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 아는 이가 대부분
아동 성폭력, 아는 이가 대부분
  • 김영대 기자
  • 승인 2009.02.23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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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방치 땐 성장기까지 후유증
성폭력피해 예방 치료하는 호남해바라기아동센터

▲ 아동성폭력은 대부분 아는 이에 의해 계획적으로 발생한다. 부모의 관심으로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기지 않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20일 수년간 지적 장애를 가진 10대 소녀를 성추행, 성폭행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소녀의 친할아버지(88)와 백부(58), 숙부(43). 법원은 ‘8년 간 손녀, 조카를 성폭행한 가족들에게 키워준 정을 고려해 이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또 영광에서는 50대와 20대가 같은 마을에 사는 초등학생 A(12)양에게 용돈을 주거나 물건을 사주는 등의 수법으로 A양을 공원이나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50대 김모씨는 자신의 범행과 관련된 소문이 마을 주민 사이에 퍼지자 A양 보호자에게 돈을 주면서 사건을 무마하려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서 일어난 이러한 어린이 성폭행 사건은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키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북에서 접수된 아동 성폭력피해 건수가 한 달 평균 15.5명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가해자의 58%가 피해자가 아는 사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동급생과 선후배간에 발생한 비율이 41%를 차지했다.
  
호남해바라기아동센터(이하 아동센터)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214건의 성폭력 상담사례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성폭력 피해사례는 186건이었다.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주목할 내용은 미파악(53건, 24%)를 제외하고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129건(58%)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모르는 사람에 의한 피해 41건(18%)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129건)를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동급생(27건, 21%)과 선후배(26건, 20%), 동네사람(27건, 21%)과 가족을 포함한 친족(21건, 21%)에서 아동성폭행 비율이 높았다. 교사 및 강사가 6건(5%), 기타가 16건(12%)이 뒤를 이었다.
  
이렇듯 아동센터가 2005년부터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피해접수는 해마다 66%(05년), 55%(06년), 67%(07년)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피해자의 연령은 초등학교 취학한 만7세에서 13세미만의 아동이 111명, 취학 전인 만7세 이하 아동이 37명, 정신지체 장애자를 포함한 만13세 이상의 피해자는 38명이었다. 조사결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동들이 전체의 60%을 차지해 성폭력 피해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내의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만2세의 영유아도 성폭력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김향화 호남해바라기아동센터 간호사는 “아동 성폭력이 피해 아동 주변에서 계획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아이들의 대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 간호사는 “친족들이 성폭력을 저질렀을 경우 ‘예쁘다’, ‘사랑 한다’는 말로 덮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아이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고소로 이어진 사례는 32%에 불과했다. 아동센터가 지난해 접수된 전체 피해 사례의 고소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소가 진행된 사례가 71건, 진행되지 않은 사례가 96건, 알 수 없음이 56건이었다.
  
김 간호사는 “보통 친족들에 의한 아동 성폭력은 집안 문제로 번지는 것을 우려해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들은 성폭력을 당하고도 무서워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또 “이로 인한 정식적 피해는 아이가 성장하고도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며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할 때는 부모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해바라기아동센터는 서울, 영남, 경기, 호남 등 4곳이 있으며, 올해 6곳이 더 개설될 예정이다. 아동센터에서는 성폭력 피해아동의 신고 및 접수, 의료지원, 법적지원, 상담 및 정신과치료 등 종합적인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의는 호남해바라기아동센터 062)232-1375.

아동성폭력 피해를 입었거나 의심된다면
호남해바라기아동센터 One-Stop 서비스

호남해바라기아동센터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13세 미만의 아동 및 가족, 정신지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속한 응급진료와 상담·치료는 물론 센터와 연계된 변호사에게 법률자문까지 한 곳에서 종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광주 동구 남동에 위치한 아동센터는 웰클리닉 4층에 있다. 센터는 여성부가 전남대병원에 위탁해 운영되고 있다. 전남대 병원에서는 외과와 정신과 치료를 맡아 의사들을 지원한다. 전남대병원에서는 성폭력으로 인한 외과 치료를, 센터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담당한다. 센터에는 또 법률 자문 변호사 2명이 법률상담 및 자문, 수사 및 소송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는 정신과 치료를 위한 공간으로  집단치료실, 진료실, 녹화실, 심리검사실, 심리치료실, 놀이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성폭력 피해아동의 신고 및 접수를 받으면 먼저 진료실에서 피해 아동들과 면담이 이뤄진다.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인형 등 아이들에게 친숙한 물품들이 구비돼 있다. 
  
심리검사실에서는 심리적 후유증 등을 검사한다. 심리 치료실과 놀이 치료실에서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입었던 정신적 피해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소통되면서 치료가 된다. 전 과정들은 모두 녹화가 되고 나중에 법정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 아동 성폭력 피해 이후 나타나는 징후들
-깊은 잠을 못자며 악몽을 꾸고 밤에도 불을 켜고 자려고 한다.
-성기 혹은 항문이 아프다고 한다.
-말을 잘 안하고 신경질, 짜증, 욕설을 자주 한다.
-특정인물이나 장소를 무서워하며 보호를 요구한다.
-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손가락을 빨고 손톱을 물어뜯는다.
-전과 다르게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부모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갑작스런 성적 언어 및 성적 행동(자위행위)를 한다.

▲ 피해사실 확인 후에는
-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해했음을 표현한다.
-아이에게는 잘못이 없음을 말해준다.
-증거를 보존한다.
-아동성폭력 상담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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