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 쓰고 눈물지고’
‘한 자 쓰고 눈물지고’
  • 김주석
  • 승인 200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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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석 시조시인
한 자 쓰고 눈물지고 두 자 쓰고 눈물 지니
자자행행(字字行行)이 수묵산수(水墨山水) 되거고나
저 님아 울며 쓴 편지이니 휴지삼아 보시소

@ 휴지삼아 보시소(병와가곡집 781): 다른 텍스트에는 ‘짐작하여 보시소’(가곡원류 831) ‘눌러 보소’(남훈태평가 59)로 되어 있는 곳도 있다.
@ 휴지삼아 보시소: 나의 사랑을 허투루 보지 말라는 것(반어: 실제로는 잘 새겨서 들어달라는 것).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나의 사랑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것).
@ 짐작하여 보시소: 내 사랑을 헤아려 달라는 것. 내 사랑의 진정을 깊이 생각해 보라는 것. 나를 돌아봐 달라는 것. 나를 눈여겨봐 달라는 것.
@ 눌러 보소: 참인지 아닌지(눅눅한지 아닌지/눈물이 말라붙은 건지 아닌지) 확인하여 보라는 것.


* 눈물로 쓴 편지라고 해야 할까? 눈물로 쓴 시조라고 해야 할까? 슬픔이 구구절절 배어나는 것도 같고 농(弄) 반(半) 진(眞) 반(半) 섞인 것도 같다. 그래서 울음 같기도 하고 웃음 같기도 하다. 눈물콧물 다 섞인 게 바로 이런 시조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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