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의 아름다운산행]주왕산 720.6m, 경상북도 청송
대구를 지난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의성나들목을 빠져나간다. 국도를 따라 청송으로 가는 길은 야트막한 산을 굽이굽이 돌아서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은 속도를 낼 수가 없어 주변의 풍경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을 준다.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를 바라보는 마음이 넉넉하다.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 대전사 뒤편으로 우뚝 솟은 기암이 시선을 제압한다. 웅장한 기암(旗岩)을 배경삼은 대전사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기암은 웅장하되 사이좋은 형제마냥 옹기종기 모여 있어 포근하고, 표면이 매끄럽고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하게 차려입은 선비 같기도 하다.
기암은 화산재가 용암처럼 흘러내리다가 굳어 단단하고 매끄러운 응회암이 되었다. 원래 기암은 폭이 150m에 달하는 거대한 암체였으나 수직으로 발달된 커다란 주상절리군을 따라 차별 풍화작용이 일어나 7개의 바위 봉우리로 분리되었다.
기암을 배경삼은 대전사의 행복
신선이 된 나그네의 발길이 닿는 곳은 제2폭포. 제2폭포는 주방천에 합류되기 직전의 사창골이 마지막으로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12m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복숭아씨처럼 둥그렇게 패인 탕에 안긴다. 그리고 나서 6m 길이의 홈통을 따라 가냘픈 듯 쏟아져내려오면서 또 하나의 폭포를 만든다. 수량이 적고 규모가 크지 않은 제2폭포는 우렁차기보다는 다정하고 남성적이기보다는 여성적이다.
물소리를 따라 걷다보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수십 미터에 이르는 바위들은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길을 내주어 협곡이 되었다. 금방이라도 입맞춤할 것 같은 천애절벽의 바위 사이를 지나는데, 동굴 속 같다. 절벽 끝을 보려고 고개를 90도 각도로 치켜든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성냥갑처럼 조그맣다. 이런 바위 사이를 흘러가는 계류는 맑다 못해 검푸르다. 좁은 바위 홈통을 타고 숨죽여 흘러가던 물줄기는 폭포를 만든다. 제1폭포다. 중국의 계림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난다.
▲ 주왕산 제3폭포. ⓒ장갑수 | ||
시루봉 아래로는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병풍바위가 길게 펼쳐진다. 주왕암 가는 길에서도 수십 미터 높이의 바위들이 인간을 왜소하게 만든다. 망월대에 올라 나는 또 다시 신선이 된다. 급수대가 코앞에 와 있고, 병풍바위와 연화봉이 근엄한 듯 아름답게 펼쳐진다. 병풍바위에는 조물주가 그려놓은 벽화가 장식되어 있고, 연화봉은 활짝 핀 연꽃 같다.
조그마한 암자 주왕암을 지나 주왕굴로 들어선다. 파란 이끼가 낀 3~4m 폭의 협곡을 따라 몇 굽이 돌아가니 굴 하나가 나온다. 5m 높이에 5m 깊이의 굴속에는 산신이 모셔져 있고, 굴 앞으로 10m 높이에서 물이 떨어진다.
계곡길을 걷는데 봄에 진하게 피는 수달래가 많이 눈에 띈다. 주왕이 흘린 피에서 수달래가 돋아났다는 전설이 상기된다. 대전사를 거쳐 속세로 돌아가는데 기암이 배웅을 한다.
*산행코스 -.제1코스 : 주차장(1시간 20분) → 정상(1시간 30분) → 가메봉(1시간) → 내원마을(20분) → 제3폭포(10분) → 제2폭포(40분) → 주왕굴(40분) → 주차장 (총소요시간 : 5시간 40분) -.제2코스 : 주차장(1시간 20분) → 정상(1시간) → 후리매기(30분) → 제2폭포(40분) → 주왕굴(40분) → 주차장 (총소요시간 : 4시간 10분)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길안면 소재지에서 914번 지방도로로 좌회전(청송방향)한다. 청송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다보면 주왕산으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있다. |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