이 학교에 잘 다니는지, 성적은 또 어떠한지, 선생님은 또 아이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집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지, 옳으면 옳은 대로 그릇됐으면 그릇된 대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아이 정보에 접근하여 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하거나 제출할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그나마 갖게 된 걸 가지고 단지 “일천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다?

“시작은 작지만 앞은 창대하리라”고 했습니다. 작은 과정이 큰 과정을 부르고, 작은 경험이 큰 경험으로 발전하는 법입니다. 계기가 있어야 발전도 하는 법입니다.

전교조가 노력한다는 학교운영위나 학부모회 법제화 따위는 실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학부모가 교육의 한 축으로 올바로 자리매김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정보가 부모에게 나누어지지 않고 교사에게 집중되어 있는 현실과 깊이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독점한 자가 지배하는 법입니다. 교육이래서 예외이지 않습니다. 학교에서의 교육정보를 교사가 독점하는 한 교사는 지배자, 학부모는 피지배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촌지라는 이름의 뇌물이야말로 그 산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전교조가 진정으로 교육발전을 원하고 부모의 교육주체화를 바란다면, 무엇보다 먼저 가정과의 교육정보 공유운동부터 추진해야 합니다.

다소의 흥분감 속에서 한숨에 쓴 터라, 곳곳에 정제되지 않은 거북한 표현들이 있을 줄 압니다. 혹 그리 느끼실지라도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이자 교육자의 정직한 드러냄이라 생각하여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능하면 전교조 내의 폭넓은 토론을 거쳐서라도 성실하게 논리를 구성해 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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