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떠 있는 민족의 영산
바다에 떠 있는 민족의 영산
  • 장갑수
  • 승인 200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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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469m, 인천광역시 강화)
마니산으로 가다보면 조그마한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산의 생김새가 세 발 달린 가마솥과 같다 해서 정족산(鼎足山)이라 부르는 산이다. 이 산은 유서 깊은 전등사를 품고 있다. 전등사로 오르는데 아치형 성문이 맞이한다. 정족산성인데, 단군의 세 아들인 부소·부우·부여가 쌓았다는 전설이 있어 삼랑성(三朗城)이라고도 한다. 이 성에서는 병인양요 당시 양헌수가 300여명의 병사로 프랑스군을 격퇴시키기도 했다.

▲ 암릉과 어울린 바다. 마니산에서 ⓒ장갑수 성문을 지나 전등사로 이어지는 적송과 느티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이 고즈넉하다. 대조루를 거쳐 절 마당에 들어서자 대웅전(보물 제178호), 약사전(보물 제179호) 등 당우들의 모습이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호쾌하면서도 그렇게 고풍스러울 수 없다. 호쾌한 것은 건축양식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우를 일(-)자형으로 배치해 앞이 터지도록 함으로써 호방한 분위기를 만들고 거기에다 팔작지붕을 올려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었다. 작고 아담한 절, 정수사 전등사와 헤어져 마니산 동쪽 끝줄기인 함허동천으로 향한다. 함허동천 하류에서 정수사 방향의 골짜기를 따라 오른다. 함허동천은 정수사를 중수한 함허대사의 이름을 딴 계곡으로 깔끔한 반석과 와폭이 매력적인 마니산 최고의 계곡이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맑디맑은 물이 낙엽과 결 고운 화강암을 넘고 넘어 흐르는 모습이 유연하다. 신록이 깃든 활엽수와 정갈한 암반을 이룬 작은 계곡이 고요함을 전해준다. 가끔 완경사의 와폭이 리드미컬한 율동을 준다. 정수사로 들어가는 계단을 오르며 마음을 추스른다. 계단을 올라서자 작고 아담한 절 정수사가 다가선다. 연둣빛 신록이 눈부신 주변의 산세와 조화를 이룬 정수사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하다. 남향을 하고 있는 대웅보전 앞으로 펼쳐지는 서해바다가 장쾌하고, 절을 감싸고 있는 산비탈의 울긋불긋 빛나는 신록이 생동감 넘친다. 신라 선덕여왕 8년(639)에 회정대사가 창건한 정수사는 조선 세종 8년(1426)에 함허대사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세종 때 지어진 건물로 오늘까지 남아 있는 것은 맞배지붕에 주심포 양식의 육중한 느낌을 주는 대웅보전(보물 제161호)이다. 대웅보전의 전면 3칸 중 가운데 한 칸의 네 개 문짝은 각기 다른 문양의 꽃병에 잘 조각된 모란과 연꽃이 화려하다. 양쪽 두 칸은 소박한 격자형 창호문을 설치하여 가운데 한 칸의 화려함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 마니산 정수사 ⓒ장갑수
정수사 뒤편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은 아기자기한 암릉길이다. 잘 다듬어진 바위를 넓게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 같은 바위들이 안정감 있다. 이러한 바위에 붉은 진달래가 비취어 사뭇 화려해졌다. 능선을 장식하고 있는 암회색 바위들과 연둣빛 신록이 색상의 대비를 이룬다. 망망대해를 이룬 서해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은 시원하고 장쾌하다. 암릉 아래로 우회로가 있지만 바위를 넘고 넘어야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으니 암릉을 탈 수밖에 없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노송은 이미 득도한 선승이다. 암릉과 신록, 바다와 섬의 풍경에 흠뻑 빠져서 걷다보니 어느덧 마니산 정상이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따르면 거룩한 산이라는 뜻의 마리산(摩利山)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조선 성종 때 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지금처럼 마니산(摩尼山)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 볼 때 적어도 성종 무렵부터는 마니산으로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남쪽과 서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군데군데 떠 있는 섬을 품고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그 앞으로 장봉도·시도·신도 같은 작은 섬들이 배처럼 떠 있다.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오는 작은 섬들이 쓸쓸한 듯 다정하다.

김포반도의 끝머리에 있던 지금의 강화도는 빙하기를 거치면서 염하로 불리는 부분이 침식되어 섬이 되었다. 한반도의 등허리를 적시면서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이 김포반도와 강화도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아기자기한 암릉길 따라 첨성단으로

참성단 쪽으로 가는 능선에는 누룩더미를 쌓아놓은 것 같은 바위들이 장관을 이룬다. 하늘로 가는 관문이다. 이런 암릉을 지나서야 참성단 앞 암봉에 선다. 참성단(塹城壇)은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제단이다. 그 후로도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대 왕과 신하들이 직접 찾아가 제사를 지냈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축소되기는 하였으나 단군이 세상을 떠난 날인 음력 3월 15일 어천절과 양력 10월 3일 개천절에 이곳 참성단에서 단군의 제사를 지낸다. 전국체육대회의 성화도 이곳에서 7선녀에 의해 채화되어 경기장까지 봉송된다.

   
▲ 마니산 참성단.ⓒ장갑수
참성단은 둥글게 쌓은 하단과 네모난 상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고대인들의 천부경 사상을 반영하듯 네모꼴의 상단은 성소로, 하단은 제사를 올리는 곳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마니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참성단에서 곧바로 하산하는 계단길을 택하지 않고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을 밟는다. 다시 암릉이 이어지고 앞으로 펼쳐지는 능선과 출렁이는 바다가 눈물겹도록 잘 어울린다. 차츰 활엽수 일색의 숲길로 바뀌지만 가끔 암릉이 나타나기도 한다. 바다는 더욱 가까워져 파도가 금방 밀려들 것만 같다.

고개에서 다시 오르는데 다소 힘이 든다. 보라색과 흰색으로 핀 제비꽃이 무리를 지어 힘내라고 응원한다. 물론 낮고 포근한 육산이라 여유를 가지고 간다면 휘파람을 불며 걸을 수 있지만 도로로 하산한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려다보니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저물어가는 해가 바다에 붉은 햇살을 드리운다. 바다는 붉게 타오르고 온 세상은 고요해진다. 바다 건너편으로 석모도의 낙가산이 실루엣을 이루고, 선수포구에서는 갈매기 떼가 비상을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밴댕이회에 소주 한 잔 마시는 맛이 그지없다.

*산행코스
-.제1코스 : 함허동천(20분) → 정수사(50분) → 마니산(20분) → 참성단(40분) → 상방리 하산길(30분) → 임도(1시간 10분) → 선수포구(총소요시간 : 3시간 50분)
-.제2코스 : 상방리주차장(1시간) → 참성단(20분) → 마니산 정상(40분) → 정수사(20분) → 함허동천 (총소요시간 : 2시간 20분)
*교통
-.김포에서 48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352번 지방도로를 택한다. 352번 지방도로를 따라 초지대교를 건너 301번 도로를 타고 길상면 소재지에 이른 후 348번 도로 방향으로 좌회전 하면 전등사 앞을 지나 함허동천 주차장에 닿는다.

/산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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