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릴 수 없는 세계에서 진리의 세계로
헤아릴 수 없는 세계에서 진리의 세계로
  • 장갑수
  • 승인 2005.07.01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갑수의 아름다운 산행]성주산·만수산(677m·575m, 충청남도 보령·부여)

▲ 무량사 ⓒ장갑수 성주사지로 가는 길이 그윽하고 소박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는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개천 주변에는 마을이 조용하게 자리 잡았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짜기를 달려가는 기분이 고향을 찾아가는 길처럼 포근하다. 좁은 골짜기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산속의 작은 분지가 등장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9천여 평에 달하는 이 분지는 성주사가 있었던 터다. 이 너른 폐사지에는 몇 개의 석탑이 근엄하게 서 있어 절이 있었던 흔적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신라 때 구산선문 중에서도 가장 번창하였던 성주사는 당시에는 천여 칸에 이를 정도로 큰 사찰이었다. 성주사지에 올라서니 광활한 절터에 오층석탑 1기와 삼층석탑 3기가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면면히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국보 제8호인 낭혜화상부도비가 성주사의 역사를 말해준다. 최치원이 글을 짓고 그의 사촌동생인 최인곤이 글씨를 썼다는 낭혜화상부도비는 비석을 받치고 있는 거북머리부분만 일부 손상이 되어 있을 뿐 나머지 부분은 완전한 형태를 이루고 있고, 글씨까지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다. 폐사지에 맴도는 풍경소리 비록 석조물 외에는 남아있는 당우는 없지만 절집의 느낌은 그대로 전해진다. 스님 없는 성주사지에 목탁소리 고요히 들려오고, 절집 없는 공터에 풍경소리 은은하게 맴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 성주산 들머리 성주2리에서 백운사 이정표를 따른다. 석탄을 캤던 흔적들을 산자락 곳곳에서 만난다. 이곳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질 좋은 무연탄이 많이 생산되었던 곳이다. 이제 석탄과 관련된 이곳의 역사는 보령석탄박물관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백운사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활엽수 일색의 숲이 울창하다. 땅에 떨어진 떼죽나무 꽃을 밟을 때는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활엽수 일색의 숲이지만 가끔 아름드리 적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묘지가 있는 613봉에 올라서자 물탕골을 가운데 두고 성주산, 문봉산, 만수산이 말발굽처럼 타원을 그린 모습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성주산에 올라서자 심원동 골짜기가 깊고도 깊고, 문봉산과 비로봉·만수산으로 연결되는 500~600m대의 산봉우리들이 파도가 일렁이듯 춤을 춘다. 화창하지 못한 날씨로 북쪽으로 보여야할 오서산과 서쪽으로 펼쳐질 서해바다는 오리무중이다. 낮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깊은 산중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이 조용히 나를 돌아보게 한다. 숲이 있고, 새소리가 들려오고,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 속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쯤은 도인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에게 수만 권의 책이 되기도 하고, 여러 성인의 말씀이 되기도 한다. 그것도 한가롭게 쉬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린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 더욱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만수산휴양림이 동쪽으로 내려 보이고, 비로봉을 지나자 무량사 골짜기도 내려보인다.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가자 팔각정으로 지어진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전망대에 앉아 즐거운 휴식을 취한다. 전망대로 파고드는 주변의 산줄기들이 바람에 실려와 가슴에 안겨온다. 전망대에서 만수산 정상은 지척.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을 뿐, 숲이 가려 전망은 좋지 못하다. 만수산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무량사 쪽으로 급경사길을 내려선다. 골짜기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오고 시원한 물보라가 뜨거워진 가슴을 식혀준다. 웅장하되 소박한 절, 무량사 청량한 물소리가 세속에서 묻은 떼를 벗겨준다. 물소리에 마음을 씻고 나자 아름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 산벚나무, 참나무들이 나그네를 자연스럽게 천왕문으로 인도한다. 두 눈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는 사천왕에게 비운 마음을 보여주고 나자 소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뻗어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너른 절 마당을 몇 그루의 느티나무가 감싸 아늑한 절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장중하면서도 단아한 고려시대 오층석탑과 아담하고 단정한 석등을 앞에 두고 한가운데 장대하게 앉아 있는 2층 전각인 극락전이 맑아진 마음에 자비심을 심어준다. 500나한을 모신 영산전과 명부전도 불심을 지핀다. 오층석탑은 부여 정림사지오층석탑을 그대로 빼닮은 고려시대에 조성된 백제계 석탑으로 그 느낌이 대단히 경쾌하다. 극락전은 조선중기 건축물로 겉에서 보기에는 2층집이지만 안에서는 천장까지 뚫린 통층구조로 우리나라에서는 몇 안 되는 2층 전각이다. 무량사는 여러 차례 답사할 기회를 가졌지만 올 때마다 웅장하고 정갈하되 편안하고 소박한 느낌을 받고 돌아가곤 했다. 울창한 숲이 만들어낸 아늑한 분위기와 각박하지 않은 절집의 배치, 절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극락전과 오층석탑의 고풍스러움이 무량사의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헤아릴 수 있는 혜안이 없다. 무량(無量)의 세계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깊이를 셀 수 없고, 진리의 세계를 헤아릴 수 없으니 진리를 찾기 위해 정진하고 또 정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극락정토로 가는 길이라는 점을 무량사가 가르쳐준다. 무량사를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산줄기는 변함없고, 나는 헤아릴 수 없는 세상으로 돌아간다. ▲ 성주사지 3층석탑 ⓒ장갑수

[산행코스]
-.제1코스 : 성주2리(25분) → 백운사(1시간 10분) →
 심원동 갈림길(20분) → 성주산(1시간) → 문봉산(1시간 20분) → 만수산휴양림갈림길(50분) → 만수산(1시간) → 무량사 (총소요시간 : 6시간 5분)-.제2코스 : 무량사주차장(10분) → 느티나무(1시간 10분) → 만수산(25분) → 태조암 갈림길(30분) → 태조암(15분) → 무량사 (총소요시간 : 2시간 30분)

[가는 길]
보령에서 부여방향으로 40번 국도를 따라가면 성주터널을 지나 성주면 소재지에 이르고, 성주면소재지에서 성주사지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성주사지가 나온다. 성주사지에서 계곡을 따라 다리 두 개를 건너면 백운사 입구 이정표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오솔길 2005-07-07 20:56:06
장갑수 기자님 별천지 구경 다 하시고 단이네요 방갑습니다
이 기사 좀 퍼다 저의 블로그에 올려 두겠습니다,

아래 저의 블로그 주소입니다,

http://blog.empas.com/cenniction/

시민의 소리 가끔 들리곤 합니다 퍼가기도 하구요
장갑수 기자님 놀로 한번 오세요, 하하하
그럼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늘 행복 하세요,
좋은 기사 부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