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애니[홍길동]을 향한 그리움
1967년 애니[홍길동]을 향한 그리움
  • 김영주
  • 승인 2008.04.30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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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찾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영화 [홍길동]의 필름을 일본 오사까에서 찾아냈다고 한다.  ( [홍길동]원본 만화가 신동우의 형인 ) 신동헌 감독은 “잃어버린 자식을 다시 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는데, [빨간 마후라] [용가리] [홍콩의 왼손잡이]와 함께 나에겐 60시절 가장 그리운 추억꺼리 중 하나이다.  기록에 따르면 1967년 1월에 서울 대한극장에서 처음 상영되었다고 하니, 내가 초등3학년 때이겠다.  지금은 모텔 주차장이 되어버린 ‘추억의 남도극장’에서 보았다.( 5살에서 10살을 남도극장 뽀-짝 코앞에서 ‘밥집 아들’로 놀았으니, 60년대 극장가의 ‘그 싸가지 분위기’에 생생하게 산 증인이다.  참으로 아련하고 사무치게 그립다.  눈물 마렵다. )

남자가 쉰 살이 넘어가면 우울증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감수성이 예민하다고들 하는데, 최근엔 부쩍이나 더욱 그렇다.  엄니는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오고 6070의 풍물들을 만나면 눈물이 울렁거린다.  ‘라디오 평화방송’에서 저녁 8시에 ‘추억의 팝송’을 들려주고 9시에 ‘추억의 가요’를 들려주는데, 그 노래에 실린 그 시절 그 일들이 스쳐지나가면서 가슴이 쌉쌀해지고 때론 눈물이 찔끔거리기도 한다.  어젠 금과 은의 <빗속을 둘이서>와 은희의 <꽃반지 끼고>가 흘러나왔다.  작업을 방해하는 때가 많다.  우울해지니까 피하려다가도 무조건 아름답게만 다가오는 추억의 카타르시스를 즐기고 싶어서 자주 듣게 된다.  일요일 밤 EBS의 ‘한국영화특선’을 틈틈이 보는 것도 그 때 그 풍물들에 저절로 이끌려들기 때문이다.  67년 애니[홍길동]을 그리워했는데, 그걸 다시 찾아냈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지금의 화려한 영상기술과 자극적인 볼꺼리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을 터인데, “추억은 무조건 아름다워!” 때문인지 나의 뇌리에 박힌 장면들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들, 홍길동이 어머니께 하직인사 · 꾸불꾸불 천길 낭떠러지 끄트머리에 놓인 초가집의 백운도사 · 백운도사를 만나 무술훈련 · 곱단이와 사랑 · 꾀돌이 차돌바위와 건장한 텁석부리와 의기투합 · 박쥐 해골 흑룡 · 홍길동 활빈당에 놀라서 눈알이 석자나 튀어나오는 탐관오리 사또 잔치판.  윤승이집 뒷처마밑에서 배꼽 뺄 정도로 웃겨주는 장면을 흉내 내면서 동네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주던 앳된 내 얼굴도 어른거린다.  너무 재밌어서 인지 아니면 진짜로 런닝타임이 짧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화가 너무 빨리 끝나서 무지무지 서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풍문에 [호피와 차돌바위]가 다음 편으로 있다기에 많이 기다렸는데, 광주에 오지 않았다.  그 뒤로 난 만화영화라면 사족을 쓰지 못했다.  [황금철인] [손오공] [보물섬] [황금박쥐].  TV로 영화가 시들해지면서 TV만화영화가 크게 유행했다.  [뽀빠이]로 시작해서 [밀림왕자 레오] [싸파이어 왕자] [우주소년 빠삐] [왕거미] [철인28호] [마린 보이]는 열심히 보았지만, [우주소년 아톰] [황금박쥐] [요괴인간]은 광주에서는 동양방송이 방영되지 않아서, 어린이잡지 부록만화로 갈증을 메웠다.( 동양방송 TBS는 삼성 이병철 꺼였는데, 1980년에 전두환에게 압수당해서 KBS2로 바뀌었다. )  스무 살 즈음에 [로봇 태권V]가 영화관에서 상영되었지만, 대가리가 커져선지 별로 흥취를 느끼지 못했다.  태권도 동작만 들어가 있지 일본 TV만화영화 [마징가Z]를 거의 그대로 흉내 내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등시절에 몰래 훔쳐보며 빠져들었던 ‘성인만화’이야기가 있는데 ... . )

그리곤 만화도 만화영화도 심드렁해졌는데, 서른 시절에 우연히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에 다시 재미를 붙이고, 김수정의 [오달자의 봄] [아기공룡 둘리]에 낄낄대고, 이두호의 [임꺽정]에서 깊은 장중함을 만났고, 김동화의 [황토빛 이야기]에 젖어들고, 허영만의 [날아라 수퍼보드]에서 코믹한 재미 그리고 [오! 한강] [며느리 밥풀꽃]에서 사회적 리얼리즘을 그려내는 충격적인 참신한 맛을 알게 되었다.  한겨레신문에서 만난 박재동 시사만화는 감동과 존경이었다.  일본 만화[드래곤 볼]에서 시작하여 [닥터 슬럼프] [시티헌터] [형사25시] [짱구는 못말려]에 빠져들다가 또 우연히 [이웃집 토토로]와 [라퓨타 성]으로 이어지는 미야자끼 하야오의 작품이라는 ‘내 인생 최고의 예술’을 만나게 된다.  그 사이에 비디오로 만난 월드 디즈니의 [백설공주]에서 시작하여 [환타지아]를 비롯하여 최근 [포카 혼타스] [아틀란티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안겨준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60년대 만화방은 내 문화생활의 고향이었다.  그리고 67년 [홍길동]은 내 어린 시절 최고의 환타지였다.  최근 10년 사이에 만화와 만화영화를 소홀히 했다.  아직 허영만의 [타짜] [식객] [꼴] 그리고 김동화의 [빨간 자전거] [요정 핑크]를 만나지 못했다.  올해 홍콩에서 배만 들어오면, 다시 만화와 소설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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