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말 하면 잡류(雜類)라 하고
말 아니면 어리다 하네
빈한(貧寒)을 남이 웃고
부귀(富貴)를 새오는데
아마도 이 하늘 아래서
살올 일이 어려웨라
* 어리다: 어리석다.
* 웃고: 비웃고.
* 새오는데: 시샘하는데. 시기하는데.
* 살올: 말할.
<논어> ‘이인(里仁)’에 “부귀는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도(道)로써 얻은 것이 아니라면 누릴 일이 아니고, 빈천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이지만 도(道)로써 얻은 것이라면 버릴 일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또 박인로의 가사 ‘누항사’에는 “내 빈천 슬히(싫게) 여겨 손을 헤다(내젓는다) 물러가며, 남의 부귀 부럽게 여겨 손을 치다(손뼉 친다) 나아오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마침 김천택의 “안빈을 슬히 여겨 손 헤다 물러가며 부귀를 부러하여 손 치다 나아오랴 아마도 빈이무원(貧而無願)이 긔 옳은가 하노라”(해동가요 426번째 시조)라는 시조도 있다.
남의 평가나 시선 이전에 이렇게도 생각해보게 된다. 본질적으로 내 스스로 말하기 어렵고 내 자신 살기 어려운 건 아닐까 하고. 솔직히 남이 뭐라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태도나 기준이 흔들리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것은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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