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오마하거늘'
'님이 오마하거늘'
  • 김주석
  • 승인 200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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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석 시조시인
님이 오마하거늘 저녁밥을 일찍 지어먹고

중문(中門) 나서 대문(大門) 나가 지방(地方) 위에 치달아 앉아 이수(以手)로 가액(加額)하고 오는가 가는가 건넌산 바라보니 거머흿들 서 있거늘 저야 님이로다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신 벗어 손에 쥐고 곰븨님븨 님븨곰븨 천방지방 지방천방 진데 마른데 가리지 말고 워렁충창 건너가서 정(情)엣말 하려하고 곁눈을 흘긧 보니 상년칠월(上年七月) 사흗날 갉아 벗긴 주추리 삼대 살드리도 날 소겨다

모쳐라 밤이기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웃길 뻔 하괘라


@ 님이 오마하거늘: 온다 하기에.
@ 지방(地方): ‘문지방’으로 풀이된 곳이 있으나 맥락을 살펴보면 지대의 도드라진 곳. 바라보기에 내다보기에 좋은, 땅의 다소 높은 곳이 적절할 듯. 사실 ‘문지방’의 도드라진 모습과 지대의 약간 솟아오른 모습은 유사성이 있음.
@ 거머흿들: 거무희끗한 무엇.
@ 워렁충창: 우당탕탕. 와당탕탕. 부리나케 달려가는 모습.
@ 상년(上年): 지난해. 작년.
@ 살드리도: 감쪽같이. 진짜인 양. 얄궂게도. 짓궂게도.


* 얼마나 기다리던 사람이었으면 품위고 체면이고 다 벗어던지고 냅다 달려갔을까. 얼마나 보고픈 사람이었으면 어슷비슷하기만 해도 다 그 사람으로 보일만치 착각하곤 하였을까. 기다림의 마음이 곡진하다. 그 마음이 참마음이다.

'기다림'과 '간절함'은 관련이 있다. '기다림'과 '인기척'과 '인간의 형상(인형)'은 상관 관계가 있다. "저야 님이로다"에는 반색하는 마음이 온새미로 실려 있다. 그 동작성이 심적으로 극대화되었다. 사람에 대한 반가움, 사람에 대한 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체면이 뭐 그리 중요한가. 사람이 좋으면 그만이지. 바로 이러한 흉허물 없음, 스스럼없음이, 이로부터 다가오고 다가가는 진실함이 그야말로 이 시조가 전하는 제맛이다.

/김주석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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