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시조시인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안자시니
저 물도 내 안 갓하여 울어 밤길 예놋다
* 안자시니: 앉아 있으니. 앉아 있노라니.
* 갓하여: 같아서. 다를 바 없어서.
* 울어 밤길 예놋다: 울며울며 밤길을 가는구나(흐르는구나).
냇물 소리는 숨소리다. 냇물이 살아가는 소리다. 살아가는 소리는 ‘졸졸’이다. ‘줄줄’이다. ‘기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슬픈 소리’를 내기도 한다. ‘냇물’은 ‘감정체’다.
냇가 옆에서 눈 감고 숨죽여 가만히 귀 기울여 본 사람이라면, 냇물이 뿜어내는 이러한 기쁨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하는 삶의 내용들을 구절구절 감지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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