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등 9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일본산 주력 로켓인 H2A를 통한 다목적 위성 발사를 한국으로부터 수주 받았다고 발표했다”며 “아리랑 3호 위성 발사용역 미쓰비시 선정을 파기하라”는 반발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미쓰비시가 한국으로부터 수주를 받았다고 발표한 날 이명박 대통령은 방한 중인 아소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아리랑 3호 위성 발사용역을 미쓰비시가 수주한 것을 축하하고 우주·원자력 등 과학기술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간의 새로운 관계회복을 상징하는 준비된 선물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14일 <한겨레신문>은 “항공우주연구원측이 지난해 10월말 미쓰비시 중공업을 우선협상 대상으로 정한 것은 미국·러시아·유럽보다 후발업체인 일본 쪽의 가격 경쟁력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런 태도는 과거사·독도·교과서 등 민감한 주제는 아예 정상회담 의제에서 뺀 이 대통령의 대일본 접근 방식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13일 “한국 쪽이 애초는 러시아의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사업자)를 교체했다”고 한국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최대 군수업체로 광주·전남에서도 1944년 13~15살 어린 소녀들이 나고야 미쓰비시 공장으로 끌려갔다.
지난해 11월 13일에는 광주YMCA 백제실에서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손해배상소송 최고재판소 ‘기각’ 판결 및 ‘아리랑 3호’ 위성 발사용역에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 선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근로정신대 이야기를 다룬 ‘빼앗긴 청춘 돌아오지 않은 영혼’의 저자 이국언 전 <시민의소리> 기자는 “직접 미쓰비시에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이들을 상대로 10년 넘게 법정 투쟁 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위성발사 용역을 미쓰비시에 주는 것은 정치적인 논리나 힘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문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