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 이색 (1328~1396)
* 흰 눈이 녹아 없어져가고 있으니 이제 봄이다. 그런데도 봄기분이 나지 않는다. 봄을 가로막는 자가 있다. '구름'이다. 봄을 봄이게 하는 이는 ‘반가운 매화’이거늘 매화는 어느 곳에서도 볼 길이 없고 찾으려 찾으려 해도 찾을 길이 없다.
봄이 봄 같지 않고 세상이 세상 같지 않은 날이 있다. 삶 속에 피어나는 그때그때의 꽃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의 해석자들이 이 시조에서의 '반가운 매화'를 '젊은 인재'로 풀이한다. 그러나 인재는 기다린다고 해서 바란다고 해서 나오지는 않는다. 사람의 길을 가로막는 제도에 맞서고 구조도 바꾸어 그 길의 숨을 터주어야 한다.
한 사람이 이 사회의 한마당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스치고 거치고 겪으면서 결지고 매만져지고 다듬어지는가. 사람들이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느 곳에 피었는고'가 아니라 '내가 왜 찾아내지 못했는가' '내가 왜 알아보지 못했는가' '내가 왜 도움주지 못했는가' 할 일이다. 사람 찾는 일, 사람 보는 일, 사람 아끼는 일에 게으르고 무심했던 자신을 탓할 일이다.
내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면 매화는 어느 틈엔가 뒤뜰 장독대 근처에 피어나 있곤 하였다.
/김주석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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