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능선-십이선녀탕(1,578m, 강원도 인제)
별빛이 쏟아진다. 별과 함께 떠 있는 초승달이 가냘프다. 잠자고 있는 산이 깰세라 별과 달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밤의 설악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이른 새벽, 설악으로 오르는 행렬은 끝이 없다. 촛불시위라도 하듯 불빛의 긴 행렬이 설악의 새벽을 밝힌다. 불빛 행렬을 이룬
사람들도 점점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서서히
먼동이 트이면서 불쑥불쑥 솟은 바위들이 설악의 이미지를 전해준다. 주능선에 도착하자 어느새 날이 새었다. 귀때기청봉으로 오르는 너덜지대의
구상나무가 산 나무는 산대로 죽은 나무는 죽은 대로 설악의 품위를 지켜준다.
귀때기청봉
정상에서의 전망은 그지없이 시원하지만 점봉산과 가리봉 등 남쪽 방향을 제외하고는 구름에 가려 있다. 서북능선과 안산을 비롯하여 용아장성릉,
공룡능선, 대청봉과 내설악의 풍경은 구름 속에서 잠자고 있다. 회색빛 너덜과 빨강·노랑·갈색의 단풍, 그리고 진녹색의 구상나무 잎이 색상의
조화를 이룬다.
병풍 같은 바위에 핀 아름다운 단풍
꽃
이렇게 걷기를 한 시간 정도. 15m 높이의 폭포 하나를 만난다. 두문폭포다. 이제 본격적으로 폭포가 시작된다는 것을 폭포의 이름이 말해준다. 폭포수로 떨어지는 물보라가 자유를 실어다준다.
두문폭포와 헤어져 내려서는 순간 별천지에 들어온 느낌이다. 지름 10m 정도의 타원형을 이룬 검푸른 탕과 25m 높이의 와폭, 탕과 폭포를 둘러싼 깔끔한 바위가 만든 풍경은 신이 창조한 최고의 선물이다. 이런 선녀탕을 빨간 단풍이 비추어 검푸른 물을 붉은 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선녀가 반할 만큼 한없이 부드럽고 은밀하다.
억겁의 세월은 거친 돌을 일부러 다듬어 놓은 것 같은 반들반들한 바위로 만들었고, 쏟아져 내린 폭포는 바위를 파내어 대형 돌확을 만들어놓았다. 탕 옆 반석에 앉은 나는 자연의 오묘함에 한없이 작아진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뻐기던 오만함도, 세상의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망상도 자연의 신비 앞에서는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다.
▲ 안산치마바위 ⓒ장갑수 | ||
이렇게 아름답고 오묘한 선녀탕들은 지세가 험하고 골 깊은 곳에 비밀병기처럼 숨겨져 있었다. 십이선녀탕을 지나고 나서도 깔끔한 반석위로 고요하게 흐르는 물줄기들은 섬섬옥수처럼 곱다. 하얀 명주실을 길게 풀어헤쳐 놓은 듯이 부드러운 와폭이며, 포근한 느낌을 주는 소(沼)들이 이어지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주곤 한다.
다른 계곡 같았으면 이름 있는 폭포로 불려졌을 정도의 폭포가 수없이 이어지지만 이곳에서만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이처럼 십이선녀탕계곡은 숫자로나 미학적으로나 최고를 자랑하는 폭포와 탕을 가졌다. 혹시 누가 가져갈까 봐서 걱정하던 경상도 아저씨의 장난기 섞인 말소리가 쟁쟁하다.
“십이선녀탕 가져가지 마이오.”
*산행코스 -. 제1코스 : 한계령(2시간) → 주능선 삼거리(1시간) → 귀때기청봉(2시간) → 1408봉(1시간 50분) → 대승령(30분) → 십이선녀탕 갈림길(40분) → 안산(40분) → 십이선녀탕계곡 상류(1시간 10분) → 복숭아탕(1시간 20분) → 응봉폭포(1시간) → 남교리 (총소요시간 : 12시간 10분) -. 제2코스 : 장수대(40분) → 대승폭포(1시간 10분) → 대승령(30분) → 십이선녀탕 갈림길(1시간 40분) → 복숭아탕(1시간 20분) → 응봉폭포(1시간) → 남교리 (총소요시간 : 6시간 20분) *교통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홍천나들목을 거쳐 44번 국도를 따라 인제와 원통을 지나 한계리에서 우회전하여 양양 방향으로 가다보면 장수대와 한계령에 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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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방문하여 살짝 들고 갑니다,
가을의 향기는 우리네 마음를 즐겁게 해 줍니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기사 부탁 할께요,
선녀탕에 한번 가보고 싶네요, 시간이 주어진다면 휙~댕겨 오고십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