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황장봉(942m, 경상남도 하동- 전라남도 구례)
보성강을 따라 달리는 여정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강을 사이에 두고
산과 산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산에 기댄 협소한 논밭과 작은 마을이 있는 소박한 강변 풍경이 더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수줍은 듯이 흐르던
보성강은 곡성 압록에서 섬진강 본류와 만나 사뭇 당당해진다.
나는 차창 밖의 섬진강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물이 내게 평화로움을 가져다준다.
강이 평화로운 것은 강 스스로 고요하고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다. 화개에서 벚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화개천변을 달려간다. 푸릇푸릇한 보리밭이며
산비탈의 녹차 잎이 잿빛을 이룬 산비탈과 색상의 대비를 이룬다. 산속 깊숙한 곳에 별천지 같이 자리 잡은 목통마을이 따스한 햇살에 졸고 있다.
주능선 파노라마는 거대한 생명체
꽃망울을 맺은 생강나무가 봄을 재촉한다. 다른 나무들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봄을 맞이하여 뿌리에서 줄기로, 가지로 수분을 나르는 중이다. 나무의 생명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튼실한 뿌리로부터 비롯된다. 근본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나무들이 가르쳐준다.
완만한 능선과 흙의 감촉이 한없이 부드럽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에 대지는 어머니의 숨결처럼 포근한 느낌을 전해준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봄나물이 싹을 틔웠다. 겨우내 땅속에서 숨죽여 지내던 풀들이 새싹을 드러내면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가져다준다. 나무 사이로 꿈틀거리는 섬진강의 유유한 모습이 산줄기를 강으로 유도한다.
화개를 지난 섬진강은 넓은 백사장을 형성하면서 여유를 부린다.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여러 산봉우리들과 악양들판이 곱게 감싸고 있다. 청잣빛 강물은 은빛모래와 행복한 동침을 한다. 곱게 쏟아지는 봄 햇살에 섬진강물이 반짝이면 이에 뒤질세라 백사장도 눈이 부시도록 빛을 발한다. 봄을 즐기고 있는 섬진강과 하얀 눈이 뒤덮인 산봉우리들은 동거중인 봄과 겨울의 모습이다.
섬진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서서 섬진강의 아름다운 봄 풍경에 취한다. 어느덧 나도 섬진강이 되어 유유히 흘러간다. 섬진강에 봄이 온 것처럼 내 마음에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산행코스
-.제1코스 : 목통마을(40분) → 당치(1시간 30분) → 황장봉(40분) → 새껴미재(10분) → 촛대봉(50분) → 580봉(50분) → 화개장터 (총소요시간 : 4시간 40분)
-.제2코스 : 목통마을(2시간 20분) → 화개재(20분) → 삼도봉(50분) → 불무장등(1시간 30분) → 통꼭봉(20분) → 당치(1시간 30분) → 황장봉(50분) → 촛대봉(1시간 40분) → 화개장터 (총소요시간 : 9시간 20분)
가는 길
구례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하동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화개장터가 나온다. 화개장터에서 좌회전하여 화개천을 따라 달리다가 신흥마을에서 칠불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칠불사와 목통마을 갈림길에서는 왼쪽 목통마을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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