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새벽 양동시장. 하루를 열기 위해 분주한 사람들에게 칼바람도 울고 간다. 새벽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선 한 상인의 모습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삶의 열정이 느껴진다. 경기가 어려워서일까. 시장 상인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래도 은근히 설 대목 특수를 기대하는 눈치다. 애써 함박웃음을 지어가며 손님들에게 덕담도 던진다.
박현미(63·여)씨는 예쁘게 손질한 닭을 내보이며 “차례 상에 예쁘게 올리라”고 손님들에게 말을 건넨다. 김귀순(85) 할머니는 30대 젊은 부부에게 “우리 새끼들 같다”며 흔쾌히 물건 값을 에누리해준다.
따뜻한 김을 내며 쭉쭉 밀려나오는 가래떡은 잠시 잊고 살았던 고향의 넉넉한 품을 느끼게 한다. 30년 동안 떡 방앗간을 하고 있는 최춘자(70·여)씨는 “돈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올해에도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옆 공간에서는 조명을 받은 조기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 때문에 재래시장의 상권이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시장에 가면 여전히 서민들의 풋풋하고 정겨운 삶이 있다. 가격을 흥정하고 에누리 하는 ‘맛’이 있다. 하나 더 얹어주는 ‘덤’으로 장바구니에는 ‘훈훈한 인심’이 가득하다.
명절 땐 항상 재래시장을 찾는다는 이성희(37)씨는 “시장 상인들의 구수한 말투는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며 “이런 친근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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