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469m, 인천광역시 강화)
마니산으로 가다보면 조그마한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산의 생김새가 세 발 달린 가마솥과 같다 해서 정족산(鼎足山)이라 부르는 산이다. 이 산은 유서 깊은 전등사를 품고 있다. 전등사로 오르는데 아치형 성문이 맞이한다. 정족산성인데, 단군의 세 아들인 부소·부우·부여가 쌓았다는 전설이 있어 삼랑성(三朗城)이라고도 한다. 이 성에서는 병인양요 당시 양헌수가 300여명의 병사로 프랑스군을 격퇴시키기도 했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노송은 이미 득도한 선승이다. 암릉과 신록, 바다와 섬의 풍경에 흠뻑 빠져서 걷다보니 어느덧 마니산 정상이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따르면 거룩한 산이라는 뜻의 마리산(摩利山)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조선 성종 때 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지금처럼 마니산(摩尼山)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 볼 때 적어도 성종 무렵부터는 마니산으로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남쪽과 서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군데군데 떠 있는 섬을 품고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그 앞으로 장봉도·시도·신도 같은 작은 섬들이 배처럼 떠 있다.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오는 작은 섬들이 쓸쓸한 듯 다정하다.
김포반도의 끝머리에 있던 지금의 강화도는 빙하기를 거치면서 염하로 불리는 부분이 침식되어 섬이 되었다. 한반도의 등허리를 적시면서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이 김포반도와 강화도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아기자기한 암릉길 따라 첨성단으로
참성단 쪽으로 가는 능선에는 누룩더미를 쌓아놓은 것 같은 바위들이 장관을 이룬다. 하늘로 가는 관문이다. 이런 암릉을 지나서야 참성단 앞 암봉에 선다. 참성단(塹城壇)은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제단이다. 그 후로도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대 왕과 신하들이 직접 찾아가 제사를 지냈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축소되기는 하였으나 단군이 세상을 떠난 날인 음력 3월 15일 어천절과 양력 10월 3일 개천절에 이곳 참성단에서 단군의 제사를 지낸다. 전국체육대회의 성화도 이곳에서 7선녀에 의해 채화되어 경기장까지 봉송된다.
▲ 마니산 참성단.ⓒ장갑수 | ||
참성단에서 곧바로 하산하는 계단길을 택하지 않고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을 밟는다. 다시 암릉이 이어지고 앞으로 펼쳐지는 능선과 출렁이는 바다가 눈물겹도록 잘 어울린다. 차츰 활엽수 일색의 숲길로 바뀌지만 가끔 암릉이 나타나기도 한다. 바다는 더욱 가까워져 파도가 금방 밀려들 것만 같다.
고개에서 다시 오르는데 다소 힘이 든다. 보라색과 흰색으로 핀 제비꽃이 무리를 지어 힘내라고 응원한다. 물론 낮고 포근한 육산이라 여유를 가지고 간다면 휘파람을 불며 걸을 수 있지만 도로로 하산한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려다보니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저물어가는 해가 바다에 붉은 햇살을 드리운다. 바다는 붉게 타오르고 온 세상은 고요해진다. 바다 건너편으로 석모도의 낙가산이 실루엣을 이루고, 선수포구에서는 갈매기 떼가 비상을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밴댕이회에 소주 한 잔 마시는 맛이 그지없다.
*산행코스 -.제1코스 : 함허동천(20분) → 정수사(50분) → 마니산(20분) → 참성단(40분) → 상방리 하산길(30분) → 임도(1시간 10분) → 선수포구(총소요시간 : 3시간 50분) -.제2코스 : 상방리주차장(1시간) → 참성단(20분) → 마니산 정상(40분) → 정수사(20분) → 함허동천 (총소요시간 : 2시간 20분) *교통 -.김포에서 48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352번 지방도로를 택한다. 352번 지방도로를 따라 초지대교를 건너 301번 도로를 타고 길상면 소재지에 이른 후 348번 도로 방향으로 좌회전 하면 전등사 앞을 지나 함허동천 주차장에 닿는다. |
/산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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