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 [가곡원류] | ||
추야장(秋夜長)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 박효관 (?~?)
@ 상사몽(相思夢): 남녀 사이에 서로 그리워하여 꾸는 꿈.
@ 실솔(蟋蟀): 귀뚜라미.
@ 추야장(秋夜長): 길고 긴 가을밤.
* 인간은 변신을 꿈꾼다. 말하자면 변신은 삶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실과 꿈의 관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실 속에서 쉬이 이룰 수 없는 간절한 삶의 욕구 중에는 꿈속을 통하여 가시화되거나 가상적으로나마 해소되는 경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조 속에서의 화자의 변신 욕망은 "실솔의 넋"을 선택하였다. 현실에서의 육체는 시간적 공간적 장애를 지니는 것이기에(아무 때나 또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사물이 "실솔의 넋"인 셈이다.
간절함 끝에 꿈속에서나마 변신에 성공한 화자는 시공의 한계를 한때나마 벗어나 "추야장(秋夜長)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절묘한 반전이 발생한다. 님은 그만 "날 잊고 깊(은) 잠"에 들어 있는 것이다. 굳이 흔들어 깨우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서운했던 모양이다.
/김주석 시조시인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