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로 임하던 낙동강은 바다가 되고
낮은 데로 임하던 낙동강은 바다가 되고
  • 장갑수
  • 승인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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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의 아름다운산행]연대산(459m, 부산시 가덕도)

떠남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도회지를 떠남으로써 딱딱한 시멘트 문화를 벗어나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질서 속으로 돌아간다. 딱딱하고 긴장감 넘치는 직선문화를 탈피하여 부드럽고 느슨한 곡선문화를 향유한다. 시끌벅적한 광장에서 고요한 자기에게로 돌아간다.

그래서 여행은 항상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뭍에 사는 사람에게 바다는 특별한 존재다. 산과 건물 같은 수직적인 구조만을 접하다가 망망대해와 같은 수평적인 환경을 만나는 것이 그렇고, 딱딱한 고체를 주로 만나다가 부드러운 물의 율동을 피부로 느끼는 것 자체가 그러하다.

부산의 서쪽 끝에 있는 섬, 가덕도를 찾아가는데 내륙의 산을 갈 때와는 또 다른 설렘이 있다. 녹산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느라고 어수선한 녹산항에 도착하자 바다 건너에서 눌차도와 가덕도가 반갑게 손짓을 한다. 여객선을 타고 건너는데 파도에 섬이 흔들린다. 정면으로 응봉산과 연대산이 가덕도라고 하는 배를 움직이는 돛처럼 우뚝 솟아 있다.

산과 해안절벽의 섬, 가덕도
 

▲ 눌차도에서 본 가덕도.ⓒ장갑수 섬 전체가 산이라 해도 서운치 않을 가덕도에는 11개의 무인도가 딸려있다. 가덕도는 북쪽에 있는 눌차도와 다리-방조제로 연결되어 있다. 눌차도와 가덕도 사이에 둥그렇게 만(灣)을 이루고, 만에는 고막껍질을 엎어놓은 듯이 작은 섬 죽도가 떠 있다.녹산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10여 분만에 눌차선착장에 도착한다. 방파제를 건너 등산로 초입으로 올라서는데 개망초가 하얗게 꽃을 피웠다. 숲길이 이어지고 나무 사이로 푸른 바다가 출렁인다. 낙동강이 바다의 품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실로 눈이 부시다. 낙동강이 바다에 이르기 직전 부채처럼 퍼지면서 삼각주를 만들어 강과 바다의 경계를 이룬다. 낙동강 삼각주의 모래는 을숙도와 진우도, 장자도 같은 모래섬을 만들었다. 강원도 태백의 함백산 자락 황지에서 발원하여 천삼백 리를 쉬지 않고 달려온 낙동강을 맞이하는 것은 부산의 다대포다. 낮은 데로 낮은 데로 임하던 강물은 드넓은 바다의 품에 안기면서 해인(海印)의 경지에 이른다. ▲ 응봉산에서 본 죽도 ⓒ장갑수
응봉산(312m)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펼쳐지는 전망이 시원하다.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는 간조 때가 되어 뭍과 연결이 되었다. 육지 쪽에서는 진해의 웅산 불모산, 김해의 신어산, 부산의 금정산 같은 산들이 불쑥불쑥 솟아있다. 부산시내의 아파트와 다대포도 바라보인다.   응봉산 동쪽 바닷가에 높은 바위봉우리를 솟구쳐 훌륭한 전망대 하나를 만들었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본 응봉산은 마치 용맹스러운 매 한 마리가 비상하는 모양이다. 남쪽에서는 철모를 엎어놓은 듯한 모양의 연대봉이 망망대해를 지키는 등대처럼 의젓하다.

가덕도는 부산과 거제도 사이에 자리 잡아 군사적인 요충지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을 거느리고 부산포에서 왜군을 무찌른 뒤 가덕도에 들러 진을 풀었고, 정유재란 때는 원균이 근처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패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가덕도는 사람들에게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행정구역도 창원, 마산 등으로 전전하다가 1989년에야 부산시 강서구로 편입되었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천혜의 낚시터로 태공들이 몰려들고, 연대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바다와 육지를 봉화대가 이어주고
 
연대봉에 도착하기 직전에 만난 전망대 바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지나왔던 응봉산과 전망대를 이룬 바위가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룬 모습은 조물주의 위대한 예술품이다. 수억 겁의 세월 동안 바닷물과 비바람이 조각해 놓은 동쪽해변의 기암들은 파도와 좋은 친구가 된다. 다대포 너머로는 부산의 태종대도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에서는 바닷물이 파도를 치고, 산비탈에서는 짙은 녹음이 물결을 친다.

   
▲ 연대산 연대봉 ⓒ장갑수
몇 십 미터 앞에 있는 거대한 철모를 엎어놓은 듯한 연대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연대산 정상에는 5m 높이의 3단으로 된 원형 봉화대가 복원되어 있다. 연대산(烟臺山)이라는 이름 그대로 외적이 침입할 때에는 봉화나 연기를 피워 외침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던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는 사방으로 막힘없이 시야가 트인다.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남서쪽으로는 거제도가 길게 이어진다. 옅은 해무에 덮인 거제도와 해금강, 외도 등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이 정답다. 나 역시 바다에 떠 있는 배가 된다.

봉화대 50m 앞에는 연대봉이 아기자기한 암봉을 한 채 우뚝 서 있다.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은 국수봉(252m)을 중심으로 불가사리처럼 해안선을 만들면서 대항, 새바지 같은 작은 포구를 이룬다. 서쪽 아래로는 하산지점인 천성항이 둥그렇게 만을 이루고 있다.

천성항에서 탄 배는 가덕도 서쪽 해안을 따라 출렁거리며 달려간다. 출렁거리는 것은 배뿐이 아니다. 섬을 이루고 있는 기암절벽과 산들도 바닷물에 출렁인다. 출렁거리던 가덕도가 점점 멀어져가고, 나는 뭍으로 돌아간다. 그리움을 품고 있는 섬, 가덕도를 가슴에 안은 채.

▷산행코스
  눌차선착장(25분) → 동선새바지(50분) → 응봉산(15분) → 전망대(20분) → 누릉령(50분) → 산불감시초소(40분) → 연대산(50분) → 천성항 또는 대항 (총소요시간 : 4시간 10분)

▷가는 길
 -. 남해고속도로 가락나들목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곧바로 내려가면 녹산국가산업단지가 나온다. 여기에서 녹산항 이정표를 따라가서 녹산항에서 가덕도행 배를 탄다.
 -. 녹산에서 눌차도를 경유하여 가덕도로 가는 배가 매시 40분(09:40~18:40)에 출발한다. 가덕도에서는 정시(06:00~18:00)에 녹산행 배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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