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어울린 섬, 해를 맞이하는 절
바다와 어울린 섬, 해를 맞이하는 절
  • 장갑수
  • 승인 2005.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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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산-금오산(441m-323m,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도)

여수시내를 벗어나 돌산대교로 접어들자 대교 옆에 떠 있는 초미니 섬 장군도가 반갑게 맞이한다. 장군도는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여 더욱 매력적인 섬이 된다. 장군도 주변에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해저석성의 흔적이 있다.

돌산도로 들어서자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간간이 동백이 빨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고, 매화도 꽃필 준비를 마친 상태다. 방죽포해수욕장 못 미쳐 죽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니 길가에 서 있는 당산나무가 길안내를 해준다. 봉황산 자락으로 통하는 농로가 산과 사람을 이어준다. 길가의 밭에서는 푸릇푸릇한 봄동과 월동배추, 마늘, 갓들이 생명력을 과시한다. 밭갈이하는 농부의 손놀림이 봄을 재촉하고 꽃망울을 머금은 매화가 여기에 응답을 한다.

금오열도를 이룬 섬들

▲ 남해안 금오열도를 바라보며 ⓒ장갑수 산비탈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방죽포해수욕장과 푸른 바다가 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산에 기대고 바다를 마당삼은 마을풍경이 정답다. 이는 육지의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섬 산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질박한 풍경이다.봉황산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봉황을 닮았다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봉황산에서 바라본 금오산과 둥근 만을 이룬 율림리 해안과 그 앞에 떠 있는 밤섬이 예쁘다. 금오산 뒤로 펼쳐지는 드넓은 바다가 가슴을 활짝 펴게 해준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로 섬은 흔들리는 배가 된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파도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가끔 들려오는 뱃고동소리는 그리움을 싣고 온다. 남쪽으로 금오열도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섬들이 아기자기한 멋을 가미한다. 바다와 섬. 바다는 섬이 있어 외롭지 않고, 섬은 바다가 있어 편안하다.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반가운 소식을 싣고 와 섬에게 전해준다. 바다는 가끔 심한 파도와 해일을 가져와 섬을 놀라게도 하지만 부모와 자식처럼 아끼고 의지한다. 곳곳의 바위전망대에 서 있으면 금방이라도 파도가 밀려올 것 같다. 산비탈에 자리 잡은 마을과 푸른색을 띠고 있는 논밭, 그리고 넓은 바다를 하나의 캔버스에 넣고 보는 풍경도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바위 봉우리를 이룬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은 압권이다. 그 중에서도 금오열도라 불리는 섬들이 바다와 어울린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금오열도의 중심에 큰 형님격인 금오도가 자리 잡고, 북쪽으로 대횡간도?소횡간도?화태도?월호도?개도?나발도 같은 섬들이 붕긋붕긋 솟아 정다움을 가져다주고, 남쪽으로는 안도와 연도가 망망대해를 앞에 두고 망부석처럼 우뚝 서 있다. 북쪽 넓은 바다 위로 경상남도의 남해와 하동 땅이 솟아 있다. 돌산도는 섬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풍경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멋도 빼놓을 수 없다. 거북 모양의 산과 바위 ▲ 여수 향일암 대웅전 ⓒ장갑수
바다는 파도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너울을 만들어 행복한 감정을 전하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거북바위 쪽으로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금오산은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모든 것이 행복한 어울림이다. 

온 산이 수직절리의 바위로 이루어진 250봉에 오른다. 내려 보이는 임포마을은 바다로 기어가는 거북의 머리다. 산 전체의 모양도 거북이지만 바위면 하나하나에도 거북문양이 새겨져 있어 신비감의 극치를 이룬다. 

나는 거북등을 타고서 넋을 잃는다. 신성한 동물인 거북의 영적 기운이 나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다. 사방으로 바다가 트여 있고, 주변의 풍광이 뛰어난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실로 장관이다. 그래서 바로 아래에 있는 절 이름도 향일암(向日庵)이 되었다. 

향일암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연 석문을 지나야 한다. 세속의 묵은 때를 벗기고서 좁은 문을 통과하니 수직절리를 이룬 바위를 등지고 바다를 마당삼아 앉아 있는 향일암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절벽위에 자리 잡은 향일암에서는 파도소리가 스님을 대신하여 염불을 한다. 

대웅전 옆 돌계단을 지나고 석굴을 통과하여 관음전으로 들어선다. 좁은 바위굴과 돌계단을 통과하면서 자신을 정화하라는 관음보살의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관음보살상 앞에서 정성껏 두 손을 모아본다. 동백이 빨갛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나 자신도 아름다운 동백꽃 한 송이가 된 것 같다.

   
▲ 금오에서 바라본 남해안 밤섬 ⓒ장갑수
*산행코스
 -. 제1코스 : 죽포리 당산나무(50분) → 봉황산(1시간 20분) → 율림치 주차장(50분) → 금오산(25분) → 250봉 거북바위(15분) → 향일암(20분) → 주차장 (총소요시간 : 4시간)
 -. 제2코스 : 율림치 주차장(50분) → 금오산(25분) → 250봉 거북바위(15분) → 향일암(20분) → 주차장 (총소요시간 : 1시간 50분)

*가는 길
 -. 여수시내에서 돌산대교를 건넌 후 1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방죽포해수욕장 직전 죽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큰 당산나무가 있다. 여기가 산행 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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