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연하(煙霞)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로 벗을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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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육곡지일(陶山六曲之一)"의 "기이(其二)"
태평성대(太平聖代)예 병(病)오로 늘거가놔
이 중에 바라는 일은 허물이나
없고자
- 이황 (1501~1570)
@ 늘거가놔: 늙어가노라.
* '도산육곡지일(陶山六曲之一)'의 '기이(其二)'이다.
자연 속에 한가롭게 지내면서 다행히 이렇다할 나라 걱정도 없다. 결국 자신의 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병으로 늙어가는 일'만이 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다.
이제 오로지 바라는 것은 '허물없음'이다. 자신의 삶에 조금이나마 오점이 남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삼가는 극도의 절제된 유학자적 정신이 이 시조에 압축 반영되어 있다. 이는 선생의 사상이 학문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생활적 실천에도 그 맥이 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시조 정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선비정신'이다. 선비정신이란 무엇인가? 이는 '올곧음'과 '깨끗함'이라 말할 수 있다. '올곧음'이
사회를 향해 있다면 '깨끗함'은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이다.
이 시조는 '깨끗함'을 생활철학으로 삼는 유학자적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람 이병기의 시조도 이러한 전통적 맥에 닿아 있다.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는"삶이 그것이다.
/김주석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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