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의 아름다운 산행]덕유산(1,614m, 전북 무주·경남 거창)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m)에 선다. 나는 향적봉에 오를 때마다 남도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 첩첩한 산군(山群)에 흠뻑 취하곤 한다. 저 말없는 산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이는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부끄러움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기에 산은 나의 정신적 스승이다. 덕유산을 이루는 수많은 봉우리들은 물론이고 멀리서 가까이서 덕유산을 둘러싸고 있는 가야산·비계산·보해산·황매산·지리산과 월봉산·금원산·기백산, 그리고 운장산·대둔산·계룡산·서대산 같은 산들이 그러하다.
편리함속의 가벼움, 불편함속의 깊음
향적봉에는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러나 산 아래에서부터 땀 흘려 올라온 사람들과 곤도라를 타고 여행하듯이 손쉽게 온 사람들의 감동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편리함속의 가벼움과 불편함 속에서의 깊음의 차이일 것이다.
백암산으로 돌아와 다시 백두대간 길을 걷기 시작한다. 울창한 숲과 부드러운 흙길이 걷기에 편안하다. 가끔 전망이 트일 때면 중봉-백암봉-무룡산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한다. 산속 깊숙이 뻗쳐있는 구천동계곡에도 마음을 빼앗긴다.
구천동계곡은 덕유산 북쪽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로 장장 70리에 이른다. 구천동계곡은 길게 이어가면서 33경에 달하는 수려한 풍경을 낳았다.
대간을 걷다보면 들판과 마을이 산에 기대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이 만들어내는 물줄기를 따라 들판이나 마을이 형성되고, 어린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부모님처럼 산은 이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다.
주변이 초원지대인 대봉(1,263m)에서는 물도 마시면서 차분하게 전망을 즐긴다. 향적봉-중봉-백암봉이 바라보이고, 금원산 근처의 고봉들도 불쑥불쑥 솟아 있다.
갈미봉 직전의 전망바위에서 남덕유산에서 무룡산-백암봉-지봉-대봉을 거쳐 달려오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빼재로 고도를 낮춘다. 대봉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가 우뚝 솟은 투구봉도 바라보이고 빼재로 오르는 갈 지(之)자 도로도 내려보인다.
10여 미터를 깎아내려 도로를 낸 빼재를 보는 순간 가슴이 아프다. 백두대간은 이렇게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신풍령이라고도 부르는 빼재는 거창과 무주를 잇는 37번 국도가 지나지만 차량통행은 별로 없는 편이다. 하산지점이 되는 신풍령휴게소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뜨거워진 가슴을 식힌다.
*산행코스 -.제1코스(백두대간) : 안성매표소(1시간 50분) → 동엽령(50분) → 백암봉(1시간 10분) → 횡경재(1시간 30분) → 대봉(1시간 40분) → 빼재 (총소요시간 : 7시간) -.제2코스 : 안성매표소(1시간 50분) → 동엽령(50분) → 백암봉(40분) → 향적봉(50분) → 백련사(1시간 20분) → 구천동주차장 (총소요시간 : 5시간 30분) *가는 길 -.대진고속도로 덕유산나들목을 빠져나와 좌회전하면 안성면소재지에 이른다. 안성에서 오른쪽 자연학습원 가는 길로 우회전하여 마지막까지 직진하면 칠연계곡 입구인 안성매표소에 이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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