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 가자’
‘나비야 청산 가자’
  • 김주석
  • 승인 2006.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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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석 시조시인
나비야 청산에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 왠지 이 시조는 서글픈 느낌부터 든다. 왜일까? 천대받고 구박받는 삶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 [육당본 청구영언]
'청산'이라는 공간적 상징은 이미 속요인 '청산별곡'에서 많이 접근해 둔 터라 이 시조에서의 '청산' 또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즉 '이상적 공간'이나 '비현실적 공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속내를 전달하기 위해 그저 단순히 설정한 공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꽃'과 '잎'은 대조적이다. 그러면서 둘 다 '쉴 곳'이거나 '머물 곳'이거나 '삶의 거처'를 나타낸다. 그렇지만 '저물거든'과의 맥락상 '꽃'이나 '잎'은 나그네가 지나가다 묵어 잘 곳('주막'이나 '숙소'라고 해야 할까)이라고 보는 것이 좀더 직접적인 풀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꽃'은 '좋은 방' 정도 될 것이고 '잎'은 '한데 헛간' 정도 될 것이다. '푸대접 받는 삶', 그렇게 '운명 지어진 삶을 지고 가는 인생이 심히 씁쓸해 보인다.

/김주석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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