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해 왔다고 웃을 순 없소”
“소해 왔다고 웃을 순 없소”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1.05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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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우시장 열리던 날
축산농가, 사료값 고공행진에 울상

▲ 선뜻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자 한 축산업자가 애써 기른 소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2일 소의 해 첫 우시장이 열린 함평장에서 만난 축산농가들은 소 값 폭락, 사료 값 급등에 울상을 지었다.

기축년 새해 첫 우시장이 열린 지난 2일 새벽 전남 함평장. 소나 사람이나 추운 날씨에 콧김입김을 훅훅 뿜어내며 매서운 새벽을 견뎌내고 있었다. 
  
신정 뒤끝인지라 이날은 소도 덜 들어오고 거래도 뜸한 편이었다. 보통 때는 전남, 서울, 경상도 등지에서도 상인들이 많이 몰려왔으나 함평 우시장의 영화도 옛말.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100년 전통의 우시장에선 한 때 하루 동안 500~600두의 소가 거래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 300마리정도가 거래되고 있을 뿐이었다. 예전 같으면 새벽 5시에 선 장이 오전  10~11시까지 거래가 이어지곤 했으나 지금은 8시면 파장이다.
  
한 쪽에선 도축장으로 끌려는 업자와 가지 않으려는 암소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업자가 끙끙대며 저울 위에 올려놓은 암소의 무게가 520kg이 나왔다. 암소의 경우 최상등품이 kg당 8,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 소는 416만원에 거래됐다. 백귀선(53) 함평 우시장 팀장은 “1년 전만 해도 500만원 정도는 너끈히 받았을 소인데…”라며 혀끝을 찼다.
  
1년 사이 성우(다 자란 소)의 가격은 kg당 1,000원 이상이 하락했다. 송아지 가격도 250만원 이상 나가던 것이 150만~180만원으로 급락했다. 백팀장은 “하루가 다르게 소 키우는 농가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둥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는 또 다른 구석엔 송아지들이 겁에 질린 듯 “음매~” 입김을 품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2일과 17일 한 달에 두 번 송아지 경매가 이루어진다. 한 번에 100마리씩 경매가 이루어져 한 달에 200마리가 농가에 입식된다.
  
“경매로 거래가 이루어지면 경쟁이 붙어 좋은 송아지는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김재영(54·장성군·읍 단광리)씨. 그는 “소 키우는 사람들이 입식(소를 사는 것)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파는 사람만 있고 산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김씨는 “사료 값만 안정되면 소 키울 만한데…”라며 씁쓸해했다.
  
이렇듯 소를 키우는 사람들의 걱정은 사료 값에 온통 쏠려있었다. 그들은 “소가 사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가 소를 먹고 있다”고 표현했다. 소를 키우는 비용의 60%가 사료 값 으로 들어간다는 것.
  
황광국(56·나주시 성북구 대호동)씨는 “생산비도 못 건진다”며 사료값 인하를 요구했다. 황씨는 “1만3,000원씩 하는 사료 1포대(25kg)를 송아지 한 마리가 사나흘, 큰 소는 볏짚 등 조사료를 빼고도 하루에 반포씩 먹어치워 사료 값이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연동제라 해놓고 세계 곡물가격은 계속 내리는데 왜 사료 값은 안 내리느냐”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하고 “지금 사료가격에서 5천원 정도는 내려야 타산이 맞는다”고 말했다.
  
장이 서고 1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도축업자를 제외하고 소를 사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배병관(67) 함평 우시장 경매인은 “정부가 기업농 육성을 위해 영세 축산 농가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며 “80년대 초반 소 값 파동 이 후 미국산 소 수입에 사료 값 폭등으로 축산 농가들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계점(60. 나주시 다시면)씨는 “황소는 뚝심이다”며 “소를 키우며 그 우직함도 함께 배우고 있어 어렵지만 근성을 갖고 하다보면 현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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