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
  • 범현이
  • 승인 2009.02.06 21:1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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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목(木)곤충을 만들어낸 목조각가 ‘공병묵(52)’

차를 타고 지나는 길목에 그의 작업실이 훤히 보인다. 빨간불에 걸려 정지선에 서 있으면 작업광경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늘 그 자리에서 그대로 앉아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는 손이 다. 허름한 저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생명이 들어가는 경이로운 것들이다.

톱밥이 발아래 푹신하게 밟히고 조그만 가방만한 난로 하나가 추위를 감싸주는 작업실이다. 이곳저곳에서 소문을 듣고 주문이 들어오기도 하고 사람들이 구경을 와서 작품을 보고 감탄하기도 한다.

천연기념물인, 지금은 이미 사라져버려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곤충들이 그의 손 안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 둠벙 속에서 물방개와 놀던 기억을 아스라이 간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작가 역시 어린 날 그리도 많았던 곤충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조리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고 애석해한다.


천연기념물들이 다시 생명으로 태어나다.


목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전국 최초의 곤충 공예품이다. 모형을 만들어 틀에 구워낸 것도 아니고 각각 따로 만들어내서 조립을 한 것도 아니다.

통으로 된 나무 하나를 가지고 깎고 또 깎아내어 하나의 곤충을 완성할 뿐이다. 곤충들의 생명력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땀과 시간에 대한 열정이 호흡을 만들어내고 실핏줄을 연장하여 심장 박동을 촉진 시키는 것이다.

사슴벌레, 칠성무당벌레, 장수풍뎅이, 물방게, 송장벌레, 청동벌레, 사시나무잎벌레, 점박이 꽃무지, 애기뿔소똥구리, 왕거위벌레 등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는 곤충들이 그가 만들어 내는 주제들이다. 주변에 너무나 많아 손사래를 치면서 놀았던 곤충들이다.

1년 전, 처음 곤충을 소재로 작업을 하려할 때 힘든 일도 많았다. 이미 아스라한 어린 날 시간을 되돌려도, 머릿속에서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형상화 시키는 작업은 더 힘들었다.

식물도감과 곤충도감을 가져다두고 몇 날을 책만 들여다보기도 했다. 공부를 하고 머리 안의 의미들이 형상으로 자리하면서 그가 한 일은 더 어려워져만 갔다. 더듬이와 불필요한 다리를 제외하고 최대한 단순화한 형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그는 부지런히 연구하고 또 스케치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형상화된 작업을 손으로 나무에 옮기는 과정에서 작가는 “한국의 자생 곤충이지만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자생력을 잃어가는 곤충부터 만들어보기로 했다”며 “너무나 작은 일이긴 하지만 사라진 생명력을 다시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을 잇는다.

평생을 나무와 함께 울고 웃다

그가 나무와 인연을 맺은 지는 20대부터이니 벌써 30여년이 넘었다. “우연히 목조각 하는 사람과 인연이 닿아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털어내도 벗어날 수 없는 끈들이 인연임을 그 역시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목조각을 즐긴다. 벗어날 수 없으면 행복하도록 즐기는 방법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가 작업하는 나무와 작품은 다양하지만 곤충들을 조각하는 재료는 마티카와 흑단이 주조다. 일단 가볍고 견고하고 고급스러워 집 안의 장식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작품이 완성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걸려 곤충 사이즈에 맞는 통나무 원목을 깎아 내고 다시 사포질을 하는 과정을 수회 반복한 후 비로소 곤충에 알맞은 제 색의 칠을 할 수 있다. 칠 역시, 칠하고 말리는 것을 반복하고 사포질까지 수 회 반복하고 나면 비로소 한 마리의 곤충이 자리를 한다. 탄생을 하며 작가가 불어넣은 생명을 갖는 것이다.



눈이 보이고 섬세한 날개도 만들어지고, 표정도 나름대로 만들어진다. 윤기 짙은 날개는 금방 홰를 치며 하늘을 향해 날을 듯하고 살짝 머리를 돌린 사마귀는 금방이라도 표적을 물을 것만 같다.

실용성이 먼저다. 보석함으로 재탄생한 곤충들은 뚜껑을 열면 붉은 지단이 깔려있는 공간을 갖고 있어 사용자들의 편리함을 우선으로 차용했다. 집 안 어디에 두어도 살아있는 곤충의 고급스러움이 손색이 없다.

뚜껑이 열리는 보석함과 같이 제작하는 방향제로 쓰이는 곤충들의 장식성도 놀랍다. 곤충이 통째로 들려지는 안에는 포푸리가 가득 들어있어 좌대 위에 앉혀진 곤충들은 방향제로서 손색이 없다.

모든 작품에는 자석이 상감으로 들어가 뚜껑을 열고 닫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었으며 착색제를 사용해 가능하면 실물 그대로의 형태와 색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 배 부분에는 구멍을 뚫어 포푸리 향기가 실외로 스며들어 나오도록 신경을 썼으며 비교적 사실에 가깝도록 제작에 임했다. 이 모든 작품들은 5만원에서 15만원 사이로 주문 생산이 가능하며 주문 후 작품 인도까지는 15일 정도가 소요된다.


공예인들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지금은 이미 사라져버렸지만 북구청 앞에 서 있던 ‘우리두리’ 목공예 작품도 작가의 작품이다. 한 때는 북구의 상징 장승이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단지 작가의 작업실에 샘플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장인들이 살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요원하다. 한 우물만을 파다보니 세상과의 단절은 물론이고 작업장 밖은 너무 멀리 있는 다른 세상이다. 일일이 작품성 담긴 작품을 제작하다보니 소량 생산은 당연하고 생활은 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쉽게 다른 일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가지고 있는 것은 장인정신 뿐이어서 현실과의 소통은 더 어렵다.


“목조각 뿐 아니라 다양한 공예를 연구개발해 작품성 뛰어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작가는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작품의 유통을 꼽으며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도 팔려나가지 않는다면 다음의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늘 연구하며 자신의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 작가는 공예대전과 관광상품공모전에서 수상을 함으로 이미 인정을 받았으며 3월후에는 본격적인 작품의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의 : 011-636-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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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2009-02-10 23:26:39
아이들이 있어 유심히 보게 됐는데 예쁩니다. 후에 꼭 무당벌레는 사고 싶네요. 다인이가 너무 좋아하는 곤충이라서 더 애착이 갑니다. 더 좋은 벌레 기대할께요.

범현이 2009-02-09 10:03:08
읽어주시고 작가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사람들의 애정어린 눈길이 작가에게 기운을 내서 작품에 임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더 많은, 지속적인 관심을 바랍니다.

나그네 2009-02-07 22:30:47
너무 환상적이네요? 앞으로 좋은작품 최고의 장인이되길 기대할께요??멋저부러~~~~~~~

행인2 2009-02-07 21:51:24
작품들이 너무나 이쁘네요~ 더욱 이쁜작품들을 만나고싶네요. 최고의공예인이되셨으면합니다^-^

행인 2009-02-07 21:45:23
획기적인 아이디어 입니다. ㅎㅎㅎㅎ 이번기회를 계기로 목공예도 작품예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술이 됬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