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존스] ‘마야랜드’의 아찔하게 신나는 어드벤처
[인디애나 존스] ‘마야랜드’의 아찔하게 신나는 어드벤처
  • 김영주
  • 승인 2008.06.0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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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영화로 보는 세상]


스필버그! 어느 영화에서나 그는 그의 이름값을 한다. [우주전쟁]처럼 실망한 영화에서도 그의 이름값을 하는 장면은 몇 대목 있다. 항상 신나게 재미있는 오락영화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신나는 영화로 돈 버는 영화를 만든 다음엔 진지한 영화로 돈 벌지 못한 영화를 만든다. 그런데 관객들이 그걸 잘 몰라, 그의 이름이 걸린 영화엔 가리지 않고 눈 먼 불나방처럼 몰려든다. 돈도 벌고, 그 인기에 기대어 그 나름의 작품성을 챙기기도 하는 그가 너무 부럽다. 스필버그 영화에 이젠 많이 식상해 있으면서도, 그의 이름값을 하는 몇 대목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의 영화를 빠짐없이 영화관에서 본다. 이번에는 오락영화의 대명사인 [인디애나 존스]가 20년 만에 다시 만들어졌다 하니, 어찌 아니 볼 수 있겠나! 그렇고 그런 오락영화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 신나는 오락에 한 줌의 기대를 안고 영화관에 들어섰다.

[레이더스]는 스토리가 참신했고 아찔하게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게 [인디애나 존스]로 제목이 바뀌면서 대중들은 더 열광했지만, 나에겐 스토리가 유치해지고 어드벤처도 억지스러워지고 뒤틀린 오리엔탈리즘이 깔린 ‘정의의 사도, 미국’이 지나쳐 보여 거슬렸다. 미국 오락영화가 원래 그런 수준인데 거기다 대고 콩이야 팥이야 따진다는 게 오히려 쫀쫀하다고 여기고, 그냥 눈요기로만 신나게 즐겼다. 고고학考古學은 오락거리를 만들어내려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은 어수룩하게 순박한 척 하지만 결국은 모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영웅이고, 조금은 뭉그적거리며 서툰 척 하지만 결국은 휘두르는 채찍이나 주먹질마다 적통하고 날아드는 총알 화살 칼날은 모두 비켜가는 액션의 대가이며, 조금은 일을 그르치지만 그 실수마저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서” 결국은 바라는 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없는 무적의 해결사이다. 영화의 소재만 다를 뿐, 또 하나의 [007]이요, 또 하나의 [타잔]이다. 너무나도 뻔하고 그리도 유치한 시나리오와 액션에 왜 이리도 멍청하게 매번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는 걸까? 영화를 만드는 그의 솜씨 때문이다. 더도 덜도 아니게, 옛 [인디애나 존스]에서 맛보았던 그대로 ‘롯데 월드’나 ‘에버랜드’에서 아찔하게 어지럼증 나도록 내달리고 흔들어대는 그 청룡열차 · 바이킹 · 동굴모험 · 자이로드롭 ··· 를 신나게 타고 논 기분이다.

뒤틀린 오리엔탈리즘이 깔린 ‘정의의 사도, 미국‘은 그대로인데, 악당이 독일 나찌에서 소련군으로 변했고, 그 팔팔했던 해리슨 포드와 터프한 존스걸은 이제 늙수그레해졌고 그 대신에 [트랜스 포머]의 꼬마가 불쑥 성장한 모습으로 인디애나3세로 나온다. 이집트 유적 · 중국 · 인도 유적 · 예수 유적에서, 이번에는 마야 유적이다. 지난 20년 동안 만난 엄청난 블록버스터들에 익숙해져서일까? 왠지 그 때 그 시절처럼 참신하고 기발한 재미의 농도가 약하다. 그 이국적 이미지와 다양한 액션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이번에는 오히려 기존 영화들의 그 어떤 장면들을 흉내 내는 듯하다. 숲 속의 지프차 액션은 [캐러비언 해적]의 물레방아 액션과 [킹콩]의 아스라한 절벽에서 공룡의 몸싸움을 닮았고, 수정 해골궁전의 등장과정과 마무리는 디즈니 만화영화 [아틀란티스]와 일본 만화영화 [나디아]나 [라퓨타 성]의 이미지에 자기 영화 [크로스 인카운터]의 우주선이나 [A.I.]의 우주인을 뒤섞은 짝퉁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별 볼 일 없는 건 아니다. 그대로 즐길 만하지만, [쥬라기 공원1] [터미네이터2] [반지제왕] [투모로우] [킹콩] [스파이더맨2]처럼 감동할 정도의 말초적인 재미는 아니다. [캐러비안 해적]이나 [나니아 연대기]보다야 낫지만, [폴라 익스프레스]나 [아이언 맨]보다 못해 보인다. 대중재미 B+ · 영화기술 A0 · 삶의 숙성 F. 그의 영화가 삶의 숙성에서 맨나 F학점만 맞는 게 아니라 때때로 B+를 맞기도 하기에, 이 영화로 스필버그 자체에 실망할 것까진 없다.

우리가 이런 오락영화를 즐기는 건, 글자 그대로 심심풀이 껌이나 땅콩이다. 진지할 것도 삐딱할 것도 없다. 미국 오락영화에 깔린 ‘자본주의 문명’의 주술마저도 언급할 필요가 없다. 단지 만날 이런 영화나 드라마 소설 만화로 말초적 감각만 즐기면서 살아가면, 정신건강에 ‘골다공증의 다우너’가 된다는 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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