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학생들은 어디에?
‘그들만의 리그’ 학생들은 어디에?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8.12.0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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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정치판 뺨치는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판
기득권 놓칠세라 400여장 부정표까지 만들어

2009년 광주지역 대학들의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기성정치 뺨치는 세력 다툼에 부정투표지까지 난무하는 등 일반학우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돼가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상대 후보 측 참관인을 꼬드겨 밥을 먹으러 간 사이 얼렁뚱땅 만들어진 부정표 400여 장이 발견돼 선거가 전면 무효화되고 재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조선대. 8년 만에 치러진 경선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오랫동안 총학을 장악해오던 한총련 계열 후보 측에서 불안한 판세에 무리수를 두며 부정투표 파동을 낳았다.
  
이를 두둔하려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위원장이 2번 바뀌는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실추된 명예를 추스르는 과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조선대 학보사 한 기자는 “총학 선거 역사상 재선거도, 부정선거도 이번이 처음이다. 자랑스럽지 못한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학생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수업 시간 교수님들이 10분 동안 투표할 시간을 주기도 하는데, 방학을 하게 되는 11일 쯤에는 투표율이 전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년 비슷비슷한 공약에 싫증을 느끼고, 권력화·조직화돼 버린 ‘그들만의 리그’에 한 표를 행사해 온 학생들이 재선거에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5년 넘게 ‘우리학생회’라는 한총련 계열에서 총학 회장을 바통 터치하듯 물려주고 있는 전남대학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는 금년 총학선거 기간에 ‘건강한 학생회 만들기 운동본부’를 꾸려 ‘단일후보에 반대표를’ 운동을 했던 강수훈(법학과 4년)씨를 만났다.
  
강씨는 “지난해 10년 만에 경선이 치러진 법학과 학생회에 출마했을 때 선관위로부터 부당한 경고를 받고 강의실 유세 도중 학생들에게 상대후보 측과 선관위가 ‘한통속인가 봅니다’라고 말했다가 후보자격이 박탈됐다”고 회고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는 “깨끗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학생자치 기구가 필요하나, 한총련 계열에서 계속 바통을 이어가는 한 새로운 비판세력이 생겨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그것이 ‘우리학생회’가 5년 넘게 그 바통을 이어온 이유다”고 주장했다.
  
전남대는 올해도 경선 없이 찬반투표로 총학 선거가 치러졌다. 그리고 한 계파가 6년째 총학생회를 이어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와 함께 최근 등록금이 주요 공약 사항으로 떠오르면서 광주대에서는 경선으로 치러진 총학선거에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학교 측이 특정 후보와 밀착해 선거가 치러졌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나돌기도 했다.
  
호남대에서는 간부 수련회에 참석한 학생회 측 임원들끼리 차기 회장후보를 지정해 이미 당선자를 정해 놓고 선거를 형식적으로 치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렇게 최근에 광주지역 대학에서 치러진 총학선거를 돌아보면 순수하고 재기발랄한 대학생들의 선의의 경쟁 장이라기보다 기성정치판의 잘못된 모습만을 받아들인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상을 줘 아쉬움이 크다.
  
93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오창규(41)씨는 “과거에도 학생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지만 후보들마다 순수한 열정으로 학우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은 같았다”면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상식과 경우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학생들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때 학우들의 사랑을 받는 총학생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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