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나비야 청산에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 왠지 이 시조는 서글픈 느낌부터 든다. 왜일까? 천대받고 구박받는 삶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 [육당본 청구영언] | ||
'꽃'과 '잎'은 대조적이다. 그러면서 둘 다 '쉴 곳'이거나 '머물 곳'이거나 '삶의 거처'를 나타낸다. 그렇지만 '저물거든'과의 맥락상 '꽃'이나 '잎'은 나그네가 지나가다 묵어 잘 곳('주막'이나 '숙소'라고 해야 할까)이라고 보는 것이 좀더 직접적인 풀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꽃'은 '좋은 방' 정도 될 것이고 '잎'은 '한데 헛간' 정도 될 것이다. '푸대접 받는 삶', 그렇게 '운명 지어진 삶을 지고 가는 인생이 심히 씁쓸해 보인다.
/김주석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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