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산(745m, 전라남도 곡성)
배넘어재를 지나니 소나무 일색의 숲이 울창하다. 겨울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歲寒圖)>가 생각난다. 스산한 겨울 분위기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세한도>에 그려진 소나무와 잣나무 몇 그루를 보고 있으면 의리와 지조를 헌신짝처럼 버리기 일쑤인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형제봉 권역에 들어서면서 나무들은 활엽수로 바뀐다. 동악산은 형제봉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형제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암릉은 조각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여러 모양의 바위들이 절경을 이룬다. 그 뒤로는 우뚝 서 있는 동악산이 웅장하다. 더군다나 나뭇가지에 하얗게 핀 눈꽃 너머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한 폭의 실경산수화다.
‘수석(水石)의 경(景)이 삼남(三南)의
으뜸’
▲ 고리봉과 섬진강ⓒ장갑수 | ||
청류동계곡의 깔끔한 반석과 그 위로 흐르는 계류가 맑고 정갈하다. 한적한 겨울의 청류동계곡은 깊고도 그윽하다. 청류동의 고요함 속에서 맑은 바위와 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혼탁한 내 마음도 어느덧 맑고 그윽해진다.
맑고 고운 물소리에 도림사의 부처님도 선정삼매에 빠져들었다. 동악산 정상을 바라보며 불심을 지피고 있는 도림사는 작고 소박하다. 도림사에는 특별한 문화재가 없어도 청류동계곡 자체가 국보고 보물이다.
넓은 계곡을 평평한 반석이 장식하고, 맑다 못해 푸른 청류(淸流)가 춤을 추듯이 흘러간다. 이런 경치에 반한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한시(漢詩)가 반석위에 새겨져 있다. 반석 위에 앉으니 나 자신도 산수의 아름다움에 취한 시인이 된다.‘수석(水石)의 경(景)이 삼남(三南)의 으뜸’이라는 옛 이야기가 실감난다.
▷산행코스
-. 제1코스 : 신기철교(50분) → 390봉(30분) → 삼인봉(1시간 10분) → 사수곡갈림길(40분) → 동악산(1시간) → 배넘어재(1시간) → 형제봉(20분) → 길상암갈림길(1시간) → 도림사 주차장 (총소요시간 : 6시간 30분)
-. 제2코스 : 도림사 주차장(1시간 30분) → 동악산(1시간) → 배넘어재(1시간) → 형제봉(20분) → 길상암갈림길(1시간) → 도림사 주차장 (총소요시간 : 4시간 50분)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곡성나들목에서 곡성방향으로 7~8분 정도만 달리면 도림사 입구가 나온다. 신기철교는 계속 직진하여 곡성읍에서 남원방향으로 1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섬진강 다리를 건너지 말고 좌회전하면 철교가 보인다.
/장 갑 수 산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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