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오동에 듣는 빗발 무심(無心)히 듣건마는
내 시름 하니 잎잎이 수성(愁聲)이로다
이 후(後)야 잎 넓은 나무야 심을 줄이 있으랴
* 듣는: 떨어지는.
* 시름 하니: 시름이 많으니.
* 수성(愁聲): 시름 소리. 근심 가득한 소리. 온통 근심의 소리.
'널찍한 오동잎에 떨어지는 굵직굵직한 빗소리'가 지은이 자신의 심란한 상태를 속속들이 헤집어내고 말았다. 심기가 불편하다.
평상시의 상황이라면 당연히 편안한 마음으로 들었을 빗소리였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치 얹히는 음식처럼 온통 수심 덩어리이다. 마땅히 '무심'이어야 할 세상이 통째 '수심'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태평국이어야 태평심일 터인데 나라가 편치 않아 그도 편치 않다.
김상용은 김상헌의 형이다. 병자호란 때 강화성이 함락되자 죽음을 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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