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의 아름다운산행]태백산(1567m, 강원도 태백·경상북도 봉화)
화방재에 도착하니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새벽 숲이 품어내는 상쾌한 기운이 내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부보상들이 지었다는 사길령 산신각에는 세 사람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신신각 문을 열어보려다가 안에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포기를 한다. 이곳 산신각에서는 음력 4월 15일에 제사를 지낸다. 새들의 성화에 나무들도 잠에서 깨어났다. 나무들이 잠에서 깨자 날은 완전히 밝아졌다. 북쪽에서 함백산도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켠다. 태백산(太白山)을 우리말로 하면 '한·뫼'다. 그래서 한백산, 한박산, 함박산, 함백산으로도 불리었다. 이처럼 함백산은 태백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금 함백산으로 부르고 있는 저 산도 원래는 태백산의 큰 덩치에 속했다.
주목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부소봉과 문수봉이 지척에서 천제단을 향하여 절을 하고, 태백산이 내뿜는 기운은 구룡산을 지나 선달산, 소백산으로 이어진다.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주변의 수많은 산줄기들이 겹쳐지면서 태백산은 더욱 깊어진다.
천제단의 9부 능선에는 망경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거울처럼 맑은 동해를 바라본다 해서 이름 지어진 망경사(望鏡寺)는 전망이 좋아 망경대(望鏡臺)라고도 불린다. 신라 진평왕 때 지금의 문수봉에 문수보살이 석불로 되어 솟아오르자 이 소식을 들은 자장율사가 망경사를 창건하여 이 문수상을 옮겨놓았다. 지금의 망경사는 6·25 때 불탄 이후 근래에 지어졌다.
망경사와 천제단 중간에는 단종비각이 있다. 12세에 조선 6대 임금이 된 단종은 숙부인 세조에 의해 영월로 유배되어 사약을 받고 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마쳤다. 죽은 단종은 그 후 영월, 삼척, 봉화 사람들의 꿈에 태백산 산신령이 되어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단종의 비가 태백산에 세워졌다. 비운의 왕, 단종의 비가 현재의 위치에 세워진 것은 1955년의 일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태백산 천제단으로 다가오는 산줄기들 ⓒ장갑수 | ||
구룡산(1345.7m)에 올라서서야 비로소 장쾌하게 전망이 트인다. 태백산에서 신선봉을 거쳐 달려오는 백두대간이 그동안 팔았던 다리품을 대변해준다. 그리고 도래기재를 넘어 옥돌봉, 선달산으로 이어가는 백두대간의 봉우리들이 붕긋붕긋 솟아 있다. 남쪽에서도 문수산이 듬직하게 버티고 있다.
급경사를 이룬 내리막의 숲 사이를 뚫고 바람이 불어온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던 붓다의 말씀이 떠오른다. 어딘가에 얽매여 살아가는 나그네에게 거침이 없는 바람이 자유를 찾으라 한다.
산비탈 곳곳에 다른 나무보다 높이 자란 적송이 산의 격조를 높여준다. 이름 하여 춘양목(春陽木)이다. '소나무 중의 소나무'라 일컬어지는 춘양목은 이곳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을 중심으로 산악의 음산지대에 자생하는 적송(赤松)을 가리킨다. 춘양목은 수형이 곧고 옹이가 없으며 일반 소나무에 비해 재질이 단단하고 뒤틀림이 적어 옛날 궁궐이나 사찰과 관아용 건축자재로 널리 이용되었다. 도래기재 아래 폐쇄된 터널에서 나오는 바람과 물소리가 땀방울을 씻어준다.
*산행코스 -백두대간 코스 : 화방재(1시간 10분) → 유일사쉼터(50분) → 천제단(1시간) → 깃대기봉(1시간 50분) → 신선봉(40분) → 곰넘이재(1시간) → 구룡산(1시간 50분) → 도래기재 (총소요시간 : 8시간 20분) -태백산 코스 : 유일사주차장(50분) → 유일사쉼터(50분) → 천제단(1시간) → 문수봉(1시간 20분) → 당골광장 (총소요시간 : 4시간)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과 영월을 지나 석항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하여 계속 직진하면 화방재에 이른다. |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표현을 부보상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