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축소 맞물려 보수 회귀 움직임 뚜렷
대통령 직속 기구였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현 정부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려는 방침을 굽히지 않으면서 국가인권위 독립성 훼손이 크게 염려되는 분위기다. 지역 내에서도 의욕적으로 추진돼 오던 인권 증진에 관한 노력들도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치고 있다.
아직 실행은 되지 않고 있지만 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는 계속 사무소 폐지 압박을 받고 있다.
이정강 국가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 소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권위 조직 축소 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지역 언론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이 소장은 “정부에서는 인권위 조직 축소 안을 놓고 3월이 되도록 협의가 안 돼 국무회의에서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그 이후에 다른 말이 없다”고 그간의 정황을 전달하며 “행안부와 인원을 가지고 타협해 인원축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성 훼손 위기에 처한 인권위 조직의 축소 움직임은 당연히 인권 증진 노력의 전반적 퇴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소장은 “지난해 지방의원 650여명을 대상으로 인권의식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중 70% 이상이 인권조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지난해 5월부터 인권조례를 위한 논의를 해 왔고 1차 공청회도 끝내고 2차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이것을 실행해 나갈 공무원들이 달갑지 않게 생각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권조례 추진 과정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참여정부 때부터 지역 교육운동단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난항에서도 느껴진다. 지난달 광주시교육위원회 제17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협조하고 동참할 뜻이 있는지를 묻는 한 교육위원의 질문에 안순일 광주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동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안 교육감은 “학교교육 과정 권한은 교장에게 있으며 인권문제도 교육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제정에 대해서는 동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학생·학부모·교사가 삼위일체가 돼 학교운영을 민주적으로 해나가자는 기조가 갑자기 과거 교장 위주의 학교운영으로 퇴보하는 순간이다.
이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운동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시교육청에서는 학생인권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들의 인권도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학교인권조례'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는 물 건너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인권조례’는 학교운영위원회 참관 등 의사결정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 조례는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인권적인 침해를 받고 있는 두발, 체벌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것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권위 독립성 훼손에서 출발된 인권과 국가권력과의 마찰은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인권 증진 노력들을 옥죄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의 특성상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는 있지만 긴장과 보완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해 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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