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내를 벗어나 돌산대교로 접어들자 대교 옆에 떠 있는 초미니 섬 장군도가 반갑게 맞이한다.
장군도는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여 더욱 매력적인 섬이 된다. 장군도 주변에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해저석성의 흔적이 있다.
돌산도로 들어서자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간간이 동백이 빨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매화도 꽃필 준비를 마친 상태다. 방죽포해수욕장 못 미쳐 죽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니 길가에
서 있는 당산나무가 길안내를 해준다. 봉황산 자락으로 통하는 농로가 산과 사람을 이어준다. 길가의 밭에서는 푸릇푸릇한 봄동과 월동배추, 마늘,
갓들이 생명력을 과시한다. 밭갈이하는 농부의 손놀림이 봄을 재촉하고 꽃망울을 머금은 매화가 여기에 응답을 한다.
금오열도를 이룬
섬들
온 산이 수직절리의 바위로 이루어진 250봉에 오른다. 내려 보이는 임포마을은 바다로 기어가는 거북의 머리다. 산 전체의 모양도 거북이지만 바위면 하나하나에도 거북문양이 새겨져 있어 신비감의 극치를 이룬다.
나는 거북등을 타고서 넋을 잃는다. 신성한 동물인 거북의 영적 기운이 나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다. 사방으로 바다가 트여 있고, 주변의 풍광이 뛰어난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실로 장관이다. 그래서 바로 아래에 있는 절 이름도 향일암(向日庵)이 되었다.
향일암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연 석문을 지나야 한다. 세속의 묵은 때를 벗기고서 좁은 문을 통과하니 수직절리를 이룬 바위를 등지고 바다를 마당삼아 앉아 있는 향일암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절벽위에 자리 잡은 향일암에서는 파도소리가 스님을 대신하여 염불을 한다.
대웅전 옆 돌계단을 지나고 석굴을 통과하여 관음전으로 들어선다. 좁은 바위굴과 돌계단을 통과하면서 자신을 정화하라는 관음보살의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관음보살상 앞에서 정성껏 두 손을 모아본다. 동백이 빨갛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나 자신도 아름다운 동백꽃 한 송이가 된 것 같다.
*산행코스
▲ 금오에서 바라본 남해안 밤섬
ⓒ장갑수
-. 제1코스 : 죽포리 당산나무(50분) → 봉황산(1시간 20분) → 율림치 주차장(50분) →
금오산(25분) → 250봉 거북바위(15분) → 향일암(20분) → 주차장 (총소요시간 : 4시간)
-. 제2코스 : 율림치 주차장(50분) → 금오산(25분) → 250봉 거북바위(15분) →
향일암(20분) → 주차장 (총소요시간 : 1시간 50분)
*가는
길
-. 여수시내에서 돌산대교를 건넌 후 1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방죽포해수욕장 직전 죽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큰 당산나무가 있다. 여기가 산행 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